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업 이 제품 - 고성군 고자미 영농조합법인

고성군 고자미 영농조합법인은 참깨와 들깨를 재배해 기름으로 만든다. 고자미는 마을기업이기도 해 지역민과 기업을 꾸려나간다. 고성의 옛 지명 고자미에 '예부터 사랑받는 맛(古慈味)'이라는 새로운 의미를 더해 2020년 설립했다. 권정구(57) 대표는 비교적 이른 퇴직을 하고 20년간 산 고성군에서 노후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때 동네 휴농지에 쓰레기가 잔뜩 널려있는 걸 봤다. 동네를 쓰레기장으로 만들 수 없어 고자미를 설립했다. 그리고 1년 뒤 경남관광기념품공모전 대상 수상 후 매출이 10배가량 뛰었다. 말 그대로 대박이 터진 것이다. 단기간 성장을 일궈낼 수 있었던 방법은 배우고자 하는 마음이었다.

◇매출 10배가 뛰는 대기록 얻다 = 2020년 8월, 법인을 설립하고 제품 품질을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었던 때였다. 그해 매출은 1500만 원 정도였다. 권정구 대표는 설립 초기라 크게 연연해하지 않았다.

▲ 권정구(왼쪽 첫째) 고자미 영농조합법인 대표와 직원들.  /주성희 기자 <br /><br />
▲ 권정구(왼쪽 첫째) 고자미 영농조합법인 대표와 직원들. /주성희 기자

지난해 5월, 제24회 경남관광기념품 공모전을 알게 됐다. 큰 기대는 없었다. 공부할 기회라 보고 1차 접수 마감일에 서류를 제출했다. 148개 단체 중에서 1차 심사 입상작은 19개 제품이었다. 고자미는 1차 심사에서 '동상이상'이 확정된 결과를 받았다. 기대하지 않았던 심사 통과에 권 대표는 적잖이 놀랐다고 했다. 2차 심사에서 심사위원들은 입상작에 보완점을 조언으로 덧붙였다. 권 대표는 "보완점을 곧바로 적용해 2차 심사에 임했고 대상을 탔다"고 말했다. 권 대표는 고자미 참기름·생들기름 제품 우수함과 더불어 보완점을 적극 수용했기에 대상을 받을 수 있었다고 봤다.

 

참기름·생들기름 등 생산 업체
창업 1년만 공모전서 대상 수상
판로 활짝 열려 매출 10배 껑충

주민들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

공모전 대상 수상 후 고자미 매출은 급등했다. 창원상공회의소를 시작으로 경남무역협회, 경남대학교 등에서 주문을 했다. 권 대표는 "공모전 수상 영향이 60% 이상 미친 것 같다. 설립한 지 1년이 채 안 된 단체를 어떻게 알았겠느냐. 게다가 대상 수상작이라 구매자들이 제품을 신뢰했다"고 말했다.

권 대표는 공모전에 참여해 100개가 넘는 관광기념품 출품작을 보며 많이 공부하고 깨달았다고 했다. 권 대표는 "창업자들에게 올해 6월에 있을 관광기념품 공모전에 도전해보길 권유한다. 수상 욕심보다 다른 기업을 공부한다는 마음가짐이면 된다"고 말했다. 고자미는 2021년 매출 약 1억 7000만 원을 달성했다. 권 대표는 "자체 노력 40%, 공모전 효과 60%가 맞물려 매출 10배 성장을 기록했다. 기업 성장을 1년 정도 앞당겨줬다"고 말했다.

공모전을 개최한 경남관광재단 후속 관리, 창원컨벤션센터 내 관광기념품점 전시가 효과를 얻어 단체 주문뿐만 아니라 농협 하나로마트, 대형마트에 입점하는 기회를 얻었다.

현재 고자미 참기름·들기름은 △고성농협 파머스마켓 △고성축산농협 하나로마트 △통영농협 하나로마트 △새통영 하나로마트 죽림점 △거제축협 상동지점 △거제축협 옥포지점 △거제 둔덕농협 △진주 남부농협 △부산 금정농협 본점에 입점해있다.

서울 시내 하나로마트에도 조만간 입점할 예정이다. 온라인으로 네이버 스마트 스토어, 위메프 등에서도 구매할 수 있다.

대형마트 입점 기회를 코앞에 두고 권 대표는 한 발짝 뒤로 물러섰다. 권 대표는 "대량 생산할 만큼 여력이 안 됐다. 한다 해도 직원들 희생시키는 일이 될 게 뻔했다. 설비가 갖춰지면 입점하겠다고 보류한 상태"라고 말했다.

