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인 교육기관·예술단
창원 사회적경제센터 지원 덕
크라우드 펀딩·온라인몰 혜택
인터넷영화제 개최·상품 판매
사업확장·수익 강화 기회 마련

코로나19는 창원지역 사회적경제기업에도 큰 악재였다. 사람을 직접 상대하는 서비스 업종이 많은 사회적경제기업으로서는 사회적 거리 두기가 시행되면서 판로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비대면이 새로운 판로로 떠올랐지만 영세한 사회적경제기업은 진입장벽과 자금난 탓에 진출하기 쉽지 않았다.

창원시 사회적경제지원센터는 이러한 상황을 반영해 올 하반기 △크라우드펀딩 지원사업 △통합스마트스토어 지원사업을 추진했다. 9~10월 센터와 크라우드펀딩사 오마이컴퍼니의 협업으로 창원지역 사회적경제기업 10곳이 크라우드펀딩에 도전했고, 약 한 달 동안 총 358명이 참여해 2193만 2000원을 모을 수 있었다. 또 센터는 지난 9월 '누비상회'란 이름의 통합스마트스토어를 구축했다. 창원지역 내 사회적경제기업 제품을 판매하는 플랫폼 역할을 한다. 현재 24가지 상품을 판매 중이다.

이 중 크라우드펀딩으로 1000만 원가량을 모집한 '함께걷는발달연구소'와 '누비상회'에 입점한 기업 중 매출 증대가 기대되는 '아트랑'을 찾았다.

▲ 함께걷는발달연구소 교육장에서 교육생들이 블록을 쌓고 있다.  /함께걷는발달연구소
▲ 함께걷는발달연구소 교육장에서 교육생들이 블록을 쌓고 있다. /함께걷는발달연구소

◇발달장애 관련 기업 합심해 만든 영화제 = 발달장애인 교육기관 함께걷는발달연구소는 창원 발달장애인 오케스트라 '희망이룸', 양산 발달장애인 도시 양봉 교육기관 '비컴프렌즈'와 협업해 영화제 크라우드펀딩을 추진했다.

달콤쌉쌀뭉클한 방구석 영화제 '장애, 공존, 공감'이라는 제목의 영화제는 장애 주제 영화 3편(어른이 되면·학교 가는 길·까치발)을 비대면으로 상영한다. 후원금에 따라 비컴프렌즈의 꿀스틱, 희망이룸의 커피드립백, 함께걷는발달연구소 이용자 가족의 에세이를 리워드로 제공했다.

성과는 독보적이었다. 한 달여 만에 154명이 참여, 1023만 6000원을 모금했다. 애초 100만 원을 목표로 시작했는데 10배 이상의 성과를 냈다. 펀딩 후원자들은 영화 감상 후 '차별 없는 사회를 만드는 데 함께하겠다' 등의 응원 문구도 보냈다.

이번 펀딩은 도내 발달장애인 관련 기관 3곳이 같은 소셜 미션을 달성하고자 협업했다. 김소형 대표는 "같은 방향성을 가진 영세 사회적경제기업이 각개전투를 하는 것보다 함께 뭉쳐 기획하면 시너지 효과가 날 거라 생각했다"며 "마침 센터의 펀딩사업과 연계해 성공적으로 영화제를 추진할 수 있었다. 앞으로도 의미 있는 협력사업을 준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김소형 함께걷는발달연구소 대표. /안지산 기자
▲ 김소형 함께걷는발달연구소 대표. /안지산 기자

◇발달장애인 생애주기 교육 목표로 = 김 대표는 소아 물리치료사로 11년 가까이 일했다. 그는 발달장애 아동이 재활 치료만 받을 뿐, 사회에 나갈 수 있는 적절한 교육을 받지 못하는 모습이 안타까웠다. 그런 고민과 철학을 공유하는 사람을 모아 2013년 연구소를 차렸다.

