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장 치적용 추진했다가 쪽박 수두룩
피해 떠안은 시민들 이제는 믿지 않아

'땅 짚고 헤엄치기', '세금 먹는 하마'. 민간투자사업 문제점의 핵심을 찌르는 말이다. 민간사업자는 손쉽게 돈을 벌 수 있고, 적자가 나더라도 세금으로 보전받으니 손해 없는 장사를 한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당선한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직면한 현안 중에서 해결하기 쉽지 않은 것들은 대부분 민자사업이다. 마산로봇랜드, 마산해양신도시, 진해 웅동복합관광레저단지(웅동1지구), 창원문화복합타운(SM타운), 부산∼김해 경전철, 팔룡터널, 마창대교, 거가대로…. 워낙 시끄럽고 해묵은 현안들이라 시민도 한 번쯤 들어봤을 테다.

민자사업이 도입된 지 30년이 다 돼 간다. 정부는 도로·다리·항만 같은 사회간접자본(SOC) 건설에 민간자본을 끌어들이고자 1994년 '사회간접자본에 대한 민간자본 유치촉진법'을 제정했다. 정부 재정부담을 덜고 민간사업자 경쟁으로 요금도 내릴 수 있다는 논리였다. IMF 외환위기를 거치며 민자사업은 더 확대됐다.

자치단체장들은 치적용으로 민자사업을 벌이면서 SOC뿐만 아니라 문화·관광 쪽으로 넓혀나갔다. 그들이 밝힌 장밋빛 미래와 달리 쪽박이 깨진 사업은 수두룩하다. 떠안아도, 처분해도 세금은 들어간다. 대형사업들인 데다 민간사업자 주머니를 채워주는 세금은 한두 푼이 아니다.

첫 단추를 잘못 꿴 사업은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다. 비싼 통행료를 내는 마창대교와 거가대로, 막대한 세금을 밀어넣어야 하는 김해경전철, 지나다니는 차량 대수가 적어 파산 위기에 놓인 팔룡터널은 통행량 예측치부터 틀렸다. 민간사업자는 통행량 전망을 부풀려 사업성이 있는 것처럼 꾸몄다. 만들어 놓고 적자가 나더라도 자치단체가 세금으로 메워줄 테니까. 사업이 꼬이면서 비싼 통행료 내리는 건 더 어렵다.

헛바퀴 도는 마산해양신도시는 어떤가. 마산 앞바다에 매립한 인공섬은 가포신항 사업을 하면서 흘린 똥이나 마찬가지다. 가포신항도 '드림베이 마산'을 만들 선물처럼 포장됐지만 물동량 전망은 엉터리였다. 큰 배가 들어오도록 항로에서 퍼낸 흙을 쌓은 것이 해양신도시다. 이름은 신도시지만 아직 그림도 그리지 못하고, 개발할 민간사업자 선정 과정마다 시끄럽다.

먹튀 논란도 끊이지 않는다. 벌여놓은 사업을 마무리하지 않고 중단하는 사례들이다. 민간사업자가 돈이 안 된다 싶으면 발을 빼는 행태다. 그런 사례들이 로봇랜드, 웅동1지구, SM타운 사업이다. 행정과 책임을 따지며 법적 다툼까지 벌이기도 한다. 자칫하다간 막대한 돈을 물어줘야 할 판이니 자치단체는 골머리를 싸맬 수밖에 없다.

그 피해는 모두 시민에게 돌아온다. 민자사업 민낯을 누구나 알고 있다. 정치인이 민자유치를 해서 발전을 이루겠다고 들먹여도 시민은 곧이곧대로 믿지 않는다. 여러 대에 걸쳐 쌓인 난제다. 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는 골칫거리부터 먼저 해결해야 한다.

/표세호 자치행정1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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