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탓 경영 수지 악화
지역 대표 양식 수산물로 타개
미국 등 이어 동남아 개척 나서
"가공공장 건립 사업 확대 계획"

하동군수협이 있는 금남면에 인접한 금성면에는 바다를 매립해 조성한 갈사산업단지와 하동화력발전소가 들어서 있다. 지금은 전혀 자취를 찾을 수 없지만 화력발전소가 건설되기 이전 이 일대 바다는 전국에 널리 알려진 자연산 김 생산지였다. 맛이 뛰어나 명성이 자자했다.

금성면 궁항리에서 태어나고 자란 손영길(56) 하동군수협 조합장의 부모도 이곳에서 김을 생산하는 어민이었다. 이런 부모 영향으로 어린 시절부터 자연스럽게 수산업을 접하게 됐다. 대학 졸업 후 고향으로 돌아온 그는 금성면청년회장, 금성면발전협의회 사무국장, 하동군수협 대의원 등을 맡으며 부모 대를 이어 수산업 관련 일에 종사했다.

젊은 시절부터 지역에서 활발히 활동하던 그는 하동군의회에 입성하며 군의원을 역임하기도 했다. 6·7대에 걸쳐 재선 의원으로 활동했고, 7대 하반기 의장을 맡기도 했다. 8년간 의정활동을 하며 어민들의 민원을 해결하는 등 어업 관련 일에 정성을 쏟았다. 그는 의정활동으로 어민 고충이나 지역 어업 한계를 자세히 알면서 수협장에 도전하게 됐다.

"군의회에 입성했는데 바다 관련 일을 아는 의원은 저밖에 없었습니다. 하동군 해양수산과에서 추진하는 다양한 사업을 혼자서 다 챙겼어요. 군의원 시절 노량항과 술상항 개발 사업, 대치어촌계 해양낚시공원 건립, 소형어선 인양기 설치, 양식장 현대식 내파성 시설 교체, 녹차참숭어 배합사료 지원 등과 같은 수산 관련 사업 추진에 힘을 쏟았죠. 각종 사업을 접하면서 많은 어민을 만났습니다. 이를 통해 다양한 민원을 접하게 됐고 수산업 관련 일을 속속들이 알게 됐죠. 그 과정에서 수산업이 타 업종보다 소외되고 있다는 것을 느꼈고 어민의 정당한 권리를 회복하고 협동조합다운 모습을 되찾아야 한다는 생각이 깊게 들었습니다. 그래서 1년간 준비 끝에 수협장에 도전하게 됐습니다."

조합장에 당선됐으나 코로나19 탓에 하동군수협은 경영 어려움을 겪었다. 수협중앙회 경영 평가에서 줄곧 1등급을 유지할 정도로 건실했으나 금융사업의 급격한 연체율 상승 등으로 타격을 입은 것이다. 그는 부실채권을 과감히 정리하고 연체율을 낮추는 등 경영 정상화에 힘을 쏟았고, 이전처럼 경영은 정상으로 돌아왔다. 특히 수년간 3000억 원대에 머물렀던 상호금융은 4500억 원대로 증가했다.

손영길 하동군수협 조합장은 군의원 시절 어민들의 각종 애로를 접하면서 조합장 선거에 도전하게 됐다. /허귀용 기자
손영길 하동군수협 조합장은 군의원 시절 어민들의 각종 애로를 접하면서 조합장 선거에 도전하게 됐다. /허귀용 기자

