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인구 따라 의원 수 감축 합리적인가
도랑 건너는 다리 하나도 못 놓게 된다면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쟁점 중 하나는 지방의원 선거구 획정이다. 그중에서 광역의원 2명에서 1명을 뽑는 선거구가 더 늘어난다. 인구가 소멸하는 농촌, 함안·창녕·고성·거창군을 비롯해 전국 17개 군지역이다. 이 지역에서 사는 사람들에겐 그들 말대로 사활을 걸 만한 현안이다.

이를 분석한 보도를 여러 차례 했다. 경남도민일보 한 지면평가위원은 '표의 가치는 민주주의 근본'이라고 비판했다. 그 위원이 변호사라서가 아니라 상식적으로 맞는 말이다. 그는 나아가서 '인구가 줄어듦에 따라 선거구 획정에 문제가 생긴 것을 서울 집중현상의 결과물이라고 치부하는 것은 지나친 비약'이라고 했다.

군지역 도의원 2인 선거구 축소 문제는 헌법재판소가 2018년에 내린 결정(2014헌마 189)에 따른 것이다. 핵심은 선거구 인구 편차를 4 대 1에서 3 대 1로 조정이다.

요약하면 표의 등가성이다. 한 사람 투표가치가 네 배가 되는 것은 문제이니 2배까지 급격하게 바꾸지 못하더라도 지역 대표성과 도농 인구격차를 고려해 3배로 정한 결정이다.

대의제 민주주의에서 투표가치 평등은 중요하다. 그러나 선거구 문제를 표의 가치로만 딱 잘라 말할 수 없는 현실은 있다. 군지역이, 아니 우리나라가 직면한 지역소멸 문제를 단순하게 볼 수 없고, 해법 또한 쉽지 않은 것과 같은 이유다. 농촌은 쪼그라들어 경남 10개 군지역 인구를 다 합쳐도 도내 인구의 14%에 그친다.

그래서 도시 한 개 동지역보다 인구가 적다고 군지역에서 도의원 1명만 뽑는 건 합리적일까. 농촌지역에 1명인 군수나 도의원은 동급인가. 같은 선거구에서 같은 유권자 선택을 받았다고 해서. '지역의원이 줄어들면 농촌정치가 고사하는가'라고 따지는데 도시는 경관을 위해 간판정비를 할 정도지만 농촌에는 도랑 건너는 다리 하나 놓는 것도 숙원사업인 현실을 이야기하면 답이 될까.

우리나라 광역행정구역은 시를 제외하고 도농복합지역이다. 도농을 묶은 지역에서 의원 정수를 정해놓고, 인구비례로 선거구 획정을 하니 농촌지역의 줄어든 의원은 도시로 배정된다. 그나마 공직선거법에 규정한 자치구·시·군에 최소 광역의원 1명 선출은 안전판이다. 기준에도 미치지 못해 없어져야 할 선거구인 경북 울릉군이나 인천 옹진군에서도 1명을 뽑을 수 있는 이유다.

지역소멸은 가속화하고 있는데 국회는 손 놓았다. 선거가 목전일 때 겨우 발등에 불 떨어진 듯 대하고 있을 뿐이다. 이 또한 자치의 문제를 거대 양당이 장악한 국회에 맡긴 아픈 현실이다. 법은 시대를 반영해야 하고, 사람이 법을 만들고 운용한다. 선거법에 최소 2명 선출로 바꾸거나, 여러 조건을 고려해 광역의원 정수를 조정할 수 있는 범위 14%를 확대하면 위헌일까. 전체 광역의원 수를 늘리는 방안부터 연동형 비례대표제 확대까지 다양한 논의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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