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기업에 가장 큰 화두는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이었다. 세계적으로 ESG 경영이 대세가 되고 있다. 국내에선 정부가 2050년 탄소 중립을 목표로 ESG 경영 확산에 고삐를 당겼다. 이에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기업도 ESG 경영 체제를 도입했다. 2021년은 경남지역 기업들도 거센 흐름에 동참한 해였다.

◇소비 기준이 된 착한 경영 = ESG는 환경(Environmental),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의 영문 첫 글자를 조합한 단어다. 기업 경영에서 지속가능성을 달성하기 위한 세 가지 핵심 요소다.

과거에는 기업을 평가할 때 매출 중심의 재무적 정량 지표가 기준이었다. 그러나 기후변화 등 최근 기업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지면서 비재무적 지표 또한 중요도가 크게 높아졌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늘면서 투자자, 소비자는 ESG 경영 여부도 중시하게 됐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 5월 국민 300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ESG 경영과 기업 역할 관련 국민인식 조사' 결과를 보면 ESG 경영 필요성이 대두하고 있다.

이 조사에서 '기업의 ESG 활동이 제품구매에 영향을 주는지' 묻는 말에 응답자의 63%는 '영향이 있다'고 답했다.

'ESG 활동에 부정적인 기업의 제품을 의도적으로 구매하지 않은 경험이 있는지' 물음에 70.3%가 '있다'고 답했다. 'ESG 우수기업 제품에 경쟁사 대비 가격을 더 지불할 의사가 있다'고 응답한 비율도 88.3%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매출 중심 재무적 기준 벗어나 친환경 활동 등 사회적책임 요구
관련 법안·평가 지표 등 추진 국가 차원 ESG 경영 확산 속도

 

모든 사회구성원 관심이 고조되면서 국가 단위에서 ESG 법안 마련에 나섰다. 국내에서도 ESG 관련 기업 정보 공개, 관련 규제 법안, K-ESG 가이드라인을 세우고 있다.

K-ESG 가이드라인은 기업 ESG 경영 여부를 적절히 평가하기 위해 정부 관계부처가 합동해 평가지표를 수립한 것이다. 4개 영역(정보공시, 환경, 사회, 지배구조), 27개 범주, 61개 기본 진단 항목이 있다. 중견·중소기업을 위해 기본 진단 항목을 27개로 줄인 가이드라인도 있다.

기업 관련 부처, 기관에서도 ESG 경영 활성화 지원에 힘썼다.

진주혁신도시에 있는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은 지난 11월 유관기관과 '중소기업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준비 민관 협의회'를 구성하는 등 중소기업 ESG 경영을 밀착 지원한다. 협의회에는 중소벤처기업부와 민간, 중소기업 지원기관 등이 참여한다. 공단은 △비대면 ESG 자가진단 시스템 개발 △중소기업형 ESG 경영 안내서 제작 △교육 컨설팅 등을 선제적으로 추진한다.

소비자 수요, 정부 지원 등에 힘입어 ESG 경영은 확산하고 있다. 중진공이 2019~2020년 정책자금 지원업체 6022개사를 대상으로 ESG 성과지표를 점수로 매겼는데 2019년(45.3점)에 비해 2020년(52점) 6.7점이 올랐다.

▲ 경남도가 지난 5월 ㈜센트랄 등 경남 도내 기업 12곳(중견기업 6곳·중소기업 6곳)과 ESG 컨설팅을 지원하는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경남도, 기업 관계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br /><br />/경남도
▲ 경남도가 지난 5월 ㈜센트랄 등 경남 도내 기업 12곳(중견기업 6곳·중소기업 6곳)과 ESG 컨설팅을 지원하는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경남도, 기업 관계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경남도

◇경남 기업들도 도입 속속 = 경남에서도 지자체, 경제단체가 중심이 돼 ESG 추진을 도모하거나 기업 자체적으로 ESG 체계를 마련했다.

경남도는 지난 5월 ㈜센트랄 등 경남 도내 기업 12곳(중견기업 6곳·중소기업 6곳)에 ESG 컨설팅을 지원하는 1차 사업을 시행했다. 한국생산성본부와 ㈜나이스디앤비, 창원상공회의소도 동참해 서류평가, 현장 실사를 추진했다.

