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대학교 학생 재기발랄 기획
미디어영상학과·의류산업학과
가방·메타버스 등 가치 승화

지역대학 청년들이 부마민주항쟁 의미를 밝고 감각적인 문화 기획으로 되살렸다. 일상 속에서 자주 접하는 친환경가방 디자인부터 가상공간을 활용한 홍보 전략까지, 지역 자부심을 현재·미래 세대에 전할 창의적인 발상이 쏟아졌다.

부마민주항쟁은 지난 몇 년간 국가기념일 지정, 진상조사 진행 등 재평가가 이뤄지고 있지만, 무거운 항쟁 의의를 밝고 미래적인 가치로 승화하는 일은 숙제 중 하나였다.

이 숙제를 풀어내는 데 청년들이 나섰다. 경남대학교 학생들은 부마항쟁기념사업회가 지난 7월부터 진행한 '지역 대학생과 함께하는 부마 문화상품(굿즈)·소통(커뮤니케이션) 전략 개발' 사업에 참여했다. 항쟁 참여자들이 직접 학생들과 소통하며 이해도를 높였고, 학생들은 전공을 살려 이를 젊은 감각으로 재해석하고자 머리를 맞댔다. 최근 그 결과물이 나왔다. 지난 12일에는 미디어영상학과 학생들이, 16일에는 의류산업학과 학생들이 각각 발표회를 진행했다.

▲ 경남대 의류산업학과 학생들이 부마항쟁 의미를 담은 일상 소품을 만들고자 회의를 하고 있다.   /경남대학교
▲ 경남대 의류산업학과 학생들이 부마항쟁 의미를 담은 일상 소품을 만들고자 회의를 하고 있다. /경남대학교

유민지(21·미디어영상학과 3학년) 학생 조는 '부마랜드'라는 기획을 내놨다. 가상공간(메타버스)에 구축한 놀이동산에서 항쟁을 친근하게 접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예를 들어 가상공간 '관람차'에서는 항쟁 관련 각종 콘텐츠(웹툰·영상 등)를, '기념품 가게'에서는 교육용 꾸러미를 판매한다. 학생들은 가상공간뿐 아니라 실제 지역 놀이동산인 마산로봇랜드에서도 같은 전략을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조들도 다채로운 기획을 준비했다. 부마항쟁 당시 현장을 가상공간으로 재현하자는 재기 발랄한 생각도 나왔고, '2층 버스 부마항쟁 투어' 등 버스를 중심 전략으로 택한 조도 있었다. 세대를 아우르는 공간이기도 하고, 광주에서는 실제 5·18민주화운동 사적지 경유 버스를 운영한 사례도 있어서다.

의류산업학과 학생들은 항쟁 의미를 독창적인 활자서체(로고·타이포그래피)와 이미지로 살려, 친환경가방(에코백)·티셔츠·각인 연필·향초(캔들) 등 현실 소품에 녹여냈다. 문화상품을 소비하는 과정을 통해 역사 속에 가라앉은 항쟁 의미를 자연스럽게 일상 속으로 길어올리는 작업물들이었다. 김민지(21·의류산업학과 3학년) 학생은 "소비경향을 분석해 부마항쟁을 기억하는 동시에 소장하고 싶은 마음이 들도록 상품을 기획했다"라고 말했다. 학생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부마항쟁 사적지 등 대면·비대면 양쪽을 활용한 판매 전략까지 제시했다.

▲ 경남대 의류산업학과 학생들이 부마항쟁 의미를 담아 만든 친환경 가방과 컵.  /경남대학교
▲ 경남대 의류산업학과 학생들이 부마항쟁 의미를 담아 만든 친환경 가방과 컵. /경남대학교

학생 참여를 이끈 신성일 미디어영상학과 교수는 "젊은 대학생들이 부마민주항쟁에 자연스럽게 관심을 둘 수 있을 뿐 아니라, 전공을 살려 항쟁 의미를 계승·발전시킬 전략을 발굴한다는 의미가 있다"라며 "지역 사회 문제를 각자 실무능력으로 해결해가는 경험은 그 자체로 취업준비실적(포트폴리오)이 되고, 그 결과물이 실제 사업으로 이어지는 선순환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권정숙 의류산업학과 교수는 "학생들에게는 부마항쟁을 다시금 기억할 기회였고, 한 번에 그칠 게 아니라 지속 가능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담은 작업이었다"라고 밝혔다.

청년들과의 소통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경남대 건축학과 학생들도 부마항쟁을 비롯한 지역성을 살리는 데 실무능력을 활용할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설진환 부마민주항쟁기념사업회장은 "과거 세대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발상들을 보고, 젊은 세대들에게 어떻게 다가가야 할지 다시 한번 고민하는 계기가 됐다"라며 "이들의 기획을 어떻게 녹여낼 것인지 과제를 안게 됐고, 장기적으로 이런 방향성을 유지할 필요성을 느낀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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