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염병 환자 수를 세며 아침을 시작한 지 오래다. 숫자 높낮이에 따라 생활이 달라지고 행동반경이 달라졌다. 마스크 자국처럼 막연한 불안감도 여전히 선명하다. 세상은 이제 코로나19와 공존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일상에서 마스크 때문에 생긴 뾰루지가 아직 달갑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아침 출근길 수첩을 꺼내 들고 일정을 확인한다. 여전히 전염병 상황은 취재 대상이다. 감염 경로와 접촉자를 찾고, 격리와 추적 검사로 이어지는 방역 현장은 긴장감을 늦출 수 없다. 백신 접종이 진행되는 병원에도 여전히 사람이 붐빈다. 간호사가 이런저런 질문에 병력을 묻고, 한편에선 부작용과 대처방법을 설명한다. 코끝에 부는 바람이 가을 하늘 쾌청함을 실어다 주지만 현장은 쉴 새가 없다.

확진 환자 소식에 문을 닫았던 식당엔 언제 그랬느냐는 듯 손님들이 찾는다. 단골손님들은 모두 한마디씩 걱정을 담은 덕담을 건넸다. 잠시 문을 닫았던 유치원에서도 다시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생채기로 남은 흔적은 누구를 탓할 수도 없는 원망이 되기도 했다. 시가지엔 군데군데 문을 닫은 상점이 눈에 띈다. 한산한 시장은 상인들의 한숨 속에 조용하다. 오일장 새벽 첫차에 붐볐던 버스 정류장엔 입을 닫은 사람들이 오갔고, 한 손에 들린 보따리는 가벼웠다.

누구는 술을 끊었다는 이야기를 했다. 어떤 이는 국외여행 추억을 떠올렸다. 입학하며 코로나19 사태를 맞닥뜨린 대학 새내기는 학교에 몇 번 가보지도 못하고 군대에 입대하고자 휴학원을 냈다.

취재가 일상인 기자에게도 코로나19는 지독하다. 코로나 일상을 준비하는 사회 분위기에 수첩을 챙겨 들고 주위를 둘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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