국립국어원 '보도자료 길잡이'
유형별 작성법·표기 원칙 담아
한자어·일본식 표현도 다듬어

어떻게 바꿔야 할지 고민될 땐
'쉬운 우리말 사전' 검색이 도움

흔히 기자들은 ‘중학생도 읽고 이해할 수 있을 만큼 쉽게 쓰라’고 배웁니다. 꼭 ‘기사’에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요. 공공 기관이 만드는 ‘보도 자료’에도 적용하면 어떨까요? 그러면 공공 기관에서 우리말을 바르게 쓰고자 할 때 어떤 원칙과 방법이 있을까요.

보도 자료 속 어려운 한자어, 외국어, 외래어, 일본식 표현 등은 점차 줄고 있지만 끊이지 않고 있다. 휴가지에서 쉬면서 원격으로 일하는 방식을 뜻하는 ‘워케이션’ 등 시대에 따라 새로운 용어가 생기기도 하기 때문이다.

어떻게 하면 고칠 수 있을까. 먼저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하자는 원칙을 세우고, 외국어·외래어 대신 쓸 수 있는 우리말을 찾아보는 게 중요하다.

◇원칙은 = 국립국어원이 지난해 3월 내놓은 <유형별로 알아보는 보도 자료 작성 길잡이>를 보자. 보도자료 구성, 유형·성격, 형식, 내용 등을 주제로 정리해 둔 책자다. 어렵거나 불필요한 외국어·외래어 대신 우리말을 써서 국민이 더 편하게 보도 자료를 읽을 수 있게 돕고자 발간한 것이다.

특히 외국어를 어떻게 우리말로 다듬어 써야 할지 원칙을 제시해 놓았다. 원칙은 ‘우리말(외국어)’ 방식으로 표시하는 것이다. 이는 국어기본법에도 규정된 내용이다. ‘인공지능(AI)’ 같은 표기가 그 예다. ‘Reshoring(리쇼어링)’ 같은 형식으로 외국어를 우리말보다 먼저 표기하면 안 된다.

국어기본법은 공문서 등을 작성하면서 뜻을 정확하게 전달하고자 필요할 때, 어렵거나 낯선 전문어·신조어를 사용해야 할 때 괄호 안에 한자나 외국어를 쓰게 규정하고 있다.

또 국립국어원은 어렵거나 불필요한 외국어·외래어, 한자어, 일본식 표현, 권위적 표현 등은 다듬어 쓴 예를 제시하고 있다.

이때 ‘워크숍’을 ‘공동 연수’로 다듬은 것처럼, 바꾼 표현이 충분히 이해가 된다면 다듬기 전 말을 굳이 함께 적을 필요가 없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다듬은 말이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면 괄호 속에 나란히 적기를 권한다.

국립국어원(korean.go.kr) 누리집 첫 화면에서 ‘다듬은 말’을 눌러 보면 1만 8062건이 등록돼 있고, 검색해 찾아볼 수 있다.

최근 교육계에서 자주 쓰는 ‘에듀테크’를 찾아보면 ‘교육 정보 기술’로 고쳐 쓰면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 해당 낱말을 눌러 보면 ‘교육 분야에 접목한 빅데이터, 인공 지능 등의 정보 통신 기술’이라는 뜻풀이도 볼 수 있다.

또 국립국어원 ‘공공 언어 통합 지원’ 누리집(publang.korean.go.kr)에서는 공공 언어 감수, 공공 용어 번역, 정책 용어 상담 등을 제공하고 있다.

◇헷갈리면 = 어려운 한자어나 외국어를 접했을 때 사람마다 느낌이 다를 수 있다. 일선 지방자치단체가 주민에게 전달하는 소식지와 관련해 <창원시보> 담당자는 “일상적으로 흔히 쓰이는 표현은 그대로 나가기도 한다”고 말한 바 있다.

또 <경남도민일보> 설문 조사에서도 과거부터 익숙한 외래어 등은 그대도 써도 이해가 된다거나 클러스터(협력단지)·AI(인공지능) 등 비교적 개념이 정립된 용어는 명확히 이해된다는 의견이 있었다.

그렇지만, 분명한 것은 그것을 ‘누구나’ 이해하지는 못한다는 점이다. 보도 자료를 작성하는 공직자가 이런 문제로 고민이 된다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

이건범 한글문화연대 대표는 ‘로마자(알파벳)’와 ‘한자’를 줄이는 것을 첫걸음으로 삼자고 제안했다. 한글인지 알파벳인지는 누가 봐도 뚜렷하게 구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쉬운 우리말을 쓰자> 소식지에서 “사람마다 외국어를 접했을 때 느낌이 달라서 ‘이런 말은 써도 되지 않을까’ 고민하는 사례가 많다”며 “이럴 때는 ‘쉬운 우리말 사전’에서 해당 용어 대신 쓸 말을 찾아 바꾸는 게 가장 손쉬운 해결책일 것”이라고 조언했다.

‘쉬운 우리말 사전(plainkorean.kr)’에는 우리말로 다듬은 3626건이 등록돼 있다.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 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한 것과 관련해 ‘자이언트 스텝’이라는 표현이 잇따라 보도됐는데, 쉬운 우리말 사전에서 검색하면 ‘광폭 조정’이라는 우리말을 제시해 준다.

법제처가 10번째 판까지 내놓은 ‘알기 쉬운 법령 정비 기준’도 참고할 만하다. 조례 등 자치 법규에 적용할 만한 용어 목록 등이 담겨 있다.

/김희곤 기자

※ 감수 김정대 경남대 한국어문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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