▲ 권정구(왼쪽 첫째) 고자미 영농조합법인 대표. /주성희 기자

◇우수한 제품이 기업의 토대 = 대상 수상 1등 공신은 고자미 참기름·생들기름이다. 보통 깨는 300℃에서 볶는다. 참깨는 온도를 높여 볶아 짜낼수록 기름이 많이 나오고, 향이 강하고 색은 어두워진다.

고자미 참기름은 노란색빛을 띤다. 170~175℃ 사이에서 볶는다. 깨 1㎏을 볶으면 기름 500㎖를 추출하니 가성비는 낮다. 하지만, 발암성분인 벤조피렌은 검출되지 않는다. 한 달에 한 번씩 검사하는데 검출된 적이 없다. 권 대표는 "소비자가 비싼 돈으로 사먹는데 건강하고 안전한 식품을 제공해야 하지 않느냐"며 제품 품질은 기본 중 기본이라고 했다. 권 대표는 볶은 깨를 만져보고 상태를 알아차리는데 고자미 조건에 미치지 않으면 전량 폐기한다. 짜내고 나서도 색깔, 향이 다르다면 마찬가지로 폐기한다. 가성비와 이익만 따져 기름을 짜내는 순간 고자미 품질이 떨어진다고 믿는다.

고자미는 볶지 않은 생들기름을 생산한다. 들깨를 12시간 정도 바람으로 건조한다. 생들기름은 탁함이 없고 맑은 노란빛을 띤다.

 

원료·온도 등 품질 향상에 투자
스틱 형태 제품 상용화 준비 중
동네 휴농지 활용한 마을기업

원물인 들깨, 참깨가 고성군에서 나는 국내산이다. 깨가 부족할 때는 경북 안동에서 구매한다. 권 대표는 중국산이 국내산의 4분의 1 가격이라는 것, 고온 압착했을 때 많은 양을 생산할 수 있다는 걸 안다. 하지만 국내산과 저온 압착 방식을 고집한다.

고자미 참기름·들기름은 음식에 넣어 먹어도 충분하지만, 보양식품처럼 먹을 수 있게 하고자 한다. 작은 포에 담아 스틱형으로 제작했다. 디자인 등 마지막 단계를 거치면 상용화할 예정이다. 공복에 한 포씩 먹으면 변비를 완화하는 등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거라 본다.

◇휴농지 살려 어르신들 일하게 = 고자미는 참기름·생들기름 생산업체면서 마을기업이기도 하다. 마을기업은 지역 농산물로 지역민과 함께 기업을 일구는 형태다. 마을기업에서 특산물이 탄생하기도 한다.

권 대표는 2001년에 고성군으로 이사와 지금까지 살고 있다. 제2의 고향인 셈이다. 퇴직하고 와 보니 휴농지에 널브러진 쓰레기가 마음에 걸렸다. 밭을 쓰레기통으로 만들지 않으려면 농사를 지어야 했다. 중국산 참기름, 들기름이 판을 치니 안전한 먹을거리를 제공해야겠다 싶어 참깨 농사로 시작했다.

권 대표는 고성군 내에서 마당발이다. 주민자치회, 소방대, 새마을지도자, 고성 마을 활동가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러면서 어르신들 생활을 들여다보는 게 일이 됐다. 권 대표는 "어느 날 노인정에 무료하게 앉아 계신 어른들을 보니 일거리 필요성을 실감했다. 그때 휴농지를 활용해야겠다, 마을기업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휴농지에 농사짓고 깨를 수확해 기름으로 만들고, 포장하는 등 많은 공정을 지역 어르신과 함께한다. 하루에 인력 1인이 일하는 게 일자리 1개라고 치면 올해는 1500여 개 일자리를 창출해낸다.

고자미에서만 아니라 고성산림조합과 업무협약을 맺어 고사리 수확, 건조, 포장 등 업무를 하게 됐다. 마을 인력으로는 부족해 지역 자활센터에 인력 문의를 했다.

권 대표는 "지역 거주 노인 5명이라도 고자미에서 일하며 활력을 얻길 바라는 마음에서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사회적경제기업을 운영하려면 대표자의 희생이 필요하지만 그보다 더 필요한 건 의지와 자본이다. 예비 창업자에게 마음가짐을 굳세게 갖지 않았다면 뛰어들지 말라고 조언할 정도다"라고 말했다.

권 대표는 인터뷰 끝에 "7년 내 매출 5억 원을 달성하고자 한다. 고자미가 안정기에 접어들 때까지 밤낮 고민을 멈추지 않을 테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주성희 기자 hear@ido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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