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통위 0.25%p 상향
8개월 동안 0.5%→1.50% 조정
대출금리 하반기 7% 근접 예상
청년·자영업자 신용 위험 커져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가 14일 기준금리를 다시 0.25%포인트(p) 올리면서 작년 8월 이후 최근 약 8개월 사이 기준금리가 0.5%에서 1.50%로 1.00%포인트나 뛰었다.

이에 따라 대출금리가 딱 기준금리 인상 폭만큼만 올라도 대출자의 이자 부담은 13조 원 가까이 불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더구나 기준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이 커 다중채무자나 20·30세대, 자영업자 등 취약계층과 '영끌'(영혼을 끌어모아 대출)족, '빚투'(빚을 내서 투자)족 등을 중심으로 채무 상환 부담 가중과 소비 위축 등 타격이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가계대출 약 1756조 원…"금융여건 정상화로 청년·자영업자 신용위험 커질 우려" = 기준금리가 높아지면 그만큼 은행 등 금융기관의 조달 비용이 늘어나고, 결국 금융기관이 소비자에게 적용하는 금리도 올라갈 수밖에 없다.

한은의 '가계신용(빚)'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가계신용 잔액은 1862조 1000억 원, 이 가운데 카드 사용액(판매신용)을 제외한 가계대출만 1755조 8000억 원에 이른다.

아울러 같은 달 기준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전체 잔액 가운데 76.1%가 변동금리 대출로 조사됐다.

은행 외 금융기관의 변동금리 비중도 같다고 가정하면, 산술적으로 대출금리가 기준금리와 마찬가지로 0.25%포인트 오를 경우 대출자의 이자 부담은 3조3404억 원(1755조 8000억 원×76.1%×0.25%)이나 불어나는 셈이다.

▲ 주상영(앞) 의장 직무대행이 14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기준금리 결정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뉴스
▲ 주상영(앞) 의장 직무대행이 14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기준금리 결정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8월 금통위가 사상 최저 수준(0.5%)까지 낮아진 기준금리를 15개월 만에 처음 0.25%포인트 올렸고, 같은 해 11월과 올해 1월에 이어 이날 다시 0.25%포인트씩 인상한 만큼, 약 8개월간 늘어난 이자만 13조 3061억 원가량(3조 3404억 원×4)으로 추산된다.

앞서 한은은 작년 9월 기준 가계대출 잔액을 기준으로 기준금리가 각 0.25%포인트, 0.5%포인트 인상되면 가계의 연간 이자 부담이 2020년 말과 비교해 각각 3조 2000억 원, 6조 4000억 원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대출자 1인당 연이자 부담도 289만 6000원에서 각각 305만 8000원, 321만 9000원으로 16만 1000원, 32만 2000원 뛴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이 결과를 바탕으로 추산하면 지난 8개월간 1.00%포인트 인상에 따른 1인당 이자 부담 증가액은 64만 4000원 정도로 예상된다.

더구나 최신 잔액 통계와 변동금리 비중 등을 반영하면 이자 부담 규모는 더 클 것으로 추정된다.

한은은 최근 <금융안정 상황> 보고서에서 "앞으로 완화적 금융 여건이 정상화되는 과정(금리인상 포함)에서 대내외 여건까지 악화하면, 취약 차주의 상환능력이 떨어지고 그동안 대출을 크게 늘린 청년층과 자영업자 취약 차주를 중심으로 신용 위험이 커질 우려가 있다"고 경고했다.

한은은 "비은행권 등 금융기관은 대출 건전성 저하 가능성에 대비해 충당금 적립, 자본확충 노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정책당국도 취약 차주의 신용위험 확대가 금융안정을 저해하지 않도록 금융과 소득 측면에서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선별적으로 지원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미 은행 대출금리 '6%대'…추가 기준금리 인상에 7% 근접할 듯 = 은행은 통상적으로 한은의 기준금리가 오르면 인상분을 예금금리에 거의 바로 반영한다.

대출금리 역시 시차를 두고 서서히 높아질 가능성이 커진다. 기준금리 조정에 따라 전반적으로 상승한 시장금리가 코픽스(COFIX)나 은행채 등 지표금리를 통해 대출금리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지난 2020년 3∼5월 한은이 코로나19 충격을 고려해 두 달 만에 기준금리를 0.75%포인트(1.25→0.50%)나 낮추자 같은 해 7월께 은행권에서는 '1%대' 신용대출 금리까지 등장했다.

하지만 이후 대출금리는 경기 회복과 글로벌 통화 긴축, 인플레이션(물가상승) 기대 등의 영향으로 계속 높아졌다. 특히 최근에는 미국의 빅 스텝(한꺼번에 0.5%포인트씩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 등에 시장금리와 함께 대출금리가 크게 뛰고 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지난 1일 기준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신규 코픽스 연동)는 연 3.550∼5.236% 수준으로, 작년 말(3.710∼5.070%)과 비교해 올해 들어 3개월 사이 상단이 0.166%포인트 높아졌다.

주택담보대출 혼합형(고정형) 금리는 연 3.600∼4.978%에서 4.010∼6.070%로 더 큰 폭으로 올랐다. 최저 금리가 0.410%포인트, 최고 금리는 무려 1.092%포인트나 급등했다.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의 지표로 주로 사용되는 은행채 5년물(AAA·무보증) 금리가 2.259%에서 3.181%로 0.922%포인트 치솟았기 때문이다.

이날 기준금리 0.25%포인트 추가 인상에 이어 시장의 예상대로 올해 최소 두 차례 기준금리가 더 오르면, 대출금리는 상승 속도가 더 빨라져 하반기에는 7%에 근접할 것으로 예상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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