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내린 비 0.3㎜ 역대 최저
생육 부진 등 상품성 떨어져
"기후위기 농업 피해 인정을"
경남지역에 계속된 가뭄으로 양파, 마늘, 보리 등 밭에서 재배하는 농작물 상품성 저하가 우려되고 있다.
기상청 수문기상가뭄정보시스템을 보면, 올해 1월 1일부터 지난 23일까지 경남지역에 내린 비는 0.3㎜다. 평년(1991~2020년 기후 평년값) 누적강수량(61.4㎜)과 비교하면 0.4%에 불과하다. 이는 기상청이 1973년부터 관측한 이래 역대 최저 강수량이다.
부산지방기상청 예보과 관계자는 "올해 경남에서는 거제를 제외하면 비가 내린 곳이 아예 없다"고 말했다. 거제에서는 올해 딱 하루 비가 내렸다.
농작물은 수분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아 잎끝이 마르는 등 생육 부진을 보이고 있다. 농민들은 가뭄이 더 길어지면 올해 상품 가치가 떨어져 제값을 받기 어려울 것이라며 울상짓고 있다.
홍문표 씨는 "심어 놓은 양파 30~40%는 이미 말라서 죽었다. 양파값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이대로라면 올해는 인건비도 건지기 어렵다"며 "3월 초까지도 비가 내리지 않으면 일부만 제외하고 밭을 갈아엎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홍 씨는 창원시 마산합포구 진북·진전면에서 7만㎡ 가까이 양파 농사를 짓고 있다.
보리 재배를 하는 안승량 진북면 덕곡마을 이장은 "양수기로 급하게 물을 댄 보리는 괜찮은데 그렇지 않은 보리는 대부분 말라 죽었다"며 "보리가 얼어 죽는 경우는 있어도 말라서 죽는 거는 처음 본다"고 말했다.
추운 날씨 탓에 저수지 물을 끌어다 쓰기 어려운 농민도 적지 않다. 권상재 전국양파생산자협회 경남지부장은 "비가 안 오면 저수지 물을 끌어다 줄 수밖에 없는데 기온이 낮을 때는 물에 닿은 잎이 바로 얼어 버린다"며 "그렇다고 물을 안 줄 수도 없는 상황이라 농민들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발만 동동거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상 기후 현상으로 추정되는 피해를 농민에게 전가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있다.
하승수 공익법률센터 농본 대표는 "가뭄과 폭우 등 기후위기로 볼 수 있는 농업 피해가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를 농민 책임으로 돌릴 수 없다"며 "이제라도 정부가 나서 기후위기로 인한 농업 피해를 인정하고 피해 농민에게 제대로 된 보상을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정연상 경남도 농정국장은 "겨울 가뭄이 지속하고 있는 상황에서 선제적으로 용수공급 대책을 추진하여 농작물 생육에 미치는 영향이 최소화되도록 노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