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승부처 호남 투표 시작
국민의힘 굳어지는 양강구도

21대 대통령선거가 주요 후보자들의 각종 의혹을 둘러싼 논란과 공방으로 한 치 앞도 내다보기 힘든 혼돈의 선거로 흘러가고 있다.

한동안 대선정국을 지배했던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여권 인사 고발 사주 의혹'이 새로운 사실 없이 답보 상태인 가운데, 추석 연휴에 즈음해서는 이재명 경기지사의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이 정치권을 강타한 형국이다.

◇호남대전 앞둔 민주당 = 2015년 성남시장 시절 이 지사 관련 의혹에 더욱 시선이 쏠리는 건, 더불어민주당이 25일(광주·전남), 26일(전북) 대선후보 경선의 분수령이 될 '호남대전'을 앞두고 있어서다. 민주당 전체 대의원·권리당원의 약 30%를 차지하는 20만 호남 당원들의 표심은 이 지사의 본선 직행이냐,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의 대역전 발판이냐를 가를 최대 승부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까지 누적득표율 51.41%로 1위를 달리는 이 지사지만 최근 분위기는 좋지 않다. 일부 여론조사에서 이 전 대표에게 호남지역 1위를 빼앗기는 등 맹추격을 허용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데일리안·여론조사공정이 지난 17~18일 진행한 민주당 후보 적합도 조사에서 이 전 대표는 호남에서 38.5%를 얻어 30.8%에 그친 이 지사를 꺾었다. 이는 같은 기관의 전 주(10~11일) 조사와 비교해 이 전 대표는 상승(33.6%→38.5%)하고 이 지사는 하락(36.5%→30.8%)한 결과다.

▲ 19일 광주MBC 공개홀에서 더불어민주당 추미애(왼쪽부터), 김두관, 이재명, 박용진, 이낙연 대선 예비후보들이 토론회에 앞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연합뉴스
▲ 19일 광주MBC 공개홀에서 더불어민주당 추미애(왼쪽부터), 김두관, 이재명, 박용진, 이낙연 대선 예비후보들이 토론회에 앞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연합뉴스

반면 TBS·한국사회여론연구소 17~18일 조사(범진보권 후보 적합도)에서는 이 지사(36.2%)가 호남에서 여전히 이 전 대표(34.0%)를 앞섰는데, 이 역시 같은 기관의 전 주(10~11일) 조사(이재명 43.2%·이낙연 31.5%)에 견주면 상당히 격차가 좁혀진 것이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 지사의 대장동 특혜 의혹이 치명타가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낙연 전 대표는 "이 지사는 평소 공정경제를 강조하고 부동산으로 인한 불로소득을 뿌리 뽑겠다고 했는데, 그것과 배치되는 결과가 나타난 것에 국민이 많이 놀라고 화나고 있다. 대장동 의혹은 역대급 일확천금 사건"이라고 공세를 퍼붓고 있다.

현재 누적득표율 31.08%로 2위인 이 전 대표가 만일 호남에서 그간 부진을 딛고 높은 득표율을 획득, 이 지사를 50% 아래로 끌어내리고 자신은 40%대에 올라서거나 근접할 수 있다면, 민주당 대선후보 경쟁은 내달 10일 본경선 이후 치러지는 결선투표로 향할 가능성이 커진다.

◇양강구도 국민의힘 = 다음달 8일 후보 8명을 4명으로 압축하는 2차 컷오프를 앞둔 국민의힘 쪽은 윤석열 전 총장과 홍준표 의원 양강구도가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다.

윤 전 총장의 경우 총장 시절 여권 인사들에 대한 고발 사주 의혹이 불거져 잠시 궁지에 몰렸지만, 의혹을 입증할 확실한 근거가 나타나지 않은 가운데 검찰·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수사가 본격화되면서 외려 주목도가 높아져 득을 봤다는 분석이 많다.

앞서 TBS·한국사회여론연구소 17~18일 조사(차기 대선후보 적합도)에서 28.8%를 얻어 4주 만에 이재명 지사(23.6%)를 꺾고 1위를 차지하고, 같은 시점 데일리안·여론조사공정 조사에서 28.1%(윤) 대 24.4%(이)로 전 주(윤 24.5%·이 23.6%)보다 격차를 벌린 결과가 대표적이다.

시사평론가 유창선 씨는 "최근 여론조사에서 눈에 띄는 것은 그동안 윤 전 총장에 대해 유보적 태도로 돌아서 관망하던 층이 지지층으로 결집하는 현상이 보인다는 점"이라며 "지난해 윤 전 총장을 때릴수록 그의 인기가 올라갔던 현상과 같은 맥락이다. '고발 사주' 프레임은 진영에 따라 믿고 싶은 대로 믿을 뿐 표심을 바꾸는 결과로 이어지기 어려운 내용"이라고 했다.

▲ 국민의힘 황교안(왼쪽부터), 홍준표, 하태경, 유승민, 최재형, 원희룡, 안상수, 윤석열 대선 경선 예비후보들이 16일 서울 중구 TV조선 스튜디오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선거 경선후보자 1차 방송토론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국민의힘 황교안(왼쪽부터), 홍준표, 하태경, 유승민, 최재형, 원희룡, 안상수, 윤석열 대선 경선 예비후보들이 16일 서울 중구 TV조선 스튜디오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선거 경선후보자 1차 방송토론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KBS·한국리서치의 16~18일 조사에서는 윤 전 총장(18.8%)이 이 지사(27.8%)에게 크게 밀리는 것은 물론, 홍준표 의원(14.8%)에게 2위 자리마저 위협받는 결과가 나와 고발 사주 의혹의 파장을 쉽게 단정하긴 어려운 상태다.

홍 의원은 여야 주자 전체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윤 전 총장에게 뒤지지만 범보수권 후보 적합도 조사에서는 민주당 지지층과 호남 민심 등의 지지에 힘입어 윤 전 총장과 호각세를 이루는 소위 '역선택' 논란에 계속 휘말려 있다.

향후 2차 컷오프(국민 여론조사 70%+당원 투표 30%)는 물론 11월 초 최종 본선(국민 여론조사 50%+당원 투표 50%)까지 당심의 비중이 갈수록 높아지는 것을 감안하면, 국민의힘 지지층에서 우위를 확보하지 못하는 한 홍 의원의 본선행은 끝내 어려운 일이 될 수 있다.

앞서 TBS·한국사회여론연구소 17~18일 조사(범보수권 후보 적합도)에서 홍 의원은 30.0%를 얻어 윤 전 총장(29.5%)을 근소한 차로 이겼지만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윤 전 총장(53.7%)이 홍 의원(31.3)을 크게 앞섰다.

인용한 여론조사에 관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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