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의제는 없고 상대 깔아뭉개기만
우리 살 세상 '남 편 말고 내 편' 찍자

아사리판이 될 거라고 했던가. 여야 경계 없이 여러 대선판 중심에 있었던 사람이 한 말이다. 갈수록 예견은 현실이 돼 가고 있다. 그처럼 노회하지 못하지만 몇 차례 대선을 경험한 유권자로서 내 눈에는 시대를 가를 의제가 없는 이런 선거는 처음이다.

우리는 의자 뺏기에 익숙하다. 그런 놀이를 하며, 대학 문만 쳐다보고 달려온 교육과정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오로지 하나 남은 의자를 차지해 생존하기 위한 경쟁체제를 살고 있다. 사회생활은 더 치열하다.

인기를 끄는 TV 경연프로그램 또한 의자 뺏기와 같은 형식이지만 과정에선 협업하며 공생하고, 감동도 준다. 대선 후보를 뽑기 위한 거대 양당 경선을 보면 그런 것은 없다. 상대를 깔아뭉개야 내가 산다는 식이다. 주권자는 의자 뺏기를 하는 그들에게 표로 계산될 뿐이다. 필요할 때만 국민을 들먹인다.

어떤 미래를 만들어갈지, 주권자들의 목소리가 녹아드는 용광로가 돼야 할 정치와 선거가 왜 이런 꼴이 됐을까. 왜 정치는 한국 사회에서 가장 미움받는 갈등 유발자가 됐을까. 최근 우리나라 갈등지수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30개국 중 세 번째로 높다는 분석이 나왔다. 거꾸로 갈등관리지수는 27위로 꼴찌 수준이다.

아사리판에서 공정과 정의는 이미 빛이 바랬다. 코로나 시대를 살아내고 있지만 어느 후보도 코로나 이후를 제대로 이야기하지 않는다. 가보지 않은 길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방향을 논하지 않는다. 코로나를 거치며 더 선명해진 불확실성과 기후위기, 부의 편중 심화를 해결할 대안을 말하지 않는다.

상위 10%가 전체 토지 96.5%를 소유, 청년 4명 중 1명은 실업자, 하루에 7명이 일하러 갔다가 집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현실. 거대 정당의 싸움판에서 지리멸렬한 진보정당들이 내놓은 의제는 확산하지 못하고 있다. 대전환은 이루지 못할 꿈인가.

우리는 혐오만 하고 있을 수만 없다. 왜 우리가 살아내야 할 세상이니까. 정당별 후보가 가려지면서 내년 3월 9일 대통령 선거를 향한 주자들이 압축되고 있다. 11월 첫째 주엔 대진표가 나온다. 표만 찍는 객체가 아니라 목소리를 내고 요구해야 한다. 후보들이 대안을 내놓도록 해야 한다.

최선이 아니면 차악이라도 선택해야 한다는 말이 있지만 단순하게 '남 편 말고 내 편'을 찍자. 가진 재산이 적다면 부의 대물림을 심화하는 불로소득을 차단할 후보를 찍자. 없는 사람이 생존, 공생할 방법이다. 가진 자는 더 소유하고 부를 보장해줄 후보를 선택할 테니까.

서울·수도권 사람들 걱정하지 말고 내가 발붙이고 먹고사는 지역민이 좀 더 잘살 수 있게 할, 분배도 잘 못하는 현실이지만 자원과 자본을 필요한 지역에 배분할 줄 아는 후보를 뽑자. 그래서 내 편을 의자에 앉히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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