김 대표는 "초기엔 장애아동 사회서비스 교육을 진행하다가 지역 인식개선 등으로 확대 중"이라며 "2018년부터는 사회 진출, 취업 연계 대안으로 바리스타 육성 프로그램도 병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구소는 향후 교육, 복지를 아우르는 활동을 전개하고자 사회적협동조합 전환을 준비하고 있다. 김 대표는 "발달장애 아동이 성인이 된 후 사회에서 원활히 활동하기 위한 일자리 창출 등 교육도 병행하려고 한다"며 "장기적으로는 발달장애인 생애주기 서비스를 제공하는 교육·복지기관으로 자리 잡고 싶다"고 강조했다.

◇예술로 경제적 자립 도와요 = 발달장애인 예술단인 아트랑은 '누비상회'에서 텀블러와 티셔츠를 판매하고 있다.

모든 제품은 발달장애인이 직접 디자인했다. 한 명 한 명의 개성이 담긴 캐릭터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시작은 예술에 관심 있는 발달장애인들의 지속적인 활동을 돕기 위해서였다. 노부흥 아트랑 대표는 "상품화를 염두에 두고 시작한 일은 아니었다"며 "어느 날 각자 개성 있는 그림들을 보면서, 이걸 시민들에게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시제품을 제작해 소량 판매했는데 호응이 생각보다 좋았다.

▲ 발달장애인 예술단인 아트랑 단원이 그림을 그리고 있다.  /아트랑
▲ 발달장애인 예술단인 아트랑 단원이 그림을 그리고 있다. /아트랑

노 대표는 "아트랑의 소셜 미션은 발달장애인 인식 개선과 경제적 자립이다. 소셜 미션은 명확하나 비즈니스 모델이 빈약했다"며 "그림을 좋아하는 발달장애인들이 그림으로 경제활동까지 할 수 있다면 자립할 수 있는 모델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밝혔다.

아직은 상품이 두 종류뿐이지만, 앞으로 캐릭터 캘린더, 휴대폰 케이스, 엽서 등으로 제품을 확대할 계획이다.

◇문화예술 공간 그 이상 역할 하고파 = 노 대표는 대학생 때 음악을 전공했다. 청년예술단체에 몸담으면서 발달장애 학생에게 음악교육을 한 적 있는데, 이 학생들이 졸업 후엔 시설로 보내져 예술 활동을 지속할 수 없다는 사실에 안타까웠다.

이에 청년예술인에게는 일자리를, 발달장애인에게는 예술활동 기회를 제공하고자 2019년 사회적기업가 육성과정을 거쳐 아트랑을 만들었다.

노 대표는 "예술단이지만 재능 있는 친구들뿐만 아니라 예술을 좋아하는 친구들에게도 똑같은 기회를 열어주고 싶었다"며 "공연을 다니면서 장애 인식개선은 물론 친구들의 성장 과정을 볼 때마다 뿌듯하다"고 말했다.

15명으로 시작했던 단원은 3년 만에 40명으로 늘었다. 올해 전국 발달장애인 합창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으며 질적으로도 성장했다. 오는 12월 28일 성산아트홀에선 단원들의 장애인식 개선 콘서트를 개최할 예정이다.

아트랑은 내년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고자 소셜 미션, 수익사업도 강화할 계획이다.

▲ 노부흥 아트랑 대표. /김은주 인턴기자
▲ 노부흥 아트랑 대표. /김은주 인턴기자

노 대표는 "누비상회를 활용한 예술품 판매, 공연 등으로 발달장애인들이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하는 게 목표"라며 "문화예술 단체를 넘어 발달장애인의 보금자리가 될 수 있는 단체로 도약하겠다"고 말했다.

유재준 창원시 일자리창출과장은 "시는 공공구매율 18% 달성·민간위탁사업의 사회적경제기업 참여 사례 발굴·사회적경제 제품 온오프라인 판로 지원 등 판로 다각화로 사회적경제 소비 촉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사회적경제가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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