2차 확산 사업은 도내 중견·중소기업 30개 사를 대상으로 연말까지 경남테크노파크 등이 컨설팅한다. 확산 사업에 힘입어 경남도와 도내 기업(해성디에스·태림산업)은 산업통상자원부·중소벤처기업부 주최 '2021년 지속가능경영(ESG) 유공 정부 포상 시상식'에서 장관 표창을 받았다.

규모가 큰 도내 기업은 ESG 관련 정책, 목표를 선언하고 계열사 ESG 추진을 위한 전담조직을 구성했다.

LG전자는 올해 지속 가능한 상생을 위해 협력사 50곳에 ESG 점검 기회를 제공했다. 협력사 50곳이 '책임감 있는 산업 연합(RBA·Responsible Business Alliance)'이 인정한 글로벌 인증회사인 UL(Underwriters Laboratories) 등에서 ESG 경영 관리의 적합성을 확인받고 개선하도록 도왔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8월 ESG 위원회를 신설했다. 아울러 세부 추진 과제를 수행하는 ESG자문위원회와 ESG 전담 조직을 별도로 운영한다. 삼성중공업 ESG 위원회는 △친환경·고효율 제품 개발 선도 △탄소 중립 조선소 운영 △안전·인권 경영 △상생 경영 △준법 경영 △대외 협력 강화 등 여섯 가지를 실천한다는 계획이다.

도내 중견·중소기업은 경영 부담으로 ESG 대응에 어려움이 있었다. 그러나 협력업체 ESG 평가 확대 등으로 ESG 경영을 무시할 수 없게 됐다. 이에 기업 기술과 접목한 친환경 기술 개발, 친환경 차량인 수소·전기차 부품 제조 등에 나섰다.

창원시 소재 IT 중소기업 아이웍스는 컴퓨터·주변장치 구축을 전문으로 하는 기업이다. ESG 경영 요구에 발맞춰 기후위기 시대 불필요한 자원 사용 절감을 위해 전력 절감 인공지능 시스템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기업의 핵심기술을 ESG 경영과 접목한 것이다.

창원시 소재 뿌리기업인 엘프시스템은 레이저 용접 자동화 장비 생산기업이다. 탄소 중립에 따른 수소산업이 확대하면서 해당 분야 기술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수소차에 투입되는 수소연료전지 스택용 금속분리판 레이저 용접기술을 개발하면서 ESG 경영을 수행하는 셈이다.

 

경남서도 지자체·경제단체 중심 정책·목표 설정 등 체계 마련
대기업 의존 상당수 중소기업 경영 도입에 현실적 어려움도

 

◇일부 기업에는 부담으로 작용 = 다만 ESG 경영이 일부 중소기업에는 버거운 짐이 되기도 했다.

함안군 산인농공단지에 있는 한 중소 제조업체 대표는 ESG 경영 도입에 어려움을 호소했다. 이 대표는 "ESG 경영이 필수라고들 하는데 사실 협력업체 발주로 먹고사는 중소기업이 어떻게 ESG 경영을 할 것인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 8~9월 300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시행한 '중소기업 ESG 애로조사'를 보면 'ESG 경영 도입이 필요하다'고 느끼는 중소기업은 53.3%였다. 그러나 도입 환경은 '준비되어있지 않아 어렵다'고 느끼는 기업이 89.4%나 됐다. 또 ESG 평가를 요구받은 경험이 있는 중소기업은 12%였다. 이 중 '대기업으로부터 요구'받은 경우가 77.8%로 가장 높았다.

국내 중소 제조기업의 40%는 대기업 협력업체며 대기업 매출 의존도는 80% 이상이다. 실제로 대기업 ESG 지표에 협력사 ESG 경영 등이 포함되면서 중소기업도 ESG 실천을 외면할 수 없게 됐다. ESG 점수가 낮은 중소 협력업체는 거래 중지, 구매량 축소 등 수주에 타격을 입게 되는 셈이다.

경남 한 제조 분야 중소기업협동조합 대표는 "대기업-협력업체 간 공정거래 노력도 ESG 경영 지표에 포함돼야 한다"며 "ESG 경영이 중소기업을 옥죄는 목줄이 되지 않도록 정책적 노력도 있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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