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정성훈·민주당 이묘배 씨, 양산시의회 나란히 진출
'정당 효과 당선' 공감하면서도 홍보 수단 부족한 현실 토로
정, 지역소멸 해법 제시 포부... 이, 교육·문화 환경 개선 각오

양산에서 20대 청년 정치인 2명이 나란히 시의회에 진출해 눈길을 끌고 있다. 경남 최연소 기초의원 당선자 정성훈(22·국민의힘) 씨와 경남 최연소 여성 기초의원 당선자 이묘배(29·더불어민주당) 씨가 주인공이다.

정 당선자는 부경대 정치외교학과에 다니고 있다. 그는 애초 무소속으로 출마를 선언했지만 과거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당원으로 활동했다는 사실을 알고 윤영석 국회의원이 청년 인재로 영입했다. 국민의힘 후보로 가 선거구(물금읍 범어리)에 출마한 그는 '준비된 혁신전문가'를 자처했다.

이 당선자는 물금읍에서 4년째 논술학원을 운영해왔다. 지난 4월 결혼을 앞두고 출마를 결심했다. 새내기 신부이자 예비부모인 그는 나 선거구(물금읍 증산·가촌·물금리, 원동면)에서 '교육문화전문가'를 내걸고 신혼여행 대신 선거운동에 전념했다. 두 사람 모두 출마 과정이 남다르다.

◇정치 입문 동기 = 정 당선자는 "고등학교 때 정치에 관심을 두게 됐다. 부모님이 열심히 일을 하시는데도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못한 이유를 고민하다 사회적 시스템이 문제라는 생각을 했다"며 "나 혼자 잘 먹고 잘사는 세상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 조금 의미 있는 삶을 살려면 판을 벌여 '모두가 잘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 보자'는 생각으로 출마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전공을 정치외교학으로 정한 이유기도 하다.

이 당선자는 "거창한 계기보다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하다 보니 정치철학도 빼놓을 수 없었다. 철학을 좋아하는 이유는 내면을 단단하게 하기 때문인데 아이들이 혼란을 겪는 시기에 철학교육을 시작했더니 확실히 단단해지는 게 보였다"며 "자존감이 낮고 사비를 들여 교육을 받을 수 없는 친구들을 위해 다른 방법을 더 고민해야겠다고 생각하던 차에 정치를 한 번 해보자는 마음이 생겼다"고 말했다. 그가 선거운동 내내 '교육'과 '문화'를 강조한 배경이다.

◇인물 아닌 정당(기호) 덕이라는 평가 = 정 당선자는 2018년부터 자유한국당에서 청년 활동을 했다. 그는 "이번 출마는 정치인이 아니라 청년으로 도전이었는데 과거 활동을 알고 연락이 와 국민의힘 후보로 출마하게 됐다"며 "보수주의는 따뜻한 공동체 실현,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 실천 두 가지 의제라고 보는데, 잘살 기회를 주고 그들의 노력을 인정하고 그것을 통해 사회적 약자를 돕는다는 이념에 매료돼 다시 입당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 당선자는 "민주당 가치 가운데 '포용'을 가장 좋아한다"며 "포용이라는 단어는 '가능한 많은, 더욱 많은'이라는 의미가 있기 때문에 100% 모두 행복한 것이 불가능하다면 최대한 많은 사람이 행복해질 방법을 찾자는 가치관을 갖고 민주당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두 당선자는 이번 선거에서 각 정당 기호 '가'를 받았다. 청년 정치인으로 경쟁력을 보여줬다기보다 정당(기호) 효과가 더 컸다는 지적에 모두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는 문제 제기"라고 공감했다.

정 당선자는 "4년 의정활동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4년 뒤에 '저 후보를 뽑기 잘했다'는 생각이 들도록 열심히 해야 한다. 그러지 못한다면 청년 정치인, 나아가 청년에 대한 기성세대 반감을 다시 살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당선자는 "정당 선호도를 벗어날 수 없다고 생각하지만 청년을 선택한 것은 국민 마음이 반영됐다고 본다"며 "그동안 이념적 갈등으로 정치가 이뤄졌는데 국민은 이념 갈등을 덜 겪은 세대인 청년을 선택해야 생활밀착형 정치가 도래한다는 뜻으로 일을 맡긴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 경남 최연소 기초의원인 정성훈(왼쪽) 당선자와 경남 최연소 여성 기초의원인 이묘배 당선자가 '20대 청년정치'를 의회에서 실천할 것을 다짐하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현희 기자
▲ 경남 최연소 기초의원인 정성훈(왼쪽) 당선자와 경남 최연소 여성 기초의원인 이묘배 당선자가 '20대 청년정치'를 의회에서 실천할 것을 다짐하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현희 기자

