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업 이 제품 - 에덴룩스 '오투스'

유니콘 기업이라는 말이 있다. 상장 전 기업 가치가 1조 원(약 10억 달러)에 달하는 사례는, 상상 속 동물 유니콘을 보는 일과 같다는 뜻에서 쓰는 말이다. 한국에는 아직 18곳밖에 없다. 중소벤처기업부가 2020년부터 'K 유니콘 프로젝트'를 추진한 까닭이다. 첫 단계는 아기유니콘(기업가치 1000억 원 미만)을 발굴·육성해 예비유니콘(기업가치 1000억 원 이상)으로 키우는 일이다. 그리고, 올해 경남에서도 '아기 유니콘'이 탄생했다. 시력회복 기기 '오투스' 개발기업 '에덴룩스'가 그 주인공이다. 전국 60여 개 기업 중 경남에서는 유일하게 뽑혔다.

"에덴동산의 '에덴', 빛이라는 뜻이 있는 라틴어 '룩스(LUX)'를 따 기업 이름을 지었습니다. 인간의 눈이 가장 좋았을 때는 아무래도 막 태어난 순간이겠죠. '에덴동산에서 처음 빛을 봤을 때로 시력을 돌려놓자'는 뜻을 담았습니다."

지난 23일 창원 한국전기연구원 연구동에 입주해 있는 에덴룩스 사무실에서 박성용 대표를 만났다. 이 기업은 시력회복 훈련기기 '오투스'를 개발했다. 머리에 쓰는 형태(헤드마운트 형)로, 직접 써 보니 안경을 쓴 사람도 쓸 수 있을 만큼 눈 부분 공간이 넓었다. 작동 버튼을 누르자 시야가 흐려졌다 선명해지기를 반복했다. 기기 내 렌즈 10개가 계속 교체되면서 생기는 현상이다. 사용법은 간단하다. 기기 착용 후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보는 등 어딘가에 5~10분만 집중하면 된다.

 

의사 박성용 대표 경험서 착안
시력회복훈련기 오투스 개발
상장 없이 높은 기업가치 인정
올해 경남 유일 '아기 유니콘'

◇눈 근육 훈련, 입증된 회복 효과 = '라식' '라섹' 등 시력교정 수술이 널리 퍼진 한국에서, '기계로 시력을 회복한다'는 개념은 낯설다. 하지만, 박 대표는 매일 사용하면 몇 개월 만에 시력 교정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단언했다. 입증할 자료도 나왔다. 한 대학병원과 진행한 임상시험 결과. 3개월 동안 기기를 사용한 환자들의 시력이 평균 0.2 정도 올라갔고, 곧 결과 발표를 앞두고 있다. 박 대표는 "임상시험 기간이 한정적이었지만, 더 오래 착용할 경우 추가 회복 효과가 있었던 사례도 많다"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대체 원리가 뭘까?

사람의 눈 안에도 근육이 있다. 이 중 외안근은 상하좌우로 안구를 움직이고, 내안근은 수정체를 수축·이완시켜 망막에 상을 맺도록 돕는다. 박 대표는 "내안근 중 하나인 수정체 조절근도 다른 근육과 마찬가지로 이완·수축 상태를 유지하고 있으면, 제 기능을 못한다"라며 "가까운 물체를 보는 빈도가 높은 사람은 조절근이 수축한 상태로 경직될 확률이 높다"라고 말했다.

▲ 박성용 에덴룩스 대표가 한국전기연구원 연구동 사무실에서 자사 시력회복기기 '오투스'를 설명하고 있다.   /이창우 기자
▲ 박성용 에덴룩스 대표가 한국전기연구원 연구동 사무실에서 자사 시력회복기기 '오투스'를 설명하고 있다. /이창우 기자

문제는 수정체 조절근은 자신의 의사로 조절할 수 없다는 점이다. 다른 부위와 달리, 이 근육은 초점거리 변화에 따라 반사적으로만 움직이는 '불수의근'이다. 굽힌 팔은 펴서 이완할 수 있지만, 수정체 조절근은 초점거리가 계속해서 바뀌어야만 수축·이완이 가능하다. '오투스'는 초점거리가 다른 렌즈를 계속 교체해주면서 조절근을 움직여준다. 조절근이 풀릴수록 다양한 초점거리에서 선명한 상을 맺을 수 있다. 즉, 시력이 좋아진다는 의미다. 백내장·녹내장 등 근육이 아닌 망막 관련 질환이 아니라면 회복할 수 있다.

