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 전 경남도지사의 궐위와 송도근 사천시장 직 박탈을 비롯한 현직 기초자치단체장 5명 재판, 경남도의회 의장단 선거 여파로 불거진 각종 잡음들로 2021년 한 해는 소란했다. 경남 정가의 주요 사건들을 짚어본다.

◇김경수 궐위와 경남도정 = 올해 7월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의 시간이 멈췄다. 그러나 지역균형발전 방법론의 새 장을 연 부울경 메가시티와 청년정책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7월 21일 오전, 여름 더위가 한창 고개를 들던 때였다. 대법원은 이날 2017년부터 4년 가까이 김 전 지사를 괴롭혀온 일명 '드루킹 사건(인터넷 댓글 조작사건)' 연루 혐의와 관련해 징역 2년 유죄를 확정했다. 김 전 지사는 선고 직후 도청사를 떠나며 "대법원이 내린 판결에 따라 제가 감내해야 할 몫은 온전히 감내하겠다"고 말했다. "저의 결백과 진실을 밝히기 위한 노력은 여기서 멈추지만, 무엇이 진실인지 최종적 판단은 이제 국민들 몫으로 남겨드려야 할 것 같다"고도 했다. 다음날 신문은 김 지사 궐위 소식으로 도배됐다.

▲ '드루킹 사건'으로 대법원에서 징역 2년을 확정 받은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가 지난 7월 26일 창원시 마산회원구 창원교도소에 수감됐다. 김 전 지사가 교도소 입구에서 대도민 호소문을 읽고 있다.  /경남도민일보 DB
▲ '드루킹 사건'으로 대법원에서 징역 2년을 확정 받은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가 지난 7월 26일 창원시 마산회원구 창원교도소에 수감됐다. 김 전 지사가 교도소 입구에서 대도민 호소문을 읽고 있다. /경남도민일보 DB

대법원 선고 5일 뒤인 7월 26일 김 전 지사는 창원교도소에 수감됐다. 짧게 깎은 머리에 얼굴은 수척했다. 다만 "외면당한 진실이지만 언젠가는 반드시 제자리로 돌아올 것이라고 믿는다"는 마지막 말만은 또렷했다. 이날 교도소 앞에서 지지세력과 반대세력이 뒤엉켜 팽팽히 맞섰다.

정치권은 격랑에 휩싸였다.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 친문 핵심으로 불리며 차차기 유력 대권주자로 떠오르던 김 전 지사의 직 상실은 경남에도, 한국 정치에도 큰 사건이었다. 여야 정치권의 장외 설전이 이어졌다. 당시 야권의 대권주자였던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2012년 국정원 댓글 사건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여론 조작, 선거 공작의 실체가 만천하에 드러났다"고 했다.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가 압도적으로 선두를 달리고 있었기에 그런 일을 할 필요도 없었고 의지도 없었을 것이라 확신한다. 김 지사의 진실을 믿는다"고 했다.

하병필 도지사 권한대행 체제가 가동됐다. 도민의 뜻으로 뽑힌 도지사가 사라지자, 무주공산이 된 경남도정 흔들기도 시작됐다. 8월 초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당 지도부가 이례적으로 경남을 찾았다. '경남도정 지원 긴급간담회' 명목이었다. 이 대표는 이 자리에서 "권한대행이 대선을 앞두고 매우 공정하게 도정을 운영해야 한다", 이달곤(창원 진해구) 경남도당위원장은 "공정한 입장에서 도정을 내실 있게 꾸릴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했다. 경남도를 향한 '정중한 경고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드루킹 사건'김경수 전 지사
유죄 확정 '궐위'도정 흔들
야권 중심 정치권, 경남도 압박

 

경남도의회도 영향력 행사에 나섰다. 8월 중순 김하용 의장이 경남도 각 실국에 이례적인 현안보고를 요구한 것이다. 김 의장과 대척점에 있던 민주당 도의원들은 협의 없는 독단적인 결정이라며 즉각 반발했다. 민주당 소속 상임위원장과 부위원장은 현안보고를 보이콧했다. 기자간담회를 열어 반대 의사를 표명하기도 했다. 김 의장은 "도지사가 없는 비상상황에서 도의회와 집행부가 협력하자는 취지"라고 했다. 경남도 실국 현안보고는 논란 끝에 예정대로 개최됐다.

이렇게 한바탕 홍역을 치렀던 게 8월 무렵이다. 이후에는 부울경 메가시티를 두고 공방이 오갔다. 김 전 지사가 주도적으로 추진한 대표적인 지역균형발전 정책이다. 학계의 이론적 논쟁은 이미 존재해 왔다. 정치적 갈등은 수면 아래에 있었다. 그러나 도지사 궐위를 계기로 반대 기류가 표면화되기 시작했다. 국민의힘 지지기반인 서부경남권 도의원들을 중심으로 "김경수 전 지사의 정치적 의도에서 출발한 정책"이라는 등의 비난이 이어졌다.