◇선거 과정 어려움 = 이 당선자는 "청년이어서 힘들었던 것은 도움을 받을 사람을 구하는 일"이라며 "게다가 양산이 고향이 아니다 보니 응원하고 지지해준 사람은 많지만 선뜻 '내가 해줄게, 도와줄게'라며 나서는 사람을 찾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이어 "가장 큰 어려움인 선거비용은 한 달 전 결혼식에서 받은 축의금으로 겨우 마련했다"고 덧붙였다.

정 당선자는 "능력을 검증할 수 있는 절차나 홍보 수단이 없다는 현실은 청년들에게 더 불리하게 작용한다"며 "단체장 선거만 하더라도 토론 등을 통해 공약 현실 가능성이나 포부를 밝힐 수 있지만 기초의원은 유세차, 명함 같은 걸어온 길만 알릴 수 있는 것이 대부분이라 청년의 유능함을 알릴 방법이 없다"고 했다.

이 당선자 역시 "공감한다. 정당에서 당원을 많이 모집한 사람을 우선 인정하는 분위기가 있는데 청년에게 불리할 수밖에 없다. 그런 부분이 후보 자격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작용하는 게 답답했다"고 했다.

◇청년의원, 의정활동 목표는 = 정 당선자는 "청년 문제를 지금까지 사회적 약자 배려 개념으로 봤다"며 "청년이 유입된다는 것은 지역사회 저출산·고령화를 방지할 수 있고, 경제 활성화의 동력이 된다. 청년은 사회적 약자가 아니라 지역소멸 문제 해결의 열쇠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해법을 제시하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 당선자는 "시의원으로 지역구 주민 삶을 윤택하게 만드는 일이 우선이다. 주민 삶 전체를 송두리째 바꿀 수 없지만 소소하게 '정말 양산 살기 좋다'고 느낄 수 있는 변화를 먼저 이루고 싶다"며 "일상을 살며 자기 행복과 긍정을 할 수 있는 교육·문화 환경을 다양하게 만들어 주민 삶이 풍성해지는 게 최고 목표"라고 말했다.

이 당선자는 "여성이고 청년이긴 하지만 아이들과 어른을 연결하는 위치에 있다고 생각한다. 20대가 모든 세대 가교 역할을 맡아야 한다"며 "20대 정치인이 가져야 할 자세는 유연함과 어디에 갖다 놔도 의견을 얘기할 수 있고 아이디어를 제시할 수 있는 '세련된 정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당선자 역시 "우리 사회가 너무 고정관념에 박혀 있다"며 "청년이 할 수 있는 일은 세대·성별 등 고정관념을 부수고 가교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점에서 생각이 같다. 사회 저변에 깔린 갈등을 해결하는 것은 청년 세대가 잘할 수 있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정치를 꿈꾸는 20대에게 = 정당과 성별이 다르지만 '20대'라는 공통분모로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두 사람은 무거운 책임을 공감했다. 그리고 정치를 꿈꾸는 또 다른 20대에게 "도전하라"고 응원했다.

정 당선자는 "군대 적금과 원룸 보증금으로 선거를 치르면서 혼자 발로 뛰었다"며 "선거에서 꼭 이겨야 하는 싸움으로 생각하다 보니 청년에게 유독 진입장벽이 높다고 생각하는데 청년이라면 실패해도 다시 일어설 힘이 있으니까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생각 대신 일단 부딪쳐보라"고 말했다.

이 당선자는 "정치를 꿈꾸는 사람이라면 언제나 정의로운 사회, 자유로운 사회를 꿈꿀 것 같다"며 "정의가, 자유가 어떤 것인지 한 번쯤은 구체적으로 생각해야 출발 자체가 쉬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출발이라는 게 어디에 출마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막연하게 아이들이 행복한 세상을 꿈꾸는 것이 아니라 내가 진짜 원하는 분야를 조금씩 바꿀 수 있는 작은 것부터 고민한다면 자신 있고 당당하게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현희 기자 hee@ido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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