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 사무 분야에 자동화 접목
블루오션 경남 찾아 창업 준비
1년 사이 매출 7배로 껑충 뛰어
"국내 1위 RPA 기업 우뚝설 것"

창원강소특구 연구소기업 디엑스솔루션즈는 '로보틱 처리 자동화(RPA)' 분야에 특화한 업체다. RPA는 이미 IT 업계에 널리 퍼진 개념이지만, 일반인들에겐 생소하다.

직관적으로 로봇이라 하면, 제조업 분야 산업용 로봇이 떠오른다. 사람의 힘으로는 어려운 공정을 대신 해주기 때문에 생산성 향상에 도움이 된다. 국제로봇연맹은 2020년 한국 로봇 밀도가 직원 1만 명당 932대로 세계에서 가장 높다고 밝힌 일이 있다.

반면, 제조업 외 사무 환경에서는 비교적 단순한 반복 작업이 많은데, 자동화율은 높지 않다. 재무·회계·구매·고객관리 등은 한번 정리하는 데 수 시간이 필요하고, 숙련도가 올라도 업무 시간 단축에는 한계가 있다. RPA는 이러한 업무들을 자동화하는 기술(소프트웨어)을 말한다.

김종인(32) 디엑스솔루션즈 대표는 한국전기연구원 기술창업센터 내 사무실 안에서 직접 RPA 기술을 시연해보였다. 키보드에 손도 대지 않았지만 국세청 홈택스에 접속해 매출·매입 전표를 내려받아 엑셀 파일로 만드는 일, 이를 보고 양식에 맞게 상계전표로 정제하는 일, 특정 회계프로그램에 입력하는 일이 5분도 안 돼 끝났다. 좌표를 기반으로 하는 매크로 프로그램과 달리, 외부 환경 변화와 관계없이 작업 수행이 가능하고, 정형화된 사무라면 이 외에도 어느 곳이든 적용할 수 있다.

김 대표가 수도권 정보기술(IT)·인공지능(AI) 분야 기업에서 일할 때, RPA는 대기업·금융사를 중심으로 유행처럼 번지고 있었다.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으로 인력 보충과 함께 생산성 향상이 필수 과제로 떠올라서다. 다만, 경남을 비롯한 여러 지역까지는 퍼지지 않은 상황이었고, 그곳에서 틈새시장을 찾았다. 그는 "경남에서 RPA 기술을 개발·구축하는 곳은 디엑스솔루션즈가 처음"이라고 말했다.

▲ 김종인 디엑스솔루션즈 대표가 지난 23일 오전 11시께 한국전기연구원 기술창업센터 안에 있는 사무실에서 '로보틱 처리 자동화(RPA)' 기술을 설명하고 있다. /이창우 기자
▲ 김종인 디엑스솔루션즈 대표가 지난 23일 오전 11시께 한국전기연구원 기술창업센터 안에 있는 사무실에서 '로보틱 처리 자동화(RPA)' 기술을 설명하고 있다. /이창우 기자

이 회사 매출은 2020년 4월 창업 첫해 8000만 원에서 지난해 5억 5000만 원으로 7배나 뛰었고, 올해 최대 15억 원까지 바라보고 있다. 지난해 협업한 5개 회사가 절감한 업무시간만 2만 2440시간, RPA 교육을 이수한 기업은 107개사에 이른다.

지역 기업들이 RPA를 쉽게 도입할 수 없던 사정을 파악해 해결책을 제시한 점이 성과의 바탕이다. 지역에서 몸값이 높은 IT 인재들을 지역에 잡아두기에는 여건이 부족하고, 처음부터 코딩을 배워 구현하기에도 비용·시간이 든다. 더구나 인공지능 기술이 접목돼 자체 학습이나 더 어려운 자동화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지능형 RPA'는 일반적인 개발자들도 쉽게 따라할 수 없다. 김 대표는 "어렵게 외부 업체에 의뢰해 자동화 과정을 구축했더라도, 만들고 나가면 유지 보수가 안된다"라며 "바뀐 조건을 토대로 다시 프로그래밍할 인력이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디엑스솔루션즈가 만든 제품 'NEO RPA'에는 보통 프로그래밍 숙련자만 짤 수 있는 어려운 RPA 공정을 비전공자도 따라할 수 있는 기능이 들어 있다. 수행 빈도가 높은 활동(누리집 주소 설정·클릭·타이핑·엑셀 저장 등)을 '액티비티'라는 직관적인 기능으로 정리해놓고, 이를 조합해 누구나 다양한 자동화 공정을 짤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는 디엑스솔루션즈가 보유한 인공지능 엔진(NEO AI)에도 마찬가지로 적용 가능하다. 조건이 변하면, 현장 담당자가 인공지능 학습 환경을 쉽게 새로 바꿀 수 있는 식이다.

강소특구 연구소기업으로 등록해 전기연구원과 협업한 일은 성장의 자양분이었고, 앞으로 갈 길을 닦는 계기가 됐다. 직원들이 모두 IT 업계 사람들이라 제조업 현장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현장 데이터는 어떻게 수집해야 하는지 등 막히는 부분이 있었던 것이다. 이들은 전기연구원과 함께 연구·개발 과정을 거쳐 정식으로 기술 이전을 받고, 특허도 출원했다. 이후에는 스마트 공장 기술 고도화에 주목하고 있다. 보유한 RPA·인공지능 엔진·수치 분석·관찰(모니터링) 기술을 총체적으로 활용할 수 있어서다.

김 대표는 "디엑스솔루션즈는 모든 개발 직원이 20~30대인 젊은 기업으로, 국내 1위 RPA 기업으로 우뚝 서겠다는 도전 정신으로 온 힘을 다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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