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가부 다문화가족 실태조사
경남 10년 새 4배 이상 증가
자녀 양육·학습지도 어려움
한국어·문화 이해 교육 등장
벽·경계 허무는 다양한 사업
도교육청 차별 없는 성장 지원

최근 여성가족부는 2021년 실태조사를 바탕으로 다문화 청소년 학령기 지원 필요성이 커졌다는 의견을 냈다. 다문화가족의 자녀 10명 중 4명 이상이 만 9~24세 청소년으로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경남에도 다문화 학생은 해마다 늘고 있다. 다문화시대란 말이 낯설지 않은 요즘 경남교육청은 다문화 학생을 위해 어떤 지원을 하고 있을까.

◇한국어·학습 어려움 = 여가부는 '2021년 전국 다문화가족 실태조사' 결과 자녀 양육과 관련해 만 5세 이하 아이는 '한국어 지도(26.8%)', '긴급 돌봄(20.5%)' 등이 어렵다는 응답이 높았고, 만 6세 이상 아이와 관련해서는 '학습 지도(50.4%)'가 가장 어렵다고 했다.

전국 다문화 가족 내 만 9~24세 청소년 비율은 43.9%로 나타났다. 다문화가족의 자녀가 고등교육기관(대학)에 진학한 비율은 40.5%로, 전체 국민(71.5%)과 비교했을 때 격차가 매우 컸다.

▲ 지난달 20일 세계인의 날을 맞아 하동 악양초에서 한 학생이 베트남 전통 의상을 입어보고 있다.
▲ 지난달 20일 세계인의 날을 맞아 하동 악양초에서 한 학생이 베트남 전통 의상을 입어보고 있다.

다행인지 다문화가족 자녀가 학교폭력과 차별을 당한 경험은 점차 감소하는 추세로 나타났다. 다만, 다문화가족 자녀를 차별한 사람은 '친구(69.2%)', '선생님(20.2%)' 등 순으로 높았다.

다문화가족 내에서 아버지와 전혀 대화하지 않는 자녀는 10.5%로 증가세를 보였고, 어머니와 대화 시간도 줄어드는 경향이 나타났다.

최근 10년 사이 다문화학생은 크게 늘었다. 특히 경남은 다문화 학생 수 증가세가 전국 평균보다 가파르다.

통계를 보면 경남지역 다문화 학생은 2012년 3067명에서 2021년 1만 2316명으로 10년 사이 4배 넘게 증가했다. 전국적으로는 같은 기간 4만 6954명에서 16만 58명으로 3.4배 늘었다.

도내 다문화 학생은 지난해 기준 창원(21%·2593명), 김해(17.1%·2106명), 진주(9%·1111명), 양산(8.5%·1051명), 거제(8%·996명) 등 순으로 많다. 나머지 시군에는 적게는 150여 명, 많게는 600여 명이 거주하고 있다.

◇학교서는 어울림 활동 = 도내 곳곳에서 다문화 학생과 함께하는 활동이 펼쳐지고 있다.

김해 진영제일고는 지난달 세계인의 날(5월 20일)을 맞아 18·20일 다문화 교육주간을 운영했다. 진영제일고는 전교생 중 13%가 다문화 학생이다.

진영제일고는 다문화 친화적 공동체 의식을 키우고자 가정에서 실천할 수 있는 '다양성과 포용 실천하기' 캠페인, 다문화 학생 진로 모색을 위한 '다같이 진로 체험', 세계인의 날 '서로 다른 문화 만남' 등 행사를 열었다.

행사 때 다문화 학생에게서 세계인의 날 홍보 물품을 받은 한 학생은 "도움을 주고 배려해야 하는 대상으로 여겼던 다문화 학생이 이런 행사를 주도적으로 이끄는 모습을 보면서 똑같은 학교 구성원 중 하나라고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하동 악양초교도 지난달 16~20일 다문화 체험 교육주간을 운영하면서 베트남은 어떤 나라인지 알아보고, 베트남 국화인 연꽃을 만들어보는 체험 활동 등을 했다. 한 다문화가정 학생은 "엄마 고향 말로 이야기하는 법을 배우고 연꽃도 만들어보니 신났다"고 말했다.

거창유치원은 지난 15일 학부모와 교원을 대상으로 '다문화 인식 개선' 연수를 열었다. 김현주 진주교대 교수가 다문화 사회 이해와 교육, 공존과 동행을 위한 질서와 약속 등을 강의했다.

연수에 참여한 한 학부모는 "그동안 갖고 있던 잘못된 인식을 반성하는 시간이 됐다. 아이와 함께 실천할 방법을 생각해보게 됐다"고 말했다.

◇다양한 정책 사업도 = 경남교육청은 '다문화교육센터'를 중심으로 학교와 지역사회 연계를 통해 '다 같이 배우고, 다(多)가치 기르는 어울림교육'이 널리 퍼지도록 유도하고 있다. 다문화 학생을 위한 다양한 정책 사업도 추진 중이다.

한국어가 서툰 다문화 학생을 위해서는 특별 학급을 편성해 주당 10시간 이상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올해 기준 초등학교 11곳과 중학교 7곳에 합계 26학급이 편성돼 있다. 특히 '찾아가는 한국어 교육'으로 특별학급이 꾸려지지 않은 학교의 다문화 학생 모임을 꾸려 3~6개월 집중 교육을 하고 있다. 한국어·한국문화 이해 교육은 기존 100시간에서 200시간으로 확대했다.

▲ 지난달 20일 김해 진영제일고에서 열린 세계인의날 행사 .  /하동 악양초교·김해 진영제일고
▲ 지난달 20일 김해 진영제일고에서 열린 세계인의날 행사 . /하동 악양초교·김해 진영제일고

또 한국어 교육을 비롯해 다문화 학생에게 필요한 기초학력, 진로·적성, 심리·상담, 이중언어교육 등을 지원하고 있다.

더불어 올해 10회째를 맞는 이중언어말하기대회, 다문화 그림그리기 대회 등을 열어 다문화 감수성을 높이는 사업도 하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다문화 학생과 비다문화 학생이 어울릴 수 있도록 '다가치 어울림'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학기별로 2회씩 역사문화탐방, 진로직업교육 등을 함께 하면서 정서적 안정을 꾀하는 것이다.

최근에는 다문화 학생을 위해 학생생활 규정 등을 영어, 베트남어, 중국어, 필리핀어, 일본어, 러시아어 등 6가지로 번역한 <학생의 권리와 의무, 아는 만큼 누릴 수 있어요> 책자를 각 학교에 배포했다. 다문화 학생이 학교에 더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취지다. 구강 검진과 치료가 필요한 다문화 학생(중학생)은 박윤규치과의원(창원시 마산회원구)에서 무료로 진료를 받을 수도 있다.

/김희곤 기자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