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도민일보배 '경남오픈탁구대회'가 지난 6∼7일 창원축구센터 체육관에서 열렸습니다. 탁구 동호인 1000여 명이 참가해 더위를 잊은 채 열띤 경기를 펼쳤습니다. 경남도민일보가 주최하고 창원시탁구협회가 주관한 대회에서 모녀 복식조, 최고령 출전인, 탁구 가족으로 알려진 동호인 등을 만났습니다.

■ 허정숙-윤다현 모녀

함께 여행하는 기분으로 대회 나가요

7∼8년째 복식 이뤄 대회 출전
탁구장 운영하며 실력도 늘어

'막강 모녀 복식조'가 떴다.

허정숙(55) 윤다현(29) 모녀다. 여자 단체전에 출전하려면 여자 2부가 돼야하는데 허정숙 씨는 여자 에이스부(남자 2부)까지 갔다가 나이에 따라 감부대 여자특1부(남자 3부)가 됐다. 딸 윤다현 씨는 여자 1부다. 둘이 함께 단체전에 출전한 것은 벌써 7∼8년 됐다고 말했다.

탁구를 먼저 시작한 것은 어머니 정숙 씨다. 어렸을 때부터 오빠들을 따라 탁구장에 다니면서 이른바 '동네 탁구'를 했던 경험이 컸다고.

▲ 경남도민일보배 경남오픈탁구대회에 함께 출전한 허정숙(왼쪽) 윤다현 모녀.
▲ 경남도민일보배 경남오픈탁구대회에 함께 출전한 허정숙(왼쪽) 윤다현 모녀. /정성인 기자

정숙 씨 말이다. "딸은 어릴 때부터 내가 탁구대회에 나갈 때 따라다니는 것을 좋아하면서도 탁구를 배우지는 않겠다고 했다."

그러다가 다현 씨 생각이 바뀌었고, 정숙 씨가 10년 동안 탁구장을 운영하는 계기가 됐다. 먼저 창원시 마산합포구에서 탁구장을 차려 3년 정도 운영했다. 그때는 다현 씨가 사실상 탁구장을 맡아서 운영했다는 것. 그때부터 모녀는 계속 각종 대회에 함께 출전하면서 경험을 쌓아왔다. 그러다가 의창구 도계동으로 탁구장을 옮겨 지금까지 운영 중이다.

사실 생활 체육 관련한 통계나 기록은 정확하지 않지만 모녀가 단체전에 조를 짜서 출전한 것은 이들 모녀가 처음이라는 얘기도 있다.

다현 씨는 어머니와 함께 단체전에 출전하는 데 대해 "심리적으로 안정이 된다"라고 말했다. 출전 선수들 중 어린 축에 속하는데 어머니가 옆에 있으면 그런 위축감을 떨쳐버릴 수 있다는 것. 정숙 씨는 "따로 여행을 안하더라도, 함양 남해 거제는 물론 전국적으로 함께 대회에 다니다보면 딸하고 여행하는 느낌이 좋다"라며 "딸하고 같이 다니면 성적을 내는 경우도 많다"라고 말했다.

 

■ 최고령 진복수 씨

이젠 노련미도 안 통하네 허허

뭉친 근육 풀기 좋은 운동
변형 탁구 '라지볼'도 즐겨

6∼7일 이틀간 창원축구센터 체육관에서 열린 2022 경남도민일보배 경남오픈탁구대회에 노익장을 과시하는 이들이 많았다. 최저 출전 연령은 16세로 못 박혀 있지만 나이 상한은 없었기 때문이다. 대회에 따라서는 70대 선수도 출전하지만 이번 대회에는 진복수 씨와 황행규 씨가 나란히 1953년생으로 69세, 최고령 출전자였다.

진복수 씨는 64세 때 처음으로 생활체육 탁구대회에 출전했다. 그전에 5년 정도 마산탁구동호회에 참가해 활동했지만 레슨을 받아본 적은 한번도 없다고 말했다.

▲ 최고령 참가자 진복수 씨.
▲ 최고령 참가자 진복수 씨. /정성인 기자

"요즘 젊은 세대는 체력도 좋은데다 대부분 정규 레슨을 받고 있어요. 예전에는 내가 노련미로 버틸 수 있었지만 요즘은 그것도 안 통해요. 정식으로 배워 기술이 좋은 데다 체력도 좋으니 뭐. 허허."

