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T바이크 상륙 창원 누비자 위협하나

민간 자전거 대여·반납 편리
공급량 부족하고 요금 비싸
시, 앱 이용 반납 등 지속 보완
전기용 전환은 예산 문제 신중

카카오T바이크 1000여 대가 지난 6월 15일부터 창원시 성산구·의창구·마산회원구·진해구에 들어왔다.

이용료는 기본 15분에 1500원, 1분마다 100원이 추가된다. 페달 보조 방식 전동 자전거로 페달을 돌리면 전기모터가 자동으로 움직인다. 최대 20㎞/h 속도를 낸다. 한 시민은 "시대 변화에 따라가는 것은 꼭 필요한 부분이다"며 카카오T바이크 도입을 환영했다. 하지만 다른 지자체 사례를 보면 카카오T바이크가 기존 공영 자전거를 사라지게 했다. 이는 곧 시민 불편과 비용 부담으로 이어졌다.

◇안산·고양 공영 자전거 폐지 사례 =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윤화섭 경기도 안산시장 후보는 공약 사항으로 공영자전거 재정을 '0'으로 바꾸겠다고 했다. 그가 당선되고 공영자전거 '페달로' 폐지가 가속화했다. 시는 지난해 7월 '안산시 민간공유 전기 자전거 서비스'를 공모했다. 시행사는 카카오모빌리티로 결정돼 카카오T바이크가 안산시 민간 공유 자전거로 도입됐다.

안산시는 지난해 12월 20일 '페달로' 일부 폐지를 검토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23일 '자전거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에서 '무인 공공 자전거 관련' 정의를 삭제했다. '페달로' 전용 누리집도 사라졌다. 결국 페달로는 사실상 폐지됐다.

▲ 창원시 마산합포구청 앞에 세워져 있는 공영 자전거 누비자. /주성희 기자
▲ 창원시 마산합포구청 앞에 세워져 있는 공영 자전거 누비자. /주성희 기자

카카오T바이크 도입 1년 차, 안산시 온라인 소통창을 살펴보면 여전히 '페달로'를 찾는 시민이 있다. 이유는 요금에 있다. 기존 '페달로' 1일 회원권은 1000원이다. 2시간마다 반납하고 대여하면 24시간 사용할 수 있었다. 반면 카카오T바이크는 2시간 이용 금액이 1만 2000원이다. 12배 차이다. 이에 안산시는 카카오T바이크의 높은 금액을 보완하고자 민간 공유 자전거 '에브리바이크'를 1000대 도입했다. 1시간 이용금액은 2400원이다. 여전히 이용 금액은 페달로의 2배를 웃돈다. 또한 정거장이 별도로 없어 주차 문제 등 공유 이동 장치 문제점을 안고 있다.

경기도 고양시도 지난해 공영자전거 '피프틴'을 없애고 KT 전동자전거 '타조(TAZO)'를 도입했다. 요금은 20분 이용 시 기본요금 500원, 이후 10분에 200원씩 추가된다. 30일 정액권은 1만 원이다. 공영자전거 '피프틴'이 60분 이용에 500원, 30일 정액권이 5000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2배 이상 차이다.

요금 차도 있지만 폐지 이전보다 자전거 공급량 부족도 문제다. 기존 '피프틴'은 2000대였다. '타조'는 1000대가 보급된 상태다. 고양시민들은 여전히 '피프틴'을 찾는다. 이들은 온라인 소통망에서 "타조 본 시민 있느냐"면서 불만을 표했다. 이런 반응이 나온 것은 공유 자전거에 별도 정거장이 없는 허점을 이용한 개인 사유화에 있다. '타조' 이용자 중 일부가 '타조'를 거주지 지하주차장 또는 현관에서 반납 처리하면서 다른 이용자가 자전거를 찾을 수도, 대여할 수도 없는 상황이 일어나고 있다. 도입 초기 위치 확인 장치(GPS) 설치로 분실 위험이 낮다고 했던 것에 반하는 부분이다.

◇창원 공영자전거 누비자도 위협받나 = 타 지자체에서 나타난 공영 자전거의 민영화 과정에 비춰보면 카카오T바이크 배치를 반길 수만은 없다. 지자체 재정은 줄었을지라도 시민들 불편과 소비는 증가했기 때문이다. 공영 자전거가 민영화된 지역 주민들은 "공영 자전거 운영 목적이 흑자 내기였나"라고 반문한다.

