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사망사고 속보 기준으로, 올해 퇴근하지 못한 경남 노동자는 48명이다. 19일 현재 올해 산업재해 사망사고 속보는 모두 426건. 이 가운데 경남에서 일어난 산업재해 사망사고 건수는 48건에 달한다. 올해 첫 도내 산업재해 사망사고 원인은 '부딪힘'이었다. 1월 6일 양산 택배물류센터에서 일하던 한 노동자가 트레일러 차량 독 접안을 하다 아래로 떨어져 후진하는 트레일러에 부딪쳐 숨지는 사고가 났다. 올해 '부딪힘' 사고로 숨진 도내 노동자는 모두 7명이다.

'부딪힘'만큼 자주 등장하는 사망사고 원인은 '깔림'과 '끼임'이었다. 모두 18명이 숨졌다. 10월 4일 효성중공업 창원3공장에서 천장기중기로 든 고압전동기 뼈대인 프레임이 1.2m 아래로 떨어져 기능계약직 노동자 ㄱ(63) 씨를 덮쳤다. ㄱ 씨가 고압전동기 프레임을 들어 올릴 때 쓴 갈고리에는 벗겨지지 않도록 쓰이는 장치가 따로 없었다.

속보에는 빠졌지만, 1월 11일 현대위아 창원4공장 하도급업체 소속 노동자 ㄴ(45) 씨가 현장총괄 주임과 함께 프레스로 불량 제품을 교정하다 프레스에 머리가 끼였다. ㄴ 씨는 치료를 받다 같은 달 24일 숨졌다. 떨어져 숨진 노동자도 많았다. 모두 17명이 숨졌다. 8월 두산중공업 창원공장에서 일하던 ㄷ(47) 씨가 풍력 발전기 완제품을 점검하고 사다리에서 내려오다 6m 높이에서 떨어져 숨졌다. 두산중공업은 사고가 나고서야 추락 방지시설을 설치했다.

 

산업안전보건공단 사망 속보
추락 17명·깔림 9명·끼임 9명
집계 안 된 사망 사고 더 많아

 

산업안전보건공단 속보는 시사성, 반복성 등을 기준으로 추려 공개하는 사례이기에, 퇴근하지 못한 노동자는 당연히 더 있다.

고용노동부 올 9월 말 산업재해 발생현황에서 올해 사고 사망자는 유족급여 지급 기준으로 678명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8명(2.7%) 늘었다. 업종은 건설업(340명·50.1%), 사업장 유형은 5∼49인 사업장(291명·42.9%), 사고자 나이는 60세 이상(288명·42.5%), 사고 원인은 떨어짐(295명·43.5%)이 가장 많았다.

경남은 부산지방고용노동청 관할이다. 11월 말까지 올해 산업재해 사망사고 17.4%는 부산청 관할에서 일어났다. 경기지청(16.9%), 중부청(15.8%), 광주청(13.0%), 대구청·대전청(각 12.3%), 서울청(7.4%), 강원지청(4.8%)이 뒤를 이었다.

2001년 1305명이었던 산업재해 사고 사망자는 지난해 882명이었다. 노동자 1만 명당 산업재해 사망자 비율(사망 만인율)도 2001년 1.23퍼밀리아드(‱)에서 지난해 0.46퍼밀리아드로 줄었다. 노동계는 수치 변화가 아니라, 쉽게 막을 사고가 여전히 일어난다는 데 주목했다. 김병훈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경남지역본부 노동안전보건국장은 "떨어짐, 끼임, 물체에 맞거나 부딪혀서 사망하는 사례가 많은데 끼임은 안전센서나 수리 등을 할 때 기계를 멈추면 충분히 막는다"며 "이런 사고가 후진국형 사고"라고 설명했다.

 

9월 말 전국 산재 사망자 678명
건설·50인 미만 사업장 비중 커
사고 유형 '떨어짐' 43.5% 최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8년 신년사에서 "2022년까지 자살예방, 교통안전, 산업안전 등 '3대 분야 사망 절반 줄이기'를 목표로 '국민생명 지키기 3대 프로젝트'를 집중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2018년 한 해 산업재해로 숨진 노동자는 971명이었다.

올해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공포, 내년 시행을 앞두고 있는데 50인 미만 사업장은 적용을 미뤘고 5인 미만 사업장은 아예 배제하면서 가장 시급한 사업장이 가장 뒤로 밀리는 모순이 생겼다. 김 국장은 "선언은 누구나 하지만 집행은 권한과 예산, 사고가 났을 때 강력한 처벌이 동반해야 하고 위험에 처한 노동자가 작업을 거부할 권한도 줘야 한다"며 "문재인 정부 대책은 현실과 동떨어졌다"고 지적했다.

 

내년 시행 중대재해처벌법
중소 규모 유예·제외돼 비판
"노동자 생명이 최우선 돼야"

 

내년에는 또 누가 퇴근하지 못할까. 가만히 손 놓고 있어야 할까. 김 국장은 '노동자를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 노동자는 저 일을 해도 괜찮은가, 나는 저 노동자가 하는 일을 할 수 있나, 내 가족은 저 노동자가 하는 일을 해도 좋은가. 세 가지 질문 중 하나라도 아니라고 답한다면 그 일은 위험한 일이고 개선해야 하는 일입니다. '이윤보다 생명'이라는 문구는 선언이 아니라 최우선, 절대적 기준이어야 합니다. 노동자를 죽이면서까지 얻을 수 있는 이윤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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