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편내편 사회적경제 (1) 경남 사회적경제는 어떤가요?

농업·제조업서 육성 가능 강점
하동 '에코맘' 연매출 100억 원
다양한 형태 기업 발달 가능성

사회적경제는 2007년 사회적기업육성법 제정으로 제도권에 들어왔다. 사회적인 것과 경제, 기업은 어쩌면 어울리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육성법이 제정된 지 15년이 흘렀고, 경남 도내 사회적경제기업은 1000개를 훌쩍 넘었다. 어느덧 우리 삶에 사회적경제가 한 발짝씩 들어오고 있다. 사회적경제기업은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경제적 활동을 하는 기업을 일컫는다. 사회적경제는 경쟁보다는 공생을, 성과보다는 가치를 따른다. 시민들의 격려와 응원이 필요하다. 네 편, 내 편 우리 모두의 편이다. <경남도민일보>는 이런 사회적경제 실태를 독자들에게 바로 알리고자 도내 사회적 경제의 현주소를 짚어보고 광주, 충북, 강원, 전북 지역 사회적기업과 중간지원조직을 찾아 모범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경남 도내 사회적경제를 밑받침하는 조직은 도 사회적경제추진단과 중간지원조직이다. 도내 사회적경제기업을 통합 지원하는 중간조직기관은 경남사회적경제통합지원센터다. 센터는 교육, 컨설팅, 설립 지원, 사업화 지원, 판로개척 지원, 정책개발 등을 한다.

신동철 경남사회적경제통합지원센터장과 김기형 부센터장을 만나, 도내 사회적경제의 현재와 미래를 그려봤다.

◇경남이 가진 자산 = 김 부센터장은 에코맘을 사회적경제기업 우수 사례로 들었다. 하동군 '에코맘'은 연매출 100억 원을 달성한 사회적경제기업이다. 매출 100억 원 달성이 어려운 환경인데도 잘 성장한 반가운 기업이다. 경남은 에코맘처럼 농업과 제조업 분야 사회적경제 육성이 가능한 점이 큰 강점이다. 광역시가 가질 수 없는 장점이다. 이는 공동체 기반이 사회적경제가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센터는 농업중심인 서부 경남에서 발전가능성을 엿보고 있다. 농업과 사회적경제가 결합하면 또 다른 형태 기업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신 센터장은 "센터가 운영하는 도민 아카데미를 창원, 진주에서 열었다. 이젠 군 단위 지역에 직접 찾아가는 도민 아카데미를 열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도민 아카데미는 사회적경제 개념과 의미, 가치, 선례를 강의로 전달하는 사업이다.

각 시군에는 사회적경제에 관심 있는 숨은 예비 기업가가 많다. 신 센터장은 이들에게 전문적인 조언과 자문이 지원되면 성장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센터는 사회적경제를 알리는 것과 동시에 실태를 자세히 조사해 정보를 쌓아 앞으로 정책에 활용하고자 한다.

사회적경제혁신타운 9월 개소
정보 공유 등 소통장 마련 기대

◇기대감, 잠재력 큰 사회적경제혁신타운 = 사회적경제혁신타운은 창원시 성산구 대원동 한국산업단지공단 동남권본부전시장을 개조 및 증축해 올해 9월 문을 연다. 사업비는 280억 원. 혁신타운에는 사회적경제기업과 중간지원조직이 입주한다. 제품판매, 홍보장도 조성된다. 경제진흥원, 사회서비스원 등이 입주해 연계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신 센터장은 현재 사회적경제기업들이 분산돼있는데 타운이 조성돼 기업들이 뭉치면 정보가 흘러다닐 것으로 봤다. 사회적경제 핵심 중 하나는 소통, 네트워크인데 타운 안에서 가능하다. 이로써 사회적경제가 확산하는 속도도 빨라질 전망이다. 신 센터장은 "일반 소비자들, 사회적경제를 희망하는 사람들도 방문해 사회적경제를 아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경남도 사회적경제추진단이 운영하는 사회적경제위원회가 지난달 25일 열렸다. 사회적경제 당사자와 전문가가 위촉돼 위원회에 참석했다.

이날 회의에서 혁신타운 운영방식, 건물 개조 방식 등을 의논했다. 참석 위원들은 혁신타운 운영에 숙의과정, 의견수렴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용만 사회적경제추진단장은 "현재 혁신타운 기능이 백화점식으로 나열돼있다. 통합지원기관, 중간지원기관 간 의견수렴으로 역할분담 등을 논의해 구체화하겠다"고 말했다.

