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에 따르는 아마존 창고 직원
플랫폼은 경영·주주 이익에 최적화돼

2020년 5월 미국 뉴욕시는 60개 지역 코로나 사망률을 발표한다. 맨해튼에서 고소득 백인 거주지인 그래머시파크 10만 명당 치사율은 31명, 전체 거주인구 40%가 흑인이고 25%가 히스패닉인 뉴욕 외곽지역 파 로커웨이의 치사율은 10만 명 당 444명이었다. 코로나로 목숨을 잃는 비율이 세계 최대 도시 뉴욕에서도 14배 이상 차이가 나는 것이다. 이 통계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미국 백인의 인종적 경쟁력이 흑인이나 히스패닉보다 코로나에 저항능력이 월등히 뛰어난 것일까? 뉴욕시 코로나 통계가 이야기하는 진실은 이렇다. 흑인이나 히스패닉이 코로나19에 더 취약한 이유는 '인종' 때문이 아니라 '인종'에 따른 '사회경제적 격차' 때문이다. 흑인이나 히스패닉은 먹고살기 위해서 계속 일을 해야만 했기 때문에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할 수도 없었다. 재택근무가 가능한 직종은 그들에게는 처음부터 그림의 떡이었다. 의료비 부담 때문에 코로나에 걸려도 제때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불가능했다. 민주국가라는 미국에서도 코로나19는 모든 사람에게 결코 민주적이지도 평등하지도 않았다.

2020년 미국에서 30만 명 이상이 코로나로 죽는 동안 아마존 베조스가 가진 재산은 76조 4000억 원이 늘어났다. 참고로 2020년도 경상남도 예산은 10조 원, 창원시 예산은 3조 2000억 원이다. 베조스 전 부인이 이혼 위자료로 받은 돈도 40조 원 수준이다. 베조스에게 이렇게 많은 돈을 벌어준 아마존은 대표적인 플랫폼기업이다. 아마존이 진출한 분야마다 기존 기업이 몰락하는 '아마존되다(to be Amazoned)' 라는 용어마저 등장할 정도이다. 2020년 아마존은 아마존 때문에 망한 백화점들을 사들여 터를 물류창고로 활용하고 노동자 42만 명을 신규 채용한다. 하루 평균 1400명꼴이다. 아마존 인공지능은 물류창고에서 일하는 직원들에게 매일 매일 그날 작업량을 정해 지시한다. 아마존 인공지능은 날씨, 시기, 경쟁사 움직임 등 변수를 확인해 물량을 배당한다. 인간이 인공지능 지시에 따르고 있는 것이다. 뉴욕대학 AI나우연구소는 아마존 창고에서는 하루 3번 생산성 기준에 미달된 직원은 인공지능으로부터 자동으로 해고통보를 받는다는 리포트를 발표했다.

인공지능은 개별 노동자 근속 연수나 사유, 그 날 개인 컨디션 등은 고려하지 않는다. 작업량을 할당하는 기준은 노동자들 빅데이터가 바탕이라지만 정작 노동자들은 그 알고리즘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모른다. 그래서 그들은 화장실 갈 시간도 없어 생수통에다 생리작용을 해결해가면서 일을 한다. 아마존만 그런 것은 물론 아니다. 한국 언론이 혁신 대명사로 칭송해마지 않는 우버는 서비스를 요청한 사람 휴대전화 배터리가 방전 직전이면 그 절박함을 이용해 인공지능이 알아서 자동적으로 이용요금을 올린다. 인공지능은 결코 중립적이지 않다. 플랫폼은 경영진과 주주 이익에 최적화돼 있는 것이다. '강 건너 불'인 것 같은가? 한국에서도 이미 '주 120시간 노동' 이나 '부정식품'도 선택적으로 허용돼야 한다거나 '일자리 없애는 최저임금은 불법'이라는 신자유주의적인 언사들이 선거철을 틈타 횡행하고 있다.

1960년대 전미자동차노조 위원장은 포드자동차를 방문해 자동화된 공장설비를 견학하고 포드 2세로부터 이런 질문을 받는다. "앞으로 조합비는 로봇에게 받으면 되겠지요." 그는 이렇게 답변한다. "그러면 자동차는 누구에게 파시렵니까?"

우리는 지금 어떤 미래를 원하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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