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경남지역 산업계 열쇳말은 단연 수소다. 곳곳에 수소충전소가 들어서고, 액화수소 대량 생산시설인 '액화수소 플랜트' 건설 첫 삽을 떴다. 경남에서 수소는 단순히 친환경·재생에너지의 상징이 아닌 우리 곁으로 성큼 다가왔다.

◇수소가 대세 = 정부는 지난 11월 26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김부겸 국무총리 주재로 제4차 수소경제위원회를 열고 '제1차 수소경제 이행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오는 2050년까지 수소를 국내 최대 에너지원으로 만들겠다는 청사진과 수소 수요처에는 청정수소(그린·블루수소)만 공급하고, 전국에 2000기 이상의 수소충전소를 설치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경남은 정부의 이러한 수소경제 이행에 궤를 같이하는 것은 물론 한 걸음 앞서 나갔다. 지난 7월 28일 두산중공업 창원공장에서 '창원 수소액화 플랜트 착공식'이 열렸다. 이 시설이 2022년 12월께 준공되면 수소버스 300대 분량인 연간 1800t 액화수소가 창원 지역 수소충전소에 공급된다.

▲ 지난 7월 28일 오후 창원시 성산구 귀곡동 두산중공업 창원공장에서 열린 '창원 수소액화 플랜트 착공식' 참석자들이 행사장에서 전시하고 있는 수소액화 플랜트 모형을 보며 설명을 듣고 있다.<br /><br />  /경남도민일보 DB
▲ 지난 7월 28일 오후 창원시 성산구 귀곡동 두산중공업 창원공장에서 열린 '창원 수소액화 플랜트 착공식' 참석자들이 행사장에서 전시하고 있는 수소액화 플랜트 모형을 보며 설명을 듣고 있다. /경남도민일보 DB

액화수소는 고압의 기체수소와 달리 대기압에서 저장할 수 있어 안전성 측면에서 큰 장점이 있다. 또 부피가 기체수소의 800분의 1 수준이라 대량 운송이 가능하다. 이러한 이유로 수소운송, 충전소 면적·사용량 등에서 기체수소보다 경제성이 뛰어나다.

두산중공업과 창원시, 하이창원㈜은 12월 '창원국가산업단지 수소액화플랜트의 이산화탄소 포집·활용 사업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도 맺었다. 협약으로 하루 액화수소 5t을 생산할 때 나오는 액화이산화탄소 48t을 포집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액화 플랜트 건설·기술 개발 등
경남, 국내 수소경제 이행 선도
친환경 분야 신산업 육성 속도

 

10월에는 한국전기연구원 하동우·고락길 박사팀이 '액체수소'를 생산·장기간 저장할 수 있는 기술개발에 성공했다. 20년 넘게 초전도 관련 연구 등으로 축적해 온 극저온 냉각 기술을 응용해 제로보일오프 기술을 개발한 것이다. 이 기술은 액화수소 보관 용기 안에서 기화되는 수소를 자동으로 다시 액체로 만드는 기술이다. 연구팀은 액체수소 약 40ℓ를 만들어 2개월 이상 손실 없이 보관하는 데 성공했다.

에너지 전환은 산업 전환을 동반한다. 경남도는 '2022년 도정 운영 방향, 4대 핵심 전략'에서 '미래 혁신 성장'을 위해 수소, 저·무탄소 선박, 친환경 에너지산업, 해상풍력, 전기차 등 친환경 분야 신산업 육성에 속도를 내겠다고 밝혔다.

▲ 지난 13일 호주를 국빈 방문한 문재인(뒷줄 왼쪽 둘째) 대통령이 스콧 모리슨 총리와 캔버라 국회의사당에서 한화디펜스와 호주 국방부획득관리단의 호주 육군 K-9 자주포 획득사업 계약 서명을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 지난 13일 호주를 국빈 방문한 문재인(뒷줄 왼쪽 둘째) 대통령이 스콧 모리슨 총리와 캔버라 국회의사당에서 한화디펜스와 호주 국방부획득관리단의 호주 육군 K-9 자주포 획득사업 계약 서명을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지역경제 활로로 방위산업 주목 = 올해 경남지역 방위산업 기업들은 2년 동안 이어진 코로나19 여파 속에서도 크고 작은 성과를 남겼다.

12월 열린 한국과 호주 정상회담을 계기로 양국이 방산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기로 하면서 창원국가산업단지에 있는 한화디펜스가 개발한 5세대 보병전투장갑차 '레드백(Redback)' 호주 수출에 긍정적인 신호가 켜졌다. 레드백 호주 수출 성공에 따른 지역 방산업체의 '낙수효과' 기대감도 덩달아 커졌다.