<경남도민일보>는 경남 지역민이 카카오T바이크를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살펴봤다. 경남도민일보 후원회원을 대상으로 온라인 소통창구에서 의견을 물었다. 참여자 저조로 신뢰도 높은 결과를 도출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누비자를 선호하는 시민들 속내는 읽을 수 있었다. 한 응답자는 댓글에서 "카카오는 카카오T바이크로 수익 창출보다 카카오T 애플리케이션 이용자 확대가 목적으로 보인다"면서 "카카오가 운영하는 다른 사업에 고객을 확보하려는 수단 같다"는 의견을 남겼다.

시민들은 카카오T바이크가 교통 생태계를 교란하는 것을 우려하며 온라인상에서 모이고 있다.

이들은 통행로에 무분별하게 세워진 카카오T바이크를 촬영해 사회소통관계망에 게시하고 있다. 이윤기 마산YMCA 사무총장은 "카카오T바이크의 도로 점유율이 높다"며 "이를 무상으로 이용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이 총장은 대기업 공유 자전거가 민영화 후 이익 창출 부진으로 운영을 중단한다면 2008년부터 누비자를 이용한 시민들이 고스란히 그 손해를 입을 것이라고 밝혔다.

민영화 문제뿐만 아니라 '창원시 정체성 문제' 등을 거론하는 목소리도 있다.

이혁기 경남대학교 체육교육과 교수는 '자전거 도시정책의 재발견 : 시민공영자전거사업의 사회학적 의미'를 2018년 <한국체육정책학회지>에 발표한 바 있다. 이 교수는 논문에서 공영 자전거가 주는 사회적 의미를 7가지로 압축했다. △친환경도시 조성 △시민 건강 증진 △도시 브랜딩(Branding)·상징성 △자전거 산업 구축 발판 △지역공동체 형성 △교통질서 선진화 △원활한 출퇴근길이다.

이 교수는 카카오T바이크는 기업 이익만을 따진 체계라며 '도시 상징성'과 '시민 건강' 등은 고려하지 않음을 꼬집었다.

이 교수는 전동 자전거가 도시 효율성 측면만 보고 시공간을 압축시키는 도구라는 견해를 나타냈다. 이 교수는 "시민들이 당장 새로운 기계인 카카오T바이크를 선호할 수 있다"며 "하지만 시민 건강과 도시 역사 측면에서 기존 누비자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창원시 '공공 전기자전거' 도입 보류 = 이렇듯 카카오T바이크 도입은 당장의 편익에만 방점을 둘 문제는 아니다. 그렇다면 카카오T바이크와 상생할 방안은 없는 걸까.

한 교통공학 전문가는 "카카오T바이크 도입으로 공영 자전거가 민영화로 이어지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창원시민이 누비자 만족도가 높은 편이라 카카오T바이크 등 민간으로서는 진입장벽이 높게 느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문가는 카카오T바이크 배치를 자전거 이용량이 많은 지역에 한정하는 것을 상생 방안으로 제시했다. 창원시청과 가음정3동을 잇는 원이대로에 누비자, 전동 킥보드 등 공유형 이동 장치 이용량이 폭발적이다. 이 구간 자전거 수요를 카카오T바이크가 채우는 것이다. 창원시는 자전거 이용이 비교적 활성화되지 않은 마산회원구·마산합포구·진해구에 누비자를 더 보급해 공공재 성격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 지난 6월 15일부터 창원시 일부 지역에 도입된 민간 공유 자전거 카카오T바이크. /조재영 기자
▲ 지난 6월 15일부터 창원시 일부 지역에 도입된 민간 공유 자전거 카카오T바이크. /조재영 기자

이혁기 교수는 "누비자도 애플리케이션 활성화, 자전거 도로 확대 구축 등 개발 여지가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창원시정연구원이 2021년 발표한 <창원시 MaaS(Mobility as a Service) 구축을 위한 기본 구상>을 보면 누비자 개선 계획을 살펴볼 수 있다. 계획 중에 '2024년 전기자전거 누비자 도입 검토'가 있다. 하지만 창원시는 지난달 12일 '누비자 경쟁력 강화 방안' 발표에서 전기자전거 전환은 예산 문제로 신중하게 보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창원시는 최근 누비자 애플리케이션으로 반납할 수 있는 공유형 자전거를 보급하고 있다. 누비존(Nubi-zone)에 들어서면 정보무늬(QR코드)로 대여·반납하는 방식으로 편의성을 높이려는 것이다.

창원시 관계자는 "누비자 이용객들이 민간에서 대여 사업을 확장하면 공영자전거를 폐지한 안산시·고양시처럼 될 것으로 우려한다는 걸 알고 있다"며 "시는 누비자 운영시스템 개편으로 전국 최고 공영자전거 명성을 이어나가겠다"고 말했다.

/주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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