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개 단체 공동성명 내고 비판
"의제 설정·정책 권고 사라져"
인권 현안 외면도 도마 올라

국가인권위원회가 출범 20돌을 맞았지만, 본연의 역할에 소극적이라는 인권단체들의 비판에 직면했다.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는 25일 서울 명동성당에서 '국가인권위 설립 20주년 기념식'을 열었다. 인권위는 설립 이후 20년간 △국가보안법 폐지 △차별금지법 제정 △비정규직 보호 △구금보호시설 인권침해 개선 등 다양한 인권 의제에 폭넓게 의견을 표명했다고 자평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시대 변화에 따른 새로운 인권 규범을 만드는 일에 역량을 모아야 한다"라며 "정부는 인권위의 독립된 활동을 철저히 보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같은 날 인권단체들은 '마냥 축하와 격려만 전할 수 없다'며 인권위에 쓴소리를 쏟아냈다. 인권정책대응 등 전국 인권단체 76곳은 이날 성명에서 "인권 의제를 만들고자 선제 실태조사를 진행하고 정책을 권고하던 모습은 과거로 사라지고 진정을 접수해야만 움직이는 조직이 됐다"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코로나19 사유로 집회시위가 원천 금지되는데도 인권위가 중앙·지방정부에 분명한 의견표명을 하지 않은 일, 이주노동자·장애인 등 사회적 소수자들이 백신 접종 과정에서 차별을 겪는데도 코로나19 전담팀(TF)을 3개월 만에 해산한 일을 꼬집었다. 시민사회 간담회에서 내놓은 사업안에 '감염병예방법 인권침해 조항 개정' 등 시급한 인권 현안 대신 국가기관이면 모두 시행하는 일상적 업무만 넣어둔 일도 비판했다.

정부와 국회에도 아쉬움을 표했다. 인권위원 인선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한 법 개정과 늘어나는 진정사건에 걸맞은 인력 확충에도 손을 놓고 있다는 이야기다. 또한, 인권위 권고가 제대로 수용될 수 있도록 정부 부처·공공기관을 견인하는 모습도 찾아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군인권센터 역시 성명을 내고 "24일 국회운영위원회가 군인권보호관 설치를 골자로 하는 '국가인권위법 개정안', '군인권보호관법안'을 검토했다"라며 "이 자리에서 인권위는 군인권보호관을 맡을 상임위원 증원이 불필요하다거나 불시 부대방문조사권도 축소해야 한다는 국방부 의견에 동의해줬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권위 20주년을 축하하기보다, 위기의식을 가지고 고루한 관료조직으로 전락한다는 비판을 겸허히 수용·반성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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