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 시내버스 교체 조항 삽입
시외버스 대상 추가 등은 과제
케이블카 휠체어 공간 설치도

새해 교통약자들에게 선물 같은 소식이 날아들었다. 국회에서 '교통약자법' 개정안이 통과됨에 따라 앞으로 노후 시내버스는 반드시 저상버스로 바꿔야 한다. 케이블카에도 접근성을 보장해야 하고, 특별교통수단 콜센터 운영에 국비 지원 단초도 열었다. 장애계 20년 투쟁의 결실이다.

국회는 지난달 31일 열린 본회의에서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 개정안(이하 교통약자법)을 의결했다. 개정안은 장애인들이 오랫동안 바랐던 '실질적 저상버스 의무화' 조항을 담았다. 법이 정한 연한·운행거리를 초과한 시내버스(농어촌·마을버스 포함)는 반드시 저상버스로 교체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이 한 문장의 의미는 크다.

◇저상버스 도입 왜 느렸나 = 정부는 2005년 교통약자법 제정 이후 5년마다 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계획을 냈다. 이 중 저상버스 도입 목표는 한 번도 도달하지 못했다. 31.5%가 목표였던 2011년 실제 도입률은 12%였다. 목표치는 2016년 41.5%, 2021년 42%로 점점 높아졌지만 지난해 말 기준 도입률은 27.8%에 불과하다. 15년이 지나는 동안 1차 계획 목표도 못 지킨 셈이다.

경남도 사정은 비슷하다. 올해 9월 기준 도내 시내·농어촌버스는 총 1960대(마을버스 제외)다. 이 중 저상버스는 443대로 도입률은 22.6%에 그친다. 전국 평균에도 못 미쳤다. 그나마 2019년부터 해마다 89·146·121대를 도입하면서 도입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는 점이 위안이다. 시 지역은 거제(3.3%)·진주(7%)·사천(9.7%)·통영(10.9%)이 저조하고, 군 지역은 창녕·함안을 빼면 저상버스가 아예 없다.

원인은 현행 교통약자법 한계에 있다. 도입 의무, 국가·지자체 재정 지원 근거는 담겼지만 의무도입 범위는 정하지 않아 선택은 버스업체 마음이었다. 업체들은 차체가 낮아 운행 시간·정비 비용이 많이 드는 저상버스를 반기지 않았다. 지자체도 배차시간·도로 여건 개선에 적극 나서지 못했다.

이번 개정안은 선택의 여지를 없애 묵은 숙제를 풀었다. 다만, 상임위를 거치면서 시외버스가 저상버스 교체 의무화 대상에서 빠진 점, 불가피한 사정이 있으면 교체 의무에 예외를 둔 점 등이 과제로 남는다.

▲ ㈜밀양교통에 입고된 에디슨모터스사 제작 국산 전기저상버스 모습. /경남도민일보 DB
▲ ㈜밀양교통에 입고된 에디슨모터스사 제작 국산 전기저상버스 모습. /경남도민일보 DB

◇케이블카도 누구나 탈 수 있게 = 앞으로는 모노레일(궤도)이나 케이블카(삭도) 시설에도 휠체어 탑승공간이나 승강기를 설치해야 한다. 이날 개정안으로 이동 편의를 제공해야 하는 '교통수단', '여객시설' 정의에 궤도 차량·시설이 추가되어서다. 전국 지자체들은 관광객 유치를 목적으로 앞다퉈 이 같은 시설을 설치해왔다. 한국장애인관광협회 자료를 보면 올해 기준 전국 201곳에 궤도·삭도 시설이 있다. 이 중 전동 휠체어를 타는 장애인이 아무 도움 없이 탑승 가능한 곳은 단 6곳뿐이다. 경남에는 밀양시 영남알프스얼음골 케이블카 단 하나다. 차별적인 상황에도 법적 근거가 없어 개선할 수 없었던 문제가 이날 풀렸다.

특별교통수단 광역이동지원센터 설치도 의무화했다. 기초지자체별로 장애인콜택시 연계가 이뤄지지 않아 불편한 곳이 많아서다. 경남도는 이 분야에서 타 시도보다 앞섰다. 이미 2009년에 전국 최초로 광역이동지원센터(경남도 특별교통수단 콜센터)를 설치해 운영 중이다. 하지만, 예산은 도가 전액 충당한다. 장애인특별운송사업이 보조금관리법 시행령상 지급 제외 대상이기 때문이다. 개정안은 운영비를 국비로도 지원할 수 있도록 하고, 시행령을 고치라는 부대의견을 달았다. 한편, 장애인 이동권 투쟁은 2001년 경기도 시흥시 오이도역 역사에서 리프트를 오르던 장애인이 추락사한 일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장애인단체들은 지난해도 버스·지하철 등 곳곳에서 시위하며 이번 개정안 통과를 촉구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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