▲ 지난 3월 창원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가 운영한 사회적경제 기업 탐방 프로그램 참여자들이 사회적협동조합 한들산들을 방문해 단체 사진을 찍고 있다. /주성희 기자
▲ 지난 3월 창원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가 운영한 사회적경제 기업 탐방 프로그램 참여자들이 사회적협동조합 한들산들을 방문해 단체 사진을 찍고 있다. /주성희 기자

◇ESG경영과 사회적경제기업 = 착하고 선한 기업이라는 이미지 때문인지 사회적경제기업이 ESG경영의 좋은 사례로 꼽힌다.

ESG경영은 환경보호(Environment), 사회공헌(Social), 윤리경영(Governance) 약자다. 기업이 환경보호에 앞장서고, 사회공헌 활동을 하며 법과 윤리를 준수하는 경영활동을 뜻한다.

김 부센터장은 사회공헌과 윤리경영은 사회적경제기업이 필수적으로 해야 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사회적경제기업의 정체성과 다름없다는 것이다. 다만 환경보호는 상품을 개발하는 등 기업마다 고민이 필요하다고 봤다.

김 부센터장은 ESG경영이 사회적경제기업뿐만 아니라 사회적경제 중간지원조직도 충실히 이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해 2월 경남사회적경제종합지원센터 수탁기관이 경남연구원으로 이관됐다. 이 과정에서 구성원 전체가 고용승계된 점이 좋은 사례라고 설명했다.

타 지역에서 중간지원조직 수탁기관이 이관하면서 센터 내 구성원을 해고하고 다른 구성원을 채용하면서 불미스러운 일이 생긴 바 있지만 경남은 예외였다.

◇사회적 가치를 어떻게 매기나요? = 사회적 성과를 측정하는 지표인 사회적가치지표(SVI)가 있다.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은 사회적 성과(60%), 경제적 성과(30%), 혁신 성과(10%)로 나눠 평가한다.

사업활동의 사회적 가치 지향성, 사회적 환원 노력도, 혁신 노력도는 비계량 지표로 전체 지표에서 35%를 차지한다.

사회적경제 발전 여부, 파급효과 등을 따져볼 때 사회적경제기업 '매출'을 따져본다. 특히 재정지원을 받는 기업에는 더 그렇다.

신 센터장과 김 부센터장은 사회적가치를 판단하기란 애매하고 어려운 부분이라고 입을 모았다. 특히 가시적으로 보이지 않는 문화·예술, 서비스 제공 분야는 더 어렵다고 했다.

사회적가치지표가 필요하지만, 그 지표에만 매달릴 수 있다는 허점이 존재한다고 신 센터장은 지적했다. 김 부센터장은 '매출'을 평가 지표에서 배제하자는 뜻이 아니라고 했다. 다만 매출 순이익을 따져, 과도한 노동과 실리적 성과를 요구해 사회적경제 가치가 상실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했다.

사회적 가치 '매출'매몰 경계
"고향기부 답례품으로 활용을"

◇사회적경제기업에 자생력이란? = 사회적경제기업은 3~4년 정도 지원받으면 자생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 매출 전체가 자본금, 기부금으로 이뤄진 기업에 자생력이 부족하다고 평가한다. 하지만 이는 사회적경제 특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사회적경제기업은 사회적 가치 실현에 집중하고, 정부를 대신해 취약계층 취업 등을 책임지고 있다. 김 부센터장은 이것이 사회적경제기업을 배려하고 이해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신 센터장은 사회적경제기업이 지속가능하게 돕는 사업을 설명했다. '고향사랑 기부제'가 그것이다. 이 제도는 도내 시군에 현금을 기부하면 세액공제와 함께 기부금액의 30% 한도 내 상품을 답례하는 제도다. 신 센터장은 답례품을 사회적경제기업 제품으로 우선 선정할 것을 당부했다.

신 센터장은 "경남 사회에 공익성을 알릴 수 있는 답례품을 기부자에게 드린다. 사회적경제 제품, 개념을 알려 가치를 확산할 수 있다. 기업들 판로를 개척해 매출 증진까지 이뤄질 수 있다. 일석 삼조다"라고 말했다.

창원시는 사회적경제기업 제품과 지역농가 농산물로 답례품을 구성키로 결정했다. 행안부는 지난 6일 '고향 사랑 기부금에 관한 법률' 시행령을 입법예고했다. 광역·기초 지자체 조례도 곧 만들어질 예정이다.

용어 설명
사회적가치지표 (SVI·Social Value Index) : 사회적경제기업이 사회적 목적을 가지고 조직운영으로 창출하는 사회적 성과, 영향을 종합적·객관적으로 판단하는 지표.

 

※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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