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1년 설립된 정밀가공기업
법조인 꿈 접고 2016년 입사
"장비 돌리는 것도 결국 사람"
소통·가치 공유 중요성 강조
협동로봇 부품 개발·매출 확대

1974년 조성된 창원국가산업단지는 지난 50년 동안 경남의 산업화와 경제성장을 이끌어왔습니다. 세월이 흐르면서 현재 창원산단 입주 기업도 세대교체가 한창입니다. 이런 변화 속에 2018년 3월 30일 '창원산단 미래경영자클럽'이 결성됐습니다. 창원산단의 젊은 심장, 2세 경영인들은 누구일까요? <경남도민일보>가 한국산업단지공단 경남지역본부와 공동으로 이들 2세 경영인 중 8명을 소개합니다. 네 번째 주인공은 주양이(36) 성원코리아㈜ 부사장입니다.

창원시 의창구 팔룡동에 있는 성원코리아는 정밀 가공 기업이다. 공작기계 부품, 방산 부품, 협동로봇 부품, 중장비·유압 부품을 전문으로 생산하는 업체다. 다품종 소량 생산의 경험이 많은 회사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 회사는 주양이 부사장의 부친인 주황용(72) 대표이사가 1991년 설립했으며, 2014년 법인으로 전환했다. '품질과 납기준수는 성원코리아의 자부심'이라는 구호 아래 현재 직원 47명이 일하고 있다.

◇법조인 꿈을 접고 =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한 주 부사장은 애초 외교 관련 또는 국제기구에서 법조인이 되고자 했다.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일하고 싶었다.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북한법을 전공해 북한인권법을 주제로 석사논문도 썼다.

"2015년 아버지께서 '여기 와서 같이 일 한번 안 해 볼래?' 물어보셨습니다. 아버지 나이가 나이인지라, 기업 승계를 결정해야 하는 시기가 다가왔던 거죠. 법조인의 꿈과 자식 된 도리 사이에서 고민을 했었습니다. 신중하게 결정을 하자는 차원에서 일단 1년 동안 일해보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일을 배우면서 알게 됐습니다. 제가 행복하고 무탈하게 성장할 수 있었고, 꿈을 향해 달려올 수 있었던 근간에는 회사가, 직원들의 땀과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라는걸요. 늘 감사한 마음으로 직원들과 함께하고자 하는 마음이 커졌습니다."

입사 과정에서 자기소개서 5통을 썼다고 한다. '사장님의 딸' 주양이가 아닌 성원코리아 동료로서 함께 일하겠다는 솔직한 마음을 꾹꾹 눌러담았다고 했다. 2016년 1월 입사해 현재 직원들과 회사 추구 방향과 목표, 비전, 미션을 공유해가며 '성장통'을 겪는 중이라고 했다.

◇사람이 먼저다 = 시쳇말로 정밀 가공 기업일수록 '설비발·장비발'이 중요하다. 하지만, 주 부사장의 생각은 다르다. 사람이 먼저다.

"제조산업 하는 분들 보면 장비와 시설물, 공구 투자는 하나도 안 아까워하시는데, 사람 투자는 인색한 게 사실이거든요. 근데, 장비는 언제든 살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장비를 돌리는 건 결국 사람입니다. 사람에 투자를 해야 미래에 필요한 기술이 뭔지 이야기 나눌 수 있고, 대비도 할 수 있습니다. 사장님께도 사람에 투자하자고 늘 말씀드립니다."

성원코리아도 1997년 IMF 외환위기와 2007년 발생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미국의 초대형 모기지론 대부업체들이 파산으로 세계적 경제위기 발생) 때 힘든 시기를 보냈다. 인원감축도 있었지만, '어둠의 터널'을 빠져나오는 순간 기존 직원들을 다시 고용해 신뢰를 쌓아나갔다.

▲ 창원 의창구 팔룡동에 있는 정밀 가공 기업 성원코리아 주양이 부사장이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 창원 의창구 팔룡동에 있는 정밀 가공 기업 성원코리아 주양이 부사장이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그에게 기업가 정신을 물었다. 단순 이윤만이 아닌, 다양한 사람과 소통하며 경험을 나누어 돈으로는 환산할 수 없는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누구나 기업을 고용창출, 기술발전, 경제창조를 하는 곳이라고 말합니다. 저는 여기에 목표를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성장하는 곳, 그리고 다양한 사람과 소통·공유해 더 나은 가치를 창출하는 곳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보람을 느낄 수 있는 회사를 만든다면, 결과는 자연스레 따라오리라 생각합니다. 결국, 사람을 근간으로 하는 것이 기업가 정신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주 부사장은 4년 전부터 공장 내에서 작업자와 함께 손발을 맞춰 일하는 로봇인 협동로봇 부품 개발에도 힘을 쏟고 있다. 바야흐로 4차 산업혁명 시대인 만큼 산업현장에 로봇 활용이 더 크게 늘 것으로 예상했는데, 협동로봇 물량이 크게 늘면서 매출이 반등하고 있다. 성원코리아 최근 3년 매출은 2019년 87억 원, 2020년 78억 원(코로나19 여파), 올해 100억 원 달성을 예상하고 있다.

주 부사장은 "내년에는 품질통합 시스템과 생산관리통합시스템을 도입해 누가 와도 현재 무슨 아이템이 어느 작업 공정에 있는지, 사내에서 누구나 정보를 쉽게 찾고 공유도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끝으로 '뿌리산업'의 중요성이 더 알려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스마트니, 아이티니, 인공지능이니 해도 결국 하드웨어는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결국 누군가는 계속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요소수 사태' 잘 보고 계시지 않습니까. 그럼에도, 대체로 제조산업에 대한 인식은 낮습니다. 힘들다, 저임금이다 정도에 머무는 것 같습니다. 제조산업의 가치와 중요성이 널리 알려질 수 있도록 한국산업단지공단이 더 힘을 쏟아주시면 고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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