그 과정에서 하동지역 대표 양식 수산물인 하동녹차참숭어 전국 판로 개척에 사활을 걸었다. 서울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대대적인 판촉 활동에 나섰는데, 하동녹차참숭어 품질이 다른 지역보다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주문량이 대폭 늘었다. 판매 확대로 수협 경영 정상화에 큰 도움이 된 것은 물론 양식 어민들의 소득도 크게 증가했다.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아서 판로에 어려움을 겪었던 녹차참숭어 홍보에 집중했습니다. 홍보 차량을 제작해 서울 등지에서 적극적으로 홍보활동을 펼쳤죠. 녹차참숭어의 맛이 뛰어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당 가격이 5000원 정도였던 것이 1만 2000원까지 배 이상 뛰었습니다. 지난해부터 녹차참숭어 판매가 크게 늘면서 지금은 수협 부채를 거의 정리했습니다. 숭어는 제철이 겨울이라서 이전에는 여름철에 유통을 안 했는데, 워낙 인기가 좋다 보니 1년 내내 판매하고 있습니다. 특히 올해부터 사룟값이 많이 올랐지만 소득 또한 크게 늘어 양식 어민들은 큰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볼 수 있죠."

그는 하동녹차참숭어 판매 확대를 위해 국외로도 눈 돌리고 있다. 이미 미국 외에 캐나다 밴쿠버 시장을 뚫으며 수출 확대에 집중했다. 이 역시 코로나19 영향으로 타격을 입었지만 최근 들어서 꾸준히 수출이 이뤄지고 있다. 앞으로 동남이 시장 개척에도 나설 계획이다.

수산물의 안정적인 공급 필요성이 계속해서 제기됨에 따라 60억 원을 들여 노후화된 수산물 위판장을 현대식으로 건립하는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수협 본점 건물에 있는 위판장은 지은 지 20년이 넘은 데다 화물차 진입이 어려울 정도로 비좁아 불편을 겪고 있다. 현재 수협 본점 뒤편에 조성된 국가 어항인 노량항 주차장 일부 터에 위판장을 건립할 계획이다. 신설 위판장에는 전어와 새우 등의 수산물 가공공장도 건립해 사업 영역을 확대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또한 내년에는 수도권 지역에 신규 지점도 낼 예정이다.

"현재 유통이나 위판에만 집중돼 있어요. 앞으로 사업 확대를 위해서 위판장과 수산물 가공공장 건립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자체 예산이 부족해 해양수산부 공모에 신청할 예정입니다. 그리고 인근 대송산업단지에서 기업체가 수소로 급속 냉동하는 초저온 시설 건립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완공되면 이 기업체와 연결해 가공 사업을 추진하려고 합니다."

그는 수협 운영의 가장 큰 걸림돌로 금융 연체율 증가와 조합원 고령화에 따른 어업인구 감소를 꼽았다. 특히 어업 인구 감소를 해결하려고 정부가 추진하는 귀어 정책을 지적하며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합장으로 들어오기 전에 코로나가 터지면서 연체율이 높아 경영이 어려워져 많이 힘들었습니다. 경영 정상화 노력으로 10% 연체율을 지난해에 3%대로 낮추기는 했는데 지속적인 경영 안정화를 위해서는 더 낮춰야 합니다. 특히 조합원 고령화로 어업 인구가 급격하게 줄어드는 게 가장 큰 문제입니다. 조합원 중 70세 이상이 60% 이상인데, 해가 갈수록 더 심해지고 있어요. 자연산 어획량도 줄어들고 있어 앞으로 이중고를 겪을 수밖에 없는 게 현실입니다. 정부에서 귀어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전혀 도움이 안 되는 실정입니다. 규제가 까다로워 귀어 장벽이 높죠. 게다가 귀어하더라도 해당 어촌계에서 잘 받아주지를 않아서 귀어하기 어렵습니다. 현실에 맞는 실질적인 귀어 정책이 꼭 필요합니다."

그는 올해 수협 설립 100주년을 맞은 뜻깊은 해인 만큼 '함께한 100년, 함께해 100년' 슬로건에 맞게 미래 수협 발전을 위해 조합원 등 수협 모든 구성원이 주인 의식을 지니고 적극적으로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합장 당선 때 다짐했던 마음처럼 앞으로 조합 경영 혁신을 통해 경영 내실화를 기하고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협동조합으로 거듭나려면 모든 조합원의 적극적인 참여가 꼭 필요합니다." 

/허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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