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뚝이 가라사대〉 첫 무대
경상오페라단 20일 진주서
이달균 시조에 전욱용 작곡
최강지 감독 "지역 소재 의미"

고성오광대 놀이를 오페라로 만난다. 마당극에서 춤사위 펼치던 주인공 말뚝이, 오페라 성악가 노랫말 대사로 새롭게 태어난다.

진주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경상오페라단이 오는 20일 오후 7시 30분 경상국립대 예술관 콘서트홀에서 올해 첫 공연으로 마당극 오페라 <말뚝이 가라사대>를 초연한다.

최강지 예술감독이 이끄는 경상오페라단이 조선 유학자 남명 조식 삶을 담아 2018년 대한민국오페라대상에서 수상한 <처사 남명>에 이어 두 번째 선보이는 지역콘텐츠 오페라다. 이달균 시인이 쓴 사설시조집 <말뚝이 가라사대> 가운데 두 과장을 대본으로 풀고, 전욱용 작곡가가 곡을 붙였다.

◇오광대를 애정한 시인 = 14일 창원 마산합포구 오동동 집필실에서 만난 이달균(경남문인협회장) 시인은 "책 속의 시를 불러내 다양한 방식으로 소통하는 의미 있는 작업에 함께해 기쁘다"며 "시조 외연 확장이라는 점에서 기대가 크고 지역 음악인들과 공동 작업이라 의미가 크다"고 밝혔다.

이 시인이 2009년 출간한 사설시조집 <말뚝이 가라사대>는 고성오광대 놀이를 주제로 한다. 춤과 몸짓으로 이어지는 연희에 시적 상상력을 동원해 극화시켜 창작했다. 서막 광대들 납시오·1과장 문둥북춤·2과장 오광대 놀이·3과장 비비·4과장 승무·5과장 제밀주 순으로 전체 54편 시조를 썼다.

이 시인은 십수 년간 오광대 놀이 현장을 찾아 다녔다. 말보다 몸짓인 놀이를 보면서 놓친 사연도 있으리라 생각했다며 작시 배경을 설명했다.

◇지역 이야기 발굴 앞장 작곡가·예술감독 = 전욱용 작곡가는 이달균 시인과 인연이 깊다. 그가 작곡한 칸타타 '합포만', '예인열전', '창원의 서정' 등은 이 시인이 작시한 것들이다. <말뚝이 가라사대>도 두 사람이 쌓아온 오랜 공동 작업 경험에서 비롯됐다.

전 작곡가는 "고성오광대를 소재로 한 창작 대본을 본 순간 곡을 붙여보고 싶다는 열망이 강했다"며 "연극적인 요소 면에서 음악극에 가까울 수도 있지만 음악적인 요소가 강해 오페라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말뚝이 가라사대>는 오페라 장르 가운데 징슈필(Singspiel)에 가깝다. 독일어로 노래극·창극을 뜻하는 징슈필은 독일식 오페라 원조라고 할 수 있다. 비극보다는 희극적인 주제가 많은 징슈필은 주인공들이 과장된 표정과 노래를 하며, 때에 따라 악마에 의한 마법적인 내용도 포함돼 용과 같은 상상의 동물이 등장한다.

<말뚝이 가라사대>에 등장하는 '비비(영노)' 또한 상상 속 괴물로 양반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존재다. 비비는 양반을 상대로 지혜와 재치를 겨루고, 사대부에 대한 저항정신과 비판의식을 묘사하는 주인공 중 하나다.

최강지 예술감독은 <처사 남명>에 이어 <말뚝이 가라사대>를 연출하면서 지역 콘텐츠 발굴 의미를 강조했다. 최 감독은 "지역 콘텐츠를 발굴하고 오페라 작품 주요 소재로 삼는 일이 시작은 어려워도 관객을 만나보면 의미도 찾고 지속하게 된다"며 "이번 작품은 지역에서 활동하는 젊은 연출가 박기량 씨와 함께해 문화창업 정신도 더했다"라고 말했다.

이번 공연에는 성악가 윤오건(말뚝이)·오광석(양반)·김준석(양반하인)·이태희(비비)를 비롯해 경상뮤지컬예술단원인 우정진이 해설자로 등장한다. 경상콘서트콰이어(합창)·경상심포니오케스트라(연주)·경상댄스컴퍼니(안무)도 참여했다.

진주시가 후원하며, 관람료는 무료로 사전 예매해야 한다. 문의 055-761-0916.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