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선임 병사들에게 구타, 폭언, 집단따돌림을 당하던 해군 강감찬함 소속 일병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 사실이 최근 밝혀지는 등 군대 내 인권침해 피해자 비극이 잇따르고 있다.

군대 내 선임 병사와 후임 병사 간 불합리하고 비민주적인 위계 질서는 상급 지휘관들에게도 용인될 정도로 뿌리가 깊고 만연해 있다. 생전에 고인이 함장 등 지휘관들에게 수차례 피해를 보고했음에도 가해자 분리 등 초동 조치도 이뤄지지 않은 것에서 알 수 있다.

경남도민일보가 입수한, 최근 2년간 창원지법에서 판결한 군대 내 강제추행, 폭행, 가혹행위 사건 7건은 공통점이 있었다. 대부분 가해자는 선임병이고 피해자는 후임병이나 동료였으며, 가해는 한 번으로 끝나지 않고 지속적이었다. 한 사건 재판부는 피고인이 피해자들을 장난감처럼 다루었다고 평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들을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중대하게 침해한 범죄로 판단하면서도 피해자와 합의나 피고인 반성을 이유로 대부분 집행유예를 판결했다.

선임병이 후임병을 장난감처럼 다룰 수 있는 것은 서열관계가 부당한 권력 행사로 작용하는 폐쇄적인 병영문화와 무관하지 않다. 특수성을 구실로 군대가 닫힌 사회로 유지되는 한 권력형 범죄에 희생되는 병사가 나오는 것을 막기 어렵다. 가혹행위가 발생했을 때 군과 사회가 단호하게 대응하고, 비군사 범죄 관할권 민간법원 이양이나 평시 군사법원 폐지 등 구조적인 군 사법개혁이 필요하다.

최근 국회는 군대 성범죄와 사망사건은 민간이 재판할 수 있도록 군사법원법을 개정했지만 시민들은 더 과감한 문민화를 바라고 있다. 군인권센터는 국방부와 민관군 합동위원회가 여론조사를 해 비군사범죄 민간법원 이양 등 여론이 압도적임을 확인하고도 결과를 공개하지 않았다고 한다. 국방부 수뇌부가 기득권을 내려놓겠다는 과감한 의지가 군대 개혁 전제 조건이다.

또 판결문 몇 건만으로 속단하기 이르지만 드러나지 않은 군대 내 동성 간 성폭력도 있을 수 있다. 전체 병사 대상 실태조사로 군 개혁을 시작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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