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리클로로메탄 성분이 든 산업용 세척제를 쓰고 급성 간독성 증세를 보인 김해 대흥알앤티 노동자 10명이 근로복지공단에 요양 신청을 했다. 경남 노동계는 대흥알앤티 작업 환경 개선을 촉구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경남지역본부·전국금속노동조합 경남지부 대흥알앤티지회는 17일 근로복지공단 김해지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흥알앤티 사업주는 급성 간 중독 노동자 치료를 보장하고 작업 환경을 개선하라"고 요구했다.

 17일 근로복지공단 김해지사 앞에서 급성 간독성 증세가 드러난 대흥알앤티 노동자와 노동조합이 대흥알앤티에 작업 환경 개선을 촉구하고 있다. /최환석 기자

이날 기자회견에서 급성 간독성 증세를 보인 대흥알앤티 노동자 증언이 나왔다. 입사 5년차로 전처리(예비 처리) 작업을 하는 노동자 ㄱ 씨는 "지난해 세척제를 바꾼다는 말은 들었으나 언제 바뀌었는지는 모른다"며 "일하면서 어떤 물질이 든 세척제를 쓰는지도 잘 몰랐다"고 말했다.

ㄱ 씨는 올해 들어 구역질이 나고 편두통이 심해졌다. 회사에 보고했으나 반응이 없어 따로 병원을 찾아 급성 간독성 질환 진단을 받았다. ㄱ 씨는 황달 증상도 보였다.

ㄱ 씨는 "온몸에 두드러기가 나 간지럽고 답답하지만 간 치료제를 투약하는 터라 다른 약을 복용하지 못한다"며 "내가 왜 아파야 하는지 짜증이 난다"고 말했다. 이어 "세척제 제조업체 문제를 떠나 결론은 대흥알앤티에서 일하다 아픈 것"이라며 "작업 환경이 나아지지 않는다면 일을 하려는 사람이 있겠느냐"고 말했다.

민주노총 경남지역본부는 "산업재해를 입은 노동자가 제대로 치료를 받고 다시 현장으로 돌아가려면 국소배기장치 등 작업환경이 나아져야 한다"며 "대흥알앤티 사업장은 각종 유해화학물질을 다루는 사업장이기에 작업 환경 개선을 최우선으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17일 급성 간독성 질환 진단을 받은 대흥알앤티 노동자 ㄱ(가운데) 씨가 근로복지공단 김해지사 앞에서 작업 환경 개선을 촉구하고 있다. /최환석 기자

한편, 급성 간독성 증세가 드러난 대흥알앤티 노동자는 모두 13명으로 이 중 1명은 내달 출국할 이주 노동자로 집단 요양 신청에서는 빠졌다.

민주노총 경남지역본부는 "금속노조 대흥알앤티지회에서 사용자 측에 이주 노동자 산업재해보상 절차에 협조를 요청했으나 미적지근한 태도"라며 "사측과 고용노동부는 이주 노동자가 제대로 치료받도록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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