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일색 과거로 돌아간 경남 정치구도
공존 혁신 없다면 2년 뒤 총선 때는 과연

'흐르는 것이 어디 사람뿐이냐. 우리들의 한 시대도 거기 묻혀 흘러간다. 저기 우산 속으로 사라져 가는구나. 입술 굳게 다물고 그렇게 흘러가는구나.' 정태춘이 부른 노래 '92년 장마, 종로에서' 한 구절이다.

지루한 장마가 이어지고 있다. 눅눅한 몸뚱이를 비틀어 짜면 물이 뚝뚝 떨어질 듯하다. 대선에 잇단 지방선거는 끝났다. 바람은 심하게 불었고 세상은 바뀌었다. 먹구름 잔뜩 낀 하늘처럼 세상은 밝지 않고 얄궂다.

경남 정치구도는 과거로 돌아갔다. 도지사와 시장·군수 18명 중 17명이 보수색이다. 지방자치 부활 이후 역대 경남 지방선거 결과는 보수정당 독점이었다. 대통령 탄핵 바람을 타고 반짝 개혁세력이 선택받은 4년 전 선거를 빼면.

의회도 마찬가지다. 국민의힘이 다수당을 차지했다. 거제시의회만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8명씩 동수다. 도의회는 64석 중 무려 60석, 장악률 94%. 소금 같은 역할을 해온 진보정당도 전패했다. 후보 단일화로 연대했지만 한 명도 당선하지 못했다. 이 정도면 심판이다.

이렇든 저렇든 흘러갈 것이다. 그러나 코로나 2년을 살아냈지만 앞으로 어떨지 알 수 없다. 물가폭등에 온 세계가 난리다. 먹고살기 어려운데 임금인상을 찍어누르는 정부 압박은 강해지고 있다. 시급 1만 원도 안 되는 최저임금을 놓고 저임금 일자리가 날아간다는 소리만 하고 있다.

지역은 더 절박하다. 당선자들은 산업 육성과 일자리 창출을 이야기하지만 그러지 않았던 때가 있었나. 지역소멸을 대처하는 근본 처방 없인 해결할 수 없는 일이다. 국가 정책을 바꾸지 않고선 하부구조 몰락은 공멸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모두 혁신을 내세운다. 기업도 정치권도 너도나도.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다. 갈아엎지 않고선 이룰 수 없다. 그렇지 않으면 혁신일 수 없다. 그래서 정치권의 혁신 논쟁은 볼썽사납다. 공존이 아닌 자기 생존에만 매달린 꼴이라서 더 그렇다. 민생이 중요하다면서 국회는 열리지 않고 있다.

곧 지방정부 새 수장과 의원들이 취임한다. 밑바닥에서 시작하니 부담도 되겠지만 바닥 치고 올라가면 되니 다행일 수도 있겠다. 그들은 '대통령-자치단체장-국회의원-지방의원' 원팀을 자랑하지만 몰락은 일순간이다. 앞으로 장마를 한 번 더 거치고 나면 중간평가를 받는다. 650일 뒤, 2024년 4월에 국회의원 선거가 있다. 누가 웃을 수 있을까.

장마가 제대로 지나가야 1년 농사는 일궈진다. 장맛비에 더러운 것들은 씻긴다. 우리 삶에, 시대에 언제나 장마는 있었다. 비는 개고, 파란 하늘은 열린다. 선택의 날이 오면 다시 심판하고, 또 다른 세상을 맞을 것이다. 2년 뒤 우리는 굳게 다문 입술을 풀고 웃을 수 있을까.

'절망으로 무너진 가슴들 이제 다시 일어서고 있구나. 보라 저 비둘기들 문득 큰 박수 소리로. 후여 깃을 치며 다시 날아오른다 하늘 높이.'

/표세호 자치행정부장 po32dong@ido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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