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년부터 지휘에 빠진 음악가
창원서 첫 국내 상임감독 시작
"소통·신예 발굴 노력 리더로"
17일 취임 기념 정기연주회

창원시립교향악단 새 지휘자, 김건(41) 예술감독을 지난 10일 성산아트홀 지휘자실에서 만났다. 1월 10일 상임지휘자로 공식 취임한 그는 오는 17일 340회 정기연주회 겸 취임 기념음악회를 앞두고 있다. 그는 단원들과 수평적으로 소통하며, 연주자 발굴과 희소성 있는 곡목 연주 등으로 창원시민에게 더욱 사랑받는 교향악단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아내 고향에서 잡는 지휘봉 = "창원은 전혀 낯설지 않은 도시입니다. 아내가 태어난 곳이고 장인·장모가 여전히 살고 계신 곳이기도 합니다. 어느새 저도 창원이 익숙한 공간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김 감독은 서울에서 태어났지만 유년 시절을 미국에서 보냈고, 유럽·미국을 주무대로 지휘자로 활동해 왔다. 창원시립교향악단 상임지휘자로 국내 활동 첫 시작을 알렸다.

음악인으로서 시민의 높은 관심은 기쁨이자 설렘이다. 창원시립교향악단 정기연주회 객석은 항상 만원이다. 티켓도 예매 시작 1~2시간 만에 대부분 매진된다. 전임자인 김대진 상임지휘자가 지난해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으로 부임하면서 새로운 인물을 찾아나선 창원시로서는 시민 기대에 부응하고자 차기 지휘자 선임에 숙고를 거듭한 것으로 알려졌다.

"창원시민이 클래식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높다는 것을 객원 지휘자로 두 차례 무대에 섰을 때 느낀 바 있습니다. 예술감독이 되고 나서 뜨거운 성원을 보내주셨을 때 감사하고 행복한 일이라 여겼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을 꾸준히 성심껏 하면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 김건 창원시향 예술감독 겸 상임지휘자가 단원들과 함께 공연하고 있다. /창원시립교향악단
▲ 김건 창원시향 예술감독 겸 상임지휘자가 단원들과 함께 공연하고 있다. /창원시립교향악단

◇바이올리니스트 그리고 지휘자 = 다섯 살 때 바이올린을 시작한 김 감독은 어릴 적부터 주변 사람에게 "나는 지휘자가 될 거야"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유를 물으니 군더더기 없는 답변이 돌아왔다. "하고 싶었으니까요."

미국에서 지낼 때 같은 동네에 살던 정경화 바이올리니스트 집에 초대받아 갔을 때도 바이올린을 계속하기를 권유했던 선생 앞에서도 지휘자가 될 거라고 말할 정도였다고. 시켜서 하는 일보다 자신이 좋아서 하는 일을 찾아서 했다. 11세에 미국 커티스 음악원에 입학한 그는 재학 중에 오케스트라 악장을 지냈다. 졸업과 함께 최고 예술성을 인정받는 음악인에게 주는 '프리츠 크라이슬러상'을 받을 정도로 바이올린으로도 실력을 인정받았지만, 지휘와 오케스트라 음악에 대한 높은 관심과 열정으로 지휘자 길을 선택했다.

김 감독은 18세에 지휘자로서 데뷔했으며, 브루노 발터 국제지휘자 프리뷰에 선정돼 미국 전역에 소개된 바 있다. 그를 향해 "예술가 중 예술가"라며 극찬한 로린 마젤에게 발탁돼 사사하고 어시스트하며 지휘자 기반을 다졌다. 이후 한인 최초로 북미 메이저 오케스트라와 오리건 심포니 '컨덕터 인 레지던스(Conductor in Residence)'로 활동했다.

◇사람과 사람 연결하고 설득하는 임무 중요 = 김 감독에게 지휘자로 사는 삶은 어떤 건지 물으니 "눈에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다"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는 악보를 잘 읽어내는 것 이상으로 사람을 잘 읽어내는 게 자신의 역할이자 리더가 할 일이라고 말했다.

"지휘자가 팔을 움직이는 순간, 그 속에 이미 다사다난한 일이 응축돼 있습니다. 음악적 자질을 갖추는 건 기본 중의 기본이고, 지휘자는 사람을 잘 다루어야 한다고 봅니다. 각각의 사람이 무엇을 원하는지 파악해야 하고, 성향도 파악해야 하고, 뭘 할지 예상도 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문제해결이든 나아갈 방향을 놓고 설득하는 작업을 반복해야 합니다. 그것이 제가 가진 임무입니다."

그는 단원과 수평적으로 소통하는 일, 다음으로 중요하게 꼽은 역할은 연주자 발굴이라고 했다. 흙 속의 진주를 발견하고, 견인하는 역할도 차츰 해 나갈 생각이다. "창원시향과 연주를 함께한 것이 자랑스럽고 벅찬 일이 되도록 만들겠습니다. 신진 예술인·지역 예술인과 함께하는 무대도 자주 갖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김건 창원시립교향악단 상임지휘자가 창원시 성산구 성산아트홀 내 사무실에서 경남도민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 김건 창원시립교향악단 상임지휘자가 창원시 성산구 성산아트홀 내 사무실에서 경남도민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오는 17일 취임 음악회 = 창원시립교향악단 340회 정기연주회는 김 감독 취임 기념음악회를 겸해 열린다. 김 감독에게 공연 소개를 부탁했다.

"첫 곡 베를리오즈 '로마의 카니발 서곡'은 즐겁고 힘찬 축제분위기 곡으로 1월 신년음악회 때 선보였던 첫 곡과 맥락을 같이합니다. 메인 곡에 해당하는 드보르자크 '교향곡 9번 신세계로부터'는 드라마틱하고 반전이 있는 곡입니다. 체코에서 태어난 드보르자크는 미국에 건너가 풍성한 작곡 활동을 펼쳤는데, 타지에서 힘겹게 생활했던 흔적을 담은 곡이라는 점에서 어떤 면에서는 저의 이야기도 담겨 있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그의 작품 중에서 잘 알려지고 많은 분이 아끼는 곡이자, 한국 정서에도 잘 맞는 부분이 있다고 느낍니다."

협연자인 문지영 피아니스트와는 특별한 인연이 있는 건 아니지만, 함께해서 기쁘고 영광이라 말했다. "문지영 씨를 처음 본 것은 몇 해 전 클래식 채널을 틀어 놨다가 우연히 소리에 이끌려 한참을 봤던 피아노 연주였습니다. 곧장 궁금해서 자료를 찾아보니 전임 상임지휘자였던 김대진 피아니스트 제자라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스위스 제네바와 이탈리아 부조니 콩쿠르를 연이어 우승한 실력 있는 연주자를 꼭 한 번 초대하고 싶었습니다."

김 감독은 "앞으로 희소성 있는 곡도 선보이며 단원들과 함께 지속적으로 사랑받고 인정받는 창원시립교향악단을 만들겠습니다"라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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