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도민일보 20대 기자 세 명이 지난 10월부터 매주 목요일 미디어 비평 영상을 유튜브 채널에 연재하고 있습니다. '뉴스 비평 자신 있게(뉴비자)'라는 간판을 내걸었습니다. 지금 미디어 시장은 뉴스와 뉴스 아닌 것, 뉴스가 돼서는 안 되는 것이 차고 넘칩니다. 좋은 뉴스를 생산하는 것만큼 나쁜 뉴스를 가려내는 것도 중요한 이유입니다. 김연수·박신·이원재 기자는 신문 제작 과정에서 가장 먼저 뉴스를 접하는 1차 소비자이기도 합니다. 생산자와 소비자 처지를 오가며 입체적으로 뉴스와 미디어를 다루겠습니다. 매체를 흘겨보는 뉴스 소비자 앞에서 매주 영상과 지면으로 자신 있게 저널리즘을 이야기하겠습니다.

▲ 부산일보 11월 23일 자 5면 갈무리.
▲ 부산일보 11월 23일 자 5면 갈무리.

'논란, 논쟁, 공방…'. 양측 갈등을 그린 기사 제목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단어들입니다. 최근에는 페미니즘과 관련된 기사에도 심심찮게 등장합니다. 지난 21일 페미니즘을 놓고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설전을 벌였습니다. 이를 다룬 기사에서도 논란, 논쟁, 공방 같은 단어는 빠지지 않고 등장합니다.

△'페미니즘 논란' 일파만파…이준석 때린 장혜영 "폭력 가해자 대부분은 남성"(디지털타임즈) △'페미니즘 논쟁' 또 불붙인 이준석…당내서도 "'이대남'만 갖고 대선 되나"(부산일보) △'데이트폭력 여성 사망'에 정치권 '페미니즘 논쟁'(MBC) 등이 대표 사례입니다.

사실 언론이 페미니즘을 제목에 쓸 때 부정적인 단어를 붙이는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닙니다. 지난달 있었던 중앙대 성평등위원회 폐지를 두고도 △중앙대 성평등위원회, 페미니즘 논란 속 존폐 위기(헤럴드경제) △중앙대 학생기구, '페미니즘 갈등' 속 성평등위 존폐 논의(연합뉴스) △중앙대 '성평등위원회' 폐지'…페미니즘 논란'(시사뉴스) 등으로 보도했습니다. 여기에서도 '논란'과 '갈등'이 나옵니다.

이러한 보도는 페미니즘에 관한 인식을 왜곡하는 부작용을 낳습니다. 페미니즘 친밀도를 0~10으로 정한다면, 중간지대인 3~7에 속하는 이들은 침묵하고 양극단에 있는 발언이나 의견만 과대 대표되는 양상을 띠기도 합니다. 결국 3~7에 속하는 이들이 접하는 페미니즘은 다소 극단적일 가능성이 커집니다. 이는 페미니즘을 둘러싼 잘못된 편견을 부풀리게 될 뿐만 아니라 바로잡을 기회마저도 앗아갑니다.

이를 두고 뉴비자 8회에서 김연수 기자는 "오히려 언론에서 페미니즘을 둘러싼 싸움을 부추기는 것 같다"고 진단했습니다. 또 이원재 기자는 "언론에서 자꾸 부정적으로 다루다 보니 일상 속에서 페미니즘에 관한 대화를 나누기 어려운 건 사실"이라고 말했습니다.

페미니즘의 사전적 정의는 '성별로 인해 발생하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 차별을 없애야 한다는 견해'입니다. 하지만 현재 한국 사회에서는 성별에 따라 상대를 규정짓고 편을 가르는 도구 정도로 쓰이는 듯합니다. 일부 커뮤니티 주장이나 정치인들의 혐오·차별 발언을 여과 없이 과장해 실어 나르며 엉뚱한 곳에 마이크를 갖다 댄 언론 탓은 없을까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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