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경남본부 비판 성명
"인상률 5% 실질적 삭감 수준"
경총 "영세기업 현실 외면"
소상공인연합회도 수용 불가

내년에 적용할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5.0% 오른 시간당 9620원으로 정해졌다. 결정은 사실상 최저임금위원회 공익위원들이 쥐었다. 노사 이견이 좁혀지지 않자, 공익위원들은 2023년 적용 최저임금으로 시급 9620원을 제시해 표결에 부쳤다. 결국, 근로자위원 중 민주노총 소속 4명이 공익위원안에 반발해 퇴장하고, 사용자위원 9명 전원이 표결 선포 뒤 퇴장하면서 기권처리돼 찬성 12표, 반대 1표, 기권 10표로 가결됐다.

이번 결정에 대해 노사 모두 받아들일 수 없는 금액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실질 임금 사실상 삭감 = 문재인 정부에 이어 윤석열 정부에서도 최저시급 1만 원 달성이 미뤄지자 최저임금 노동자 가구 생계비 반영 등 최저임금 인상 현실화를 강조했던 노동계 반발이 거세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경남지역본부는 30일 성명을 내고 "적정한 최저임금이 얼마인지 논의하고 정하는 독립기구인 최저임금위원회 논의가 한창일 때 추경호 경제부총리가 과도한 임금 인상 자제를 요청, 강한 견제구를 날렸다"며 비판했다.

이어 "인상률 5%는 실질적으로 상여금, 복리후생비가 더해지면 삭감 수준"이라며 "화폐 가치가 떨어지고 물가가 계속 올라 실질적 소득이 주는 시대에 노동 희생을 강제하겠다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노동계는 앞서 최저임금 노동자 가구생계비 반영을 요구했으나 결국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최저임금위 노동자위원은 지난 21일 제5차 전원회의에 앞서 내년도 적용 최저임금 요구안 시급 1만 890원을 제시하면서 최저임금 인상 현실화를 요구한 바 있다.

당시 노동자위원은 "현재 최저임금은 최저임금위가 발표하는 최소한 비혼 단신 생계비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라며 최저임금 노동자 가구생계비를 반영하고 유사근로자임금 기준인 임금 동향·미만율·임금 전망을 활용, 요구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최저임금위원회 가구원 수별 생계비 자료에서 2021년 비혼 단신 생계비는 220만 5431원이다. 내년도 최저임금 월 209시간 기준 환산액은 201만 580원이다.

민주노총은 "벼랑으로 내몰린 노동자 분노가 무엇인지 보여주겠다"며 오는 2일 전국노동자대회에서 내년도 최저임금안 결정 등 저지를 예고했다.

▲ 30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제8차 전원회의에서 내년도 최저임금을 9620원으로 의결했다. 박준식(왼쪽) 위원장과 근로자 위원인 이동호 한국노총 사무총장이 인사한 뒤 돌아서고 있다. /연합뉴스
▲ 6월 30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제8차 전원회의에서 내년도 최저임금을 9620원으로 의결했다. 박준식(왼쪽) 위원장과 근로자 위원인 이동호 한국노총 사무총장이 인사한 뒤 돌아서고 있다. /연합뉴스

◇영세 소상공인 현실 외면해 = 경남경영자총협회는 "최근 5년간 물가상승률(9.7%)보다 4배 이상 높은 인상률(41.6%), 한계에 부딪힌 중소 영세기업·소상공인 지불 능력, 최근 닥친 복합 경제 위기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경영계는 이번 최저임금 5.0% 인상에 동의하기 어렵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사용자위원 전원은 공익위원 중재안에 유감을 표하고 퇴장했고, 그 뒤 이번 인상안이 의결됐다"라며 "더는 버티기 어려운 중소·영세기업과 소상공인 현실을 외면한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내년 심의에서 반드시 최저임금 업종별 구분 적용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결정에서 특히 상황이 어려운 일부 업종의 최저임금 수용성이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경남경총은 "정부는 이번 최저임금 고율 인상으로 불러올 국민경제 부작용 완화 방안을 적극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지역 경제단체 창원상공회의소 역시 경남경총과 같은 입장이다.

경상남도소상공인연합회 역시 최저임금 인상 결정을 수용할 수 없다는 뜻을 밝혔다. 이들은 이날 성명에서 "임금 지불 주체 93.3%를 차지하는 소상공인은 고통 분담·속도 조절 차원에서 최저임금 동결을 촉구해왔다"라며 "5% 인상률은 소상공인 절규를 외면한 무책임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 6년간 무려 42%나 올린 '과속인상'의 결과는 일자리 감소로 이어졌다"라고 덧붙였다.

신영철 경남소상공인연합회장은 "소상공인들은 코로나19·원자재 가격 급등·고금리 등 삼중고에 시달렸지만, 이번 인상으로 '고임금'이라는 사중고까지 맞아 사업을 접어야 할 지경"이라며 "이번 결정은 근근이 버티는 소상공인을 벼랑 끝으로 밀어내는 결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저임금 산출 기준에 사용자 지불 능력이 반영되고, 업종·지역별 차등화가 이뤄지는 날까지 생존권 사수 투쟁에 앞장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환석 이창우 기자 che@ido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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