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 한 우물·정착 이바지
교수협 이끌며 민주화 뒷받침
도민주주 신문 창간 산파 역할

하종근 창원대학교 행정학과 명예교수가 숙환으로 지난 2일 오후 8시 45분 영면했다. 향년 79세.

하 교수는 창원대에서 30년간 교수로 지냈다. 벗 삼은 학문은 지방자치학이다. 제자이자 동료였던 안성수 창원대 행정학과 교수는 고인이 지방자치학이란 한 우물을 팠으며, 지방자치가 정착하는 데 크게 이바지했다고 소개했다.

안 교수는 고인을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학자로 기억했다. "항상 새벽 6시 즈음 출근해서 늦은 밤까지 강의와 연구를 하시던 모습이 기억납니다. '게으른 자는 석양에 바쁘다'는 말을 많이 하셨습니다. 성실한 삶을 살아야 한다는 뜻인데, 손수 보여주셨던 거죠."

하병필 경남도지사 권한대행도 하 교수를 '성실한 학자'로 추억했다. 하 권한대행은 하 교수 조카다. 그는 "초교 교사에서 시작해 대학교수까지 하셨듯 엄청난 노력파셨다. 특히 지방행정과 경남에 애정이 남달랐고,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실천하려 애쓰셨던 분"이라고 말했다.

하 교수는 1980년대 창원대 교수협의회를 앞장서서 이끌었다. 당시를 함께한 김지화 창원대 사회학과 명예교수는 하 교수가 부담을 짊어졌다고 회고했다. "1987년 전두환 씨가 4.13 호헌조치를 하던 때 사회 민주화·학내 민주화를 위한 조직 이야기가 나오면서 민주화를 위한 교수협의회를 만들었는데, 하 교수님이 의장을 맡아 이끌었습니다. 당시 사회에서 눈총을 받을 일이었는데 부담을 짊어지신 거죠. 열심히, 성실하게 사신 분이었습니다."

▲ 생전 하종근 명예교수. /경남도민일보 DB

나아가 고인은 독립언론이 민주주의 실현의 밑거름이라는 신념으로 도민주주신문 창간에도 전력을 기울였다. 그는 경남도민일보 창간추진위 공동대표 겸 운영위원장을 맡아 1999년 신문 창간에 산파 역할을 했다. 하 교수는 2008년 <경남도민일보> 대담 기사에서 당시를 회고하며 "IMF 외환위기가 터진 해 그 추운 겨울, 괄시를 받으며 도민 주주를 모았다. 주위에서 나를 아끼는 이들이 사기꾼 되기 쉽다며 그만두라고 말리기도 했다. 그래도 어깨가 처진 후배들을 다독이며 계속했다. 지금도 막걸리를 마시며 '퇴로는 없다'고 외치며 건배를 하던 일이 생생하다"고 말했다.

구주모 경남도민일보 사장도 고인과의 추억을 떠올렸다. "지역민에게 새 신문 창간 당위성을 열정적으로 설파하고 다니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인생은 누적치'라는 표현을 써가며 창간 동지들에게 매 순간 온 힘을 다할 것을 당부했습니다."

하 교수는 지난 대담 기사에서도 '인생은 누적치'란 말을 썼다.

"진리는 멀리 있거나 어려운 것이 아니다. 여름은 덥고 겨울은 춥다. 이게 진리다. 더울 때는 더운 대로 추울 때는 추운 대로 참고 견디면 봄은 온다. 인생은 실패에서 배우는 거다. 교육도 끊임없는 경험의 재구성이다. 그래서 인생은 누적치다. 최고치에서 자만하지 않고 최저치에서 주눅이 들지 않아야 한다."

연구실을 찾은 제자와 차를 마시며 대화를 나누고, 산에 오르길 즐겼던 하 교수는 다시 태어나면 지금보다 공부를 더 잘하는 선생이길 바랐다.

빈소는 삼성창원병원 장례식장 특7호(연락처 010-4850-5596). 발인은 5일 오전 6시 30분. 장지는 하동군 북천면 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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