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산 뿌리' 33년 된 향토기업
대형마트·브랜드 마케팅 공세
최근 구설 등 대내외 어려움

가맹점주와 상생 창구 활성화
지역 대학 협력·행사 후원 등
지역밀착·공헌 노력으로 극복

대형유통매장과 프랜차이즈치킨점 간 판매 가격 차이를 놓고 논란이 이는 가운데 '지역밀착'으로 어려운 상황을 헤쳐나가고 있는 기업이 있어 주목된다.

장모님치킨은 30여 년 전 마산에서 시작한 향토기업이다. 장모님치킨은 안팎으로 어려운 시기를 지나고 있다. 그러나 장모님치킨은 가맹점주와 유대 강화, 지역 밀착 마케팅으로 지역 토종 브랜드의 자존심을 지켜가고 있다.

◇마산에서 낸 매운맛 = 장모님치킨이 경남 향토 기업이라는 사실을 아는 소비자는 그리 많지 않다. 강홍석 장모님치킨 전무는 "우리 단골손님 30% 정도만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모님치킨은 1989년 마산에서 뿌리를 내렸다. 고 남정훈 전 대표이사가 하던 일을 그만두고 외식업에 뛰어들면서다. 그는 1980년대 후반, 대구에서 멕시칸치킨이 태동하는 것을 지켜보고 경남에서 자체 상표를 만들겠다고 결심했다. 부인 김영애 대표도 함께했다.

부부는 '지역에 맞는 맛'을 찾고자 고민했다. 마산과 창원지역 소비자 입에는 '매운맛'이 맞다고 봤다. 화학첨가제를 쓰지 않고 천연식품으로 맛을 냈다. 매콤한 뒷맛을 내려고 연구를 거듭했다. 모두가 콩기름으로 튀겨낼 때 카놀라유로 튀겨 고소한 맛을 살렸다. 그리고 1989년 10월 31일 창원시 마산회원구 구암동에 1호점을 냈다.

개업 직후 광고 하나 없이 입소문만으로 손님을 사로잡았다. 소비자들은 매일 1시간씩 줄을 서야 치킨을 사 갈 수 있을 정도였다. 그에 따라 가맹점 문의도 빗발쳤다. 1998년 가맹점은 200개를 돌파했다.

창원시 마산회원구 내서읍에 자리한 장모님치킨 본사. /주성희 기자
창원시 마산회원구 내서읍에 자리한 장모님치킨 본사. /주성희 기자

◇녹록지 않은 내외 환경 = 장모님치킨은 매콤한 뒷맛으로 34년째 시장을 꿋꿋하게 지키고 있다. 하지만 지금은 시장 점유율 조사에서 순위권에 이름 올리지 못하고  있다. 전체 가맹점 수도 한때 200개가 넘었지만 현재 130여 개로 줄었다.

시장 점유율이 높은 전국 브랜드는 유명 연예인을 내세워 공격적인 마케팅을 이어가고 있다. 또한 최근 대형마트 저가 치킨이 기존 시장을 위협하고 있다. 홈플러스는 지난 6월 30일부터 '당당치킨'을 6990원에 판매하고 있다. 이마트 '5분치킨'은 9980원, 롯데마트 '한통치킨'은 1만 5800원이다. 가맹점 치킨이 너무 비싸다는 소비자 목소리가 또다시 나오고 있다. 

그러나 대형마트와 가맹점은 상황이 다르다. 치킨 한 마리를 튀길 때 드는 비용 자체가 다를 수밖에 없다. 가맹점 생닭 크기는 10호다. 대형마트는 8호다. 여기서부터 단가 차이가 난다. 가맹본부는 닭을 손질해 각 지점에 배송하는 비용도 부담해야 한다. 여기에 가맹점은 점포세·인건비·배달료 등 각종 비용 부담이 만만찮다.

