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산 최치원 벽화·조형물 오류투성이
시공사·행정기관 무관심하고 안일해

투철한 애향심이 있는 것은 아니다. 역사에 해박한 것도 아니다. 지나가다 문제점이 눈에 띄었을 뿐이다. 계속. 창원시 마산합포구청이 월영동 밤밭고개로 일부에 만든 최치원 벽화 이야기다.

7월 어느 더운 날 노동자들이 도로 벽면에 조형물을 설치하고 있었다. 무심코 보다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최치원 시 '추야우중' 한글 해석이 붙어 있는데, 오래전 학교에서 배운 내용과 달랐다. 한시 해석을 다양하게 할 수 있겠지만,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과 크게 차이 났다. 이상국 아주경제 논설실장이 개인 블로그에 올린 해석을 무단으로 옮긴 것이었다. 또 한시 원문은 4행으로 된 오언절구인데, 6행이었다. 뒤 2행이 반복돼 있었다. 마치 유행가 후렴구처럼. 이와 나란히 있는 책 표지 조형물에 '토황소격문'이라고 쓰여 있었다. '토황소격문'은 작품집이 아닐뿐더러 '추야우중'과 관계도 없다.

담당기자에게 제보하고, 이를 지적하는 기사가 본보에 나간 후 곧 수정됐다. 마산합포구청이 시공업체에 경남대학교 고운학연구소에 자문해 오류를 고치도록 조치했다. '토황소격문'은 <계원필경>으로 바뀌었다. '추야우중'이 시문집 <계원필경>에 실리지 않은 점은 일단 넘어가자.

그런데 또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월영대와 월영서원, 청룡대, 고운대가 적힌 '간단 그림'이 붙어 있는데, 월영대는 큰 건물 모양, 월영서원은 정자 모양이었다. 적절하지 않아 보였다. 지면에 기사가 나가지는 않았지만 담당자에게 내용을 전달하도록 했다. 얼마 후 수정됐는데, 이번엔 해석 불가 그림이 붙어 있다. 서원은 그대로이고, 월영대 그림을 무슨 돌덩어리 비슷한 모양으로 바꿔놨다. 회사 동료가 구글에서 그림 검색을 해보더니 '안동 월영대'와 비슷하다고 했다. 청룡대 그림이 난해한 것도 일단은 넘어가자.

조형물을 만들고 수정하는 과정에서 시공업체와 행정기관이 무관심하고 안일하지 않았나 싶다. 처음 기사가 나갔을 때 마산합포구청 건축허가과 관계자는 "벽화거리 설계, 조형물 내용 등은 시공업체가 진행한 부분"이라며 "조형물 안전성 등은 확인했지만, 한시 해석이나 원문 등 내용 적절성까지는 확인하지 못했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책임을 미루는 듯한 모양새다.

주민 자긍심을 고취하려고 예산을 들여 역사적 내용으로 벽화를 조성하는데, 그 내용을 검토조차 하지 않았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 발주처나 시공사나 내용에는 관심 없이 예산 쓰는 데만 골몰한 것일까. 단순한 꽃이나 나무 그림이라면 모를까 역사적인 내용으로 꾸민다면, 내용이 정확한지 확인하는 것은 기본일 텐데. 그럴 리는 없겠지만 업체가 선정적인 내용이나 반사회적인 내용을 벽면에 부착해도 몰랐을 것이 아닌가.

혹시 돌덩어리 그림을 보고 '저게 뭘까? 월영대가 저렇게 생겼나' 의문과 궁금함을 가지고 월영대를 한 번 더 찾도록 관심을 유도하려는 '숨은 깊은 뜻'이었다면 성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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