이와 별개로 도로·철도-항만-공항 등 부울경 메가시티의 육해공 삼각 축은 가시화되고 있다. 지난 28일 진해신항 1단계 건설사업이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했고 가덕도신공항 건설도 희망적이다. 남부내륙철도와 부전∼마산 전동열차 사업도 순항 중이다.

 

기초단체장 줄줄이 재판
송도근 사천시장 직 박탈
1명 상실 위기·2명 기사회생

 

◇재판대 오른 단체장들 = 직 상실 위기에 놓였던 기초지방자치단체장들도 재판 결과에 따라 희비가 갈렸다. 모두 5명이 법의 심판대에 올라 지역사회 곳곳이 혼란스러웠다.

먼저 송도근 사천시장이 직을 잃었다. 11월 11일 대법원은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송 시장의 상고를 기각하고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의 원심을 확정했다. 2016년 11월 사업가 등 2명에게서 각각 700만 원 상당의 의류와 상품권 300만 원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행정총괄자로서 공정한 업무수행 의무를 준수하지 않고 사천시 신뢰도를 떨어뜨렸다'는 항소심 재판부의 양형 이유가 그대로 인정됐다.

문준희 합천군수도 코너에 몰려있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문 군수는 지난 8일 항소심에서 벌금 200만 원, 추징금 1000만 원을 선고받았다. 지역건설업자에게서 2014년 당시 새누리당 합천군수 후보 경선에서 떨어지고 나서 500만 원, 2018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1000만 원 등 두 차례에 걸쳐 1500만 원을 받은 혐의다. 이 사건은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다.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된 하창환 전 합천군수도 지난 20일 1심 선고에서 징역 7년, 벌금 3억 원 선고를 받았다.

▲ 경남도의회가 지난 1월 21일 제382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김하용 의장과 장규석 제1부의장 불신임 투표를 무기명으로 진행하고 있다.  /경남도의회
▲ 경남도의회가 지난 1월 21일 제382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김하용 의장과 장규석 제1부의장 불신임 투표를 무기명으로 진행하고 있다. /경남도의회

한정우 창녕군수도 재판을 받을 처지에 놓였다. 한 군수는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으로 지난해 1월부터 민선 체육회장이 선출되기 전 군체육회 당연직 회장이었는데, 매년 보조금을 받는 체육회 회계 담당 직원의 횡령 사실을 알고도 조치하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오태완 의령군수도 홍역을 치렀다. 지난 4월 재선거에서 선거공보물 경력사항에 '경남도 정무특보 1급 상당(전)', '경남도 정책단장 2급 상당(전)', '경남도 정무조정실장 2급 상당(전)'이라고 적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해당 직급은 모두 지방별정직 '5급 상당'이다. 1심 재판부는 벌금 80만 원을 선고했고, 검찰과 오 군수 모두 항소를 포기해 벌금형이 확정됐다. 100만 원 미만 벌금형이라 위기를 모면한 셈이다. 지난해 9월 이선두·오영호 두 전직 의령군수가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로 각각 징역형을 받아 법정 구속된 후 열린 재선거 당선자가 또다시 법의 심판대에 올라 지역사회가 더욱 어수선했다.

김일권 양산시장은 기사회생했다. 10월 21일 부산고법은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기소된 김 시장의 파기환송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그는 2018년 5월 기자회견에서 '넥센타이어 창녕 이전은 당시 현직 시장이었던 나동연 자유한국당 후보의 책임'이라는 취지로 말해 허위사실을 공표했다는 혐의로 재판을 받아왔다. 1·2심 재판부는 벌금 500만 원을 선고했지만, 대법원은 '사실 공표와 의견 표명이 뒤섞여 있지만 전체적인 맥락은 정책방향을 제시하는 의견에 가깝다'며 무죄 취지로 사건을 돌려보냈다. 직 상실 위기 코앞까지 갔지만 대법원은 김 시장의 손을 들어줬다. 천당과 지옥을 오간 시간이었다는 말이 나왔다.

 

도의회 의장단 선출 갈등 계속
고액 축의금 의혹 등으로 마찰
김하용 의장 도 현안보고 논란

 

경남도의회도 의장단 감투싸움 여파로 시끄러웠다. 지난해 김하용 의장과 장규석 부의장은 당시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당내 경선에 참여하지 않고 의장단 후보 등록을 했다. 이어 국민의힘 도의원들의 지지를 받아 당선됐다. 민주당 도의원들과 앙숙이 된 상태에서 본회의 때마다 의장 견제 발언이 이어지는 등 신경전이 이어졌다.

특히 의장단 선거 과정에서 김 의장과 장 부의장이 동료 도의원에게 고액 축의금을 준 것을 두고 마찰이 일었다. 송순호(민주당·창원9) 도의원은 1월 본회의 신상발언에서 미리 준비한 돈(지폐)을 뿌리는 퍼포먼스를 하기도 했다. 여기에 김 의장이 민주당은 물론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무시하고 독단적인 결정을 한다는 비판도 빗발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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