◇40년 검증된 훈련법을 기기 하나에 = 눈 근육을 훈련해 시력을 회복한다는 개념은 이전부터 있었다. 국내에서는 생소하지만, 미국이나 유럽 의학계는 1980년대부터 '비전테라피'라는 이름으로 연구를 진행해왔고, 임상 결과도 유의미하게 쌓였다. '검안사'라는 관련 전문직종도 있다. 한국에서는 안경사가 하는 시력검사를 도맡고, 눈 근육 훈련 치료도 한다.

박 대표가 이 분야에 관심을 둔 계기는 그 자신이 당한 사고 때문이었다. 경상국립대 의대 출신인 박 대표는 2011년 군의관 복무 중, 경추 치료 목적에서 근육이완제를 맞았다. 바로 그날 관사로 퇴근하려 운전을 하는데, 앞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이완제가 국소 부위에만 영향을 미쳤어야 하는데, 눈 근육까지 마비시켜 버린 탓이다. 현대 의학으로는 방법이 없고 약물 반감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는 처방도 받았다. 라식수술 이후 시력이 좋았던 그였지만, 0.3까지 떨어져 안경을 써야 하는 처지가 됐다. 온갖 국외 논문까지 찾아보다 접한 개념이 국내에 생소했던 '비전테라피'다. 눈 근육 훈련으로 시력 1.0을 되찾았고, 이는 박 대표 인생 경로를 바꿔 놓는 사건이 됐다. 박 대표는 "막상 스스로 치료를 받아 보니, 왜 이런 개념이 아직 잘 알려지거나 보급되지 않았을까 하는 의문점을 가지게 됐다"라고 말했다.

여기에는 여러 요인이 있다. 국내에 검안사라는 제도가 없는 점, 접한다 하더라도 훈련 비용이 상당히 비싼 점, 라식·라섹 등 시력교정수술이 확산해 있는 점 등이다. 박 대표는 이 같은 문제점을 극복해보고 싶다는 의지로 2016년 에덴룩스를 창업했다. 오투스라는 제품 하나에 '비전테라피' 정수를 담아낸 것이다. 제품 구현 단계에서는 한국전기연구원 전문가들과 제어 분야(렌즈 조절)를 공동연구하고, 기술을 이전받았다. 지금은 더 발전한 기술을 쓰고 있지만, 시제품 구현 단계에서 없어서는 안 될 협업이었다.

 

수정체 조절근 강화 돕는 원리
시력회복 효과 임상시험 입증
2년간 1만 대 판매·수출 많아
올해 미국 등 40∼50억 매출 기대

◇맨땅에서 일궈나간 시장 = 현재 국내는 물론, 세계 시장에도 '오투스'와 비슷한 제품을 만들어내는 경쟁사가 없다. 없는 시장을 바닥부터 다져나가는 셈이다. 반응은 나쁘지 않다. 5년 연구 끝에 2020년 본격 시장에 내놓은 오투스는 현재까지 1만 대 이상이 팔렸다. 지난해에는 20억 원 매출을 기록해 처음으로 손익 분기점을 넘겼고, 올해는 반기 매출만 20억 원이다. 박 대표는 "이 중 상당 부분이 국외 수출 물량으로, 일본인들이 시력교정 훈련에 관심을 보여 매출 비중이 높다"라고 말했다. 이미 비전테라피라는 분야가 대중에게 각인된 미국·유럽 시장에서는 더 좋은 반응을 끌어낼 가능성이 있다.

박 대표는 "하반기 미국 시장 진출도 앞두고 있어 올해는 총 40~50억 원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가 연수했던 뉴욕주립대 병원이 검안학으로는 가장 유명한 곳"이라며 "그곳에서 안과학·검안학자들이 공동으로 임상 연구를 진행해서 현지 시장을 설득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 오투스 패키지 모습. /에덴룩스 누리집 갈무리
▲ 오투스 패키지 모습. /에덴룩스 누리집 갈무리

오투스 가격은 40만 원 초반으로 저렴하지는 않다. 하지만, 이 제품은 가족 구성원이 몇 명이든 함께 사용할 수 있는 범용성을 갖췄다. 각자가 처한 생활 환경·시력 퇴행 정도가 다른 만큼 측정·관리 방법도 달라야 하는데,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개인별 맞춤 사용이 가능하다. 라식 수술을 이미 받은 사람이라도 효과를 볼 수 있다. 개인마다 다르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찾아오는 근시퇴행 등 부작용을 억제해주기 때문이다. 에덴룩스는 수술 교정이 보편화한 한국에서도 충분히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보고, 국내 홍보도 강화해나갈 계획이다.

박 대표는 "2017년 스마트폰 보급 이후 근시퇴행률이 급격히 높아졌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된 일이 있다"라며 "에덴룩스 임직원들은 이 나쁜 추세선을 꺾어 보겠다는 목표로 달릴 것"이라고 밝혔다.

/이창우 기자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