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부산시-KBO 합의 뒤
KBO 난색 표한 운영비 문제
지자체 부담 결정 사업 탄력
성적에만 몰두한 자화상 비판

미국과 일본은 해마다 1월 야구 명예의 전당 입회자를 발표한다. 이른바 명예의 전당 시즌이다.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는 26일(한국시각) 미국야구기자협회(BBWAA)의 명예의 전당 투표 결과를 공개한다.

미국 언론은 보스턴 레드삭스의 월드시리즈 한(恨)을 풀어준 데이비드 오티스(47)의 입성을 유력하게 거론하면서 '약물 추문'으로 버림받은 홈런왕 배리 본즈(58)와 에이스 로저 클레먼스(60)의 구제 가능성에 비상한 관심을 보인다.

이에 앞서 일본 야구전당박물관은 지난 14일 다카쓰 신고(54) 야쿠르트 스왈로스 감독과 나이 지천명에도 마운드에 선 좌완 야마모토 마사(57)를 언론 관계자 투표로 선정한 2022년 야구 전당(명예의 전당) 입회자로 맞이했다.

미국과 일본은 입회자의 얼굴이 들어간 동판을 제작하고 박물관에 이를 전시해 스타의 유산을 길이 기린다는 점도 비슷하다.

올해로 출범 40주년을 맞이한 한국프로야구에 명예의 전당 시즌은 없다. 명예의 전당 자체가 없어서다.

프로야구 발전과 함께 역사와 전통을 동시에 고려한 미국·일본과 달리 한국프로야구는 지난 40년간 양적 팽창에만 집중해 명예의 전당 건립 같은 뜻깊은 사업은 안중에 없었다.

KBO 사무국은 2013년 부산시 기장군에 한국 야구 명예의 전당을 짓기로 하고 2014년 기장군과 협약도 했지만, 이후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했다.

기장군이 터를 제공하고, 건물 건립 등 사업비를 부산시가 부담하기로 한 상황에서 명예의 전당 운영을 맡은 KBO가 해마다 필요한 운영자금 20억 원 집행에 난색을 보인 탓이다.

KBO 사업 예산을 프로 10개 구단이 이사회에서 결정하는 점을 고려할 때 구단들이 명예의 전당 건립을 사실상 반대한 셈이다.

자유계약선수(FA) 100억 원 광풍 시대에 사뭇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나 실제로 구단들은 연간 2억 원씩 나눠서 명예의 전당 운영 자금을 대는 것을 반기지 않았다.

KBO 리그의 가치·명예·전통이라는 말이 요즘 흔하게 보이지만, 오로지 성적에 매몰된 구단들은 야구 가치를 높이고 오래도록 전통을 이어가며 국민에게 영감을 줘 야구 저변을 넓히는 일에 별 관심이 없다. 40년째 큰 변화 없는 씁쓸한 자화상이다.

표류하던 명예의 전당 건립은 기장군의회가 지난 연말 변경 협약을 가결하면서 탄력을 받았다. 변경 협약에 따르면 부산시는 명예의 전당 조성 비용을 대고 소유권을 기장군에 이전한다.

기장군은 논란의 핵심이던 연간 운영비를 지원해 공립 박물관 형태로 명예의 전당을 운영한다.

KBO는 직원을 파견해 명예의 전당을 위탁 운영하고, 명예의 전당 헌액식 등 야구 관련 행사를 주관할 예정이다.

올해 상반기 중 KBO, 부산시, 기장군 삼자 협약을 거쳐 추진 계획이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명예의 전당이 세워지면 KBO 사무국 건물 지하에서 오랜 기간 묵은 각종 사료와 KBO 홈페이지 디지털 박물관에 '박제'된 자료들이 전시물로 생생하게 살아난다. 명예의 전당의 주인공인 입회 후보를 뽑는 일도 시작된다.

늦었지만, 과연 누가 한국 프로야구 명예의 전당 1호 입회자가 될지 팬들의 관심도 덩달아 커질 것 같다. 고 최동원을 비롯해 이종범, 선동렬, 이승엽, 양준혁 등을 비롯해 김응룡 감독 등이 물망에 오를 전망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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