경남에는 국가지정 방산업체 18개사와 방산 관련 업체 350여 개(창원 200여 개)가 있다.

 

창원 등 방위산업체 집적 경남
한화디펜스 호주 수출 파란불
지역경제 활성화 기대감 커져

 

창원 방위산업의 국내 비중은 전체 매출 27% 이상을 차지하고 파급되는 생산유발 효과는 7조 5000억 원에 이른다. 시는 침체한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고자 방위산업에 힘을 쏟았다.

올해 '방위산업 부품·장비대전'을 열어 부품 국산화 제도 개선 방안 등을 논의했으며, 10월에는 '창원형 대중소 상생마켓'도 개최했다. 수시로 열릴 예정인 상생마켓은 수요처(체계기업, 군)-공급처(중소기업) 간 제품홍보와 상호기술 협력, 기술지원, 판로개척, 컨소시엄 등을 바탕으로 한 방산 대-중소기업 동반 성장 네트워크 체계다.

이 밖에 김진근 경남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난 11월 <경남 방위산업체 경영실태와 지원 방안> 보고서에서 방산 도약을 위해 방위산업진흥원 유치를 제안하기도 했다.

▲ 옛 STX조선해양이 지난 7월 27일 '케이조선'으로 사명을 바꿔 새 출발했다. 허성무(왼쪽 둘째) 창원시장이 지난 7월 20일 창원시 진해구에 있는 케이조선을 방문해 로고 변경 작업을 살피고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창원시
▲ 옛 STX조선해양이 지난 7월 27일 '케이조선'으로 사명을 바꿔 새 출발했다. 허성무(왼쪽 둘째) 창원시장이 지난 7월 20일 창원시 진해구에 있는 케이조선을 방문해 로고 변경 작업을 살피고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창원시

◇선박 수주 호조 속 인력난 해결 과제 = 2021년은 도내 조선사들의 선박 수주가 크게 늘면서 긴 '불황 터널'의 끝이 보이는 해이기도 했다.

경남은 세계 2·3위 조선소인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이 거제에 있다. 이 두 곳을 중심으로 블록, 각종 기자재를 납품하는 협력업체가 조선 생태계를 이룬다.

올해 대우조선해양은 총 60척, 107억 7000만 달러를 수주했다. 연간 목표 77억 달러를 초과 달성했다. 삼성중공업도 연간 목표인 91억 달러를 웃도는 120억 달러(79척)를 수주했다.

하지만, 장기간 이어진 불황으로 조선소 노동자들이 건설, 반도체 공장 건설 현장으로 대거 옮겨가면서 조선업 부활을 장담할 수만은 없는 상황을 맞았다.

아닌 게 아니라 산업통상자원부 '조선업 생산 직접직 인력 대비 향후 필요 인력' 자료를 보면 조선업 밀집 지역(부산·울산·경남·전남)을 중심으로 내년에 생산 분야 인력은 협력사를 포함해 최대 8000여 명 부족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기 때문이다.

산업부는 조선업 생산 분야 일손이 내년 1분기 3649명, 2분기 5828명, 3분기 8280명, 4분기 7513명 부족할 것으로 내다봤다.

 

대우조선·삼성중 수주목표 초과
장기 불황 탓에 일손 부족 전망
STX조선, 케이조선으로 새 출발

 

전국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등은 업체들이 이러한 인력난을 물량팀(하청의 하청)을 채워 해결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탓에 갈수록 인력난이 심해지고, 고용질이 저하하는 악순환이 이어질 것으로 우려한다.

이 밖에도 옛 STX조선해양은 지난 7월 27일 8년 넘게 이어진 KDB산업은행 등 채권단 공동관리(자율협약)에 마침표를 찍고 회사 이름도 '케이조선'으로 바꿔 새 출발했다.

STX조선해양은 모기업의 경영악화와 조선업 불황이 겹치면서 2013년 7월 채권단의 자율협약에 이어 2016년 6월 법정관리에 들어갔었다. 2018년에는 채권단의 고강도 구조조정 방침에 따라 비핵심 자산 매각, 인력 감축, 무급휴직 등 고강도 구조조정을 단행했고, 지난해 6월부터는 전 사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시행하기도 했었다.

내년 전망은 어떨까. 수출 증가와 함께 고용회복세가 이어지겠지만, 기업의 수익성 확보는 어려움이 지속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손무곤 창원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은 "도내 제조업이 매출과 생산량 중심으로 회복함에 따라 내년에 수출 증가와 고용회복세가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면서 "하지만, 원자재가격과 실질임금, 해상물류비의 가파른 상승과 금리인상이 함께 이루어지고 있어 2022년에도 기업의 수익성 확보 어려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