그는 나이에 비해 아직도 직업 전선에서 현역으로 뛰고 있다. 아파트 관리소에서 일하는 그는 낮에 힘쓸 일이 많은데 저녁에 뭉친 근육 풀어주는 스트레칭이라 생각하고 탁구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라지볼'도 함께하고 있다. '라지볼'은 탁구협회가 만 60세 이상 노인들을 위해 변형한 탁구다. 오렌지색 공을 사용하는데 일반 탁구공보다는 크고, 라켓에 붙이는 러버도 다른 형식이다.

진 씨는 "복지관에서 운영하는 라지볼 대회가 많이 없어져 아쉽다"며 "대회가 많이 열려야 젊은이들하고 소통하면서 나도 젊어지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라고 말했다.

 

■ '경남탁구 연예인' 김단혜 씨

동호인들과 자연스럽게 교류하고 싶어

남해서 탁구가족으로 유명
군 볼링 대표선수 경력도

남해에 사는 김단혜(55) 씨는 경남 탁구계에서 '경남 탁구 연예인'으로 불린다. 김 씨 가족은 '탁구' 가족으로도 유명하다. 남해에서 창원축구센터 탁구장까지 1시간 반이면 온다는 김 씨를 7일 만나봤다.

어려서 교회에서 '동네 탁구'를 많이 접했다는 김 씨는 운동에 대한 두려움은 없었다고 했다. "아이들이 어느 정도 크자 개인 시간을 가지려고 시작한 게 탁구였다"는 것. 1년 정도 탁구로 생활을 보내던 중 도민체전 볼링 남해군 대표로 선발됐다. 그로부터 볼링 대표 생활을 6년간 했다. 이후 다시 탁구로 복귀해 6년 정도 흘렀다고 한다.

단혜 씨는 남해군이 탁구 하기에 참 좋은 곳이라고 말했다. 군이 탁구전용체육관을 지어준 데다 사설 탁구장도 1곳 있다고. 군에 생활체육지도자가 배치돼있고 전용구장과 사설체육관 모두 전문 지도자를 두고 있어 언제든 필요한 레슨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어림잡아 군내 동호인은 300여 명에 이를 것이라고도 말했다.

▲ 경남 탁구 연예인으로 불리는 김단혜 씨.<br /><br />
▲ 경남 탁구 연예인으로 불리는 김단혜 씨. /정성인 기자

단혜 씨만 볼링이나 탁구를 한 것은 아니다. 그의 아들도 탁구를 즐기는데 지난번 남해에서 열린 보물섬배 탁구대회 때는 단혜 씨와 아들이 나란히 선수대표 선서를 했다고. 내친김에 서울에서 경찰생활하는 사위에게는 라켓을 비롯한 탁구용품을 사주며 열심히 하라고 권했다고도 말했다. 또한 친정 언니와 남동생도 탁구가족이라고 덧붙였다.

'경남 탁구 연예인'으로 불리는 데 대해 물어봤다. "사람들이 좋아 여기저기 대회에 참가하다 보니 많은 사람들과 친해졌고 얼굴도 많이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그게 꼭 좋지만은 않아요. 경기장에 오면 항상 웃고다닐 수밖에 없습니다. 나는 저 사람을 모르는데 저 사람이 혹시 내 잘못된 모습을 보면 안되니까요." 나쁜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는 행동이 더 좋은 모습으로 인식되면서 그런 별명이 붙었지만 자연스럽게 동호인들과 교류하고 싶다는 뜻도 밝혔다.

대체로 대회에 나가면 8강 정도는 진출했는데 이번 대회에서는 예선 탈락했다고 아쉬워했다. 코로나19 1차 예방접종 후 심장이 많이 아팠는데 덜컥 코로나에 감염까지 됐다고. 이후 심장에 탈이 나서 계속 약을 먹고 있다고 말했다. "제가 경기를 하면 고함도 크게 지르고 정말 파이팅이 넘쳤는데 이번 대회에서는 심장이 아파서 그걸 못하겠더라고요. 그게 너무 아쉬웠어요."

"대회 다니면 좋다"는 단혜 씨의 파이팅 넘치는 모습이 언제쯤 되살아나 '연예인' 별명이 실감나게 될까?

/정성인 기자 in@ido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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