강 전무는 2010년 롯데마트 '통큰치킨'을 예로 들며 "당시 그 영향이 오래가지는 않았고, 대형마트는 그 후로도 1만 원 이하 치킨을 판매해 왔다"고 말했다. 이전에도 있던 저가 치킨이 다시 주목받는 이유는 고물가 영향으로 봤다. 그리고 대대적인 홍보가 맞물려 파급 효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강 전무는 "당분간 매출에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큰 위기로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저가 치킨은 대형마트 손님 유입 방식 중 하나이기에 장기 사업으로 연결되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 전무는 "우리는 지역과 맛에 더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장모님치킨은 최근 뼈아픈 일도 겪었다. 한 가맹점 배달 치킨에서 이물질이 나왔고, 해당 점주 대응이 논란을 키웠다. 강 전무는 "외부 위기보다 더 심각했던 문제"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본사는 피해 소비자를 직접 만나 사과하고 손해배상을 한 상태다. 최근까지 누리집에 사과문을 올려놓기도 했다. 강 전무는 "고객 대응 체계를 다시 세부적으로 마련해 일차적으로 안내문을 각 가맹점에 보냈다"며 "이어 가맹점주 대면 교육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장모님치킨은 가맹점주와의 상생 노력도 더 강화할 방침이다. 가맹점주 모임인 장모님치킨협의회를 더 활성화할 계획이다. 협의회는 장모님치킨만이 지닌 특별한 체제다. 타 브랜드들은 이를 꺼리는 분위기다. 가맹점주들의 목소리가 커질 것을 우려해서다. 하지만 장모님치킨은 30년 가까이 협의회와 소통해오고 있다.

김조수 장모님치킨협의회장은 "배송 착오, 부적합 재료 등이 전달되면 점주들이 협의회로 연락해 온다"며 "그러면 본사 임원진에게 문제점을 알려 해결 방안을 신속히 내놓는 체계"라고 말했다. 또 김 회장은 "닭·재룟값 추이 분석, 매장 위생·친절 교육 방안 등 운영 전반을 본사와 논의한다"며 협의회가 본사와 가맹점 간 상생 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역에서 답 찾는다 = 8월 기준 장모님치킨 전체 가맹점 123개 가운데 113개가 경남에 있다. 도내에서만큼은 그 전통을 굳건히 이어가고 있다. 

여기에 더해 장모님치킨은 '지역' 연결고리를 더 탄탄히 하려 한다. 최근에는 창신대 학생들과 협력했다. 생닭을 절이는 새로운 방식을 개발해 특허를 냈다. 장모님치킨은 개발에 참여한 학생들을 채용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도내 또 다른 대학에 프렌차이즈학과가 신설돼 올해 첫 졸업생이 배출된다. 강 전무는 "지역 외식 경영·프렌차이즈 전문가 육성에 이바지하고자 한다"라며 "산학연계 사업을 지속해서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지역 청년들의 행사도 지원한다. 9월에 열리는 '제1회 유스나이트런인창원'에 컵치킨을 후원할 예정이다. 청년 300명이 창원시 마산합포구 3.15해양누리공원에 모여 함께 달리는 행사다. 장모님치킨은 부스를 마련해 컵치킨 300인분을 제공한다. 창원청년비전센터 측은 "후원처를 알아보던 중 장모님치킨이 창원 기업이라는 걸 알게 됐다"면서 "300인분 후원을 요청했더니 흔쾌히 응해줬다"고 말했다. 장모님치킨은 이 자리에서 쿠폰 지급 행사도 연다. 

장모님치킨은 지역을 넘어 국외까지 보폭을 넓히고 있다. 현재 일본 도쿄에 3개 지점이 있는데 일본 남부 지역 진출까지 추진하고 있다. 현지 남부지역에서 지점 개설 제안이 들어옴에 따라 규슈 지역을 중심으로 지점을 더 늘리는 방안을 마련 중이다. 

강 전무는 "장모님치킨이 34년간 존재할 수 있었던 이유는 지역민이 애용해주셨던 덕분이다"라며 "더 맛있고 질 좋은 제품으로 지역민에게 다가가려 노력하고 있다. 지역 공헌 사업에도 더 관심을 기울이겠다"라고 말했다.  

/주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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