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노조-류호정 의원 간담회
연구개발 투자 강제 등 건의

제조업 중심인 경남과 창원 기업을 '사모펀드'가 인수하기 시작하면서 노동자들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모펀드는 100인(과거 49인에서 변경) 이하 제한된 투자자들을 모집해 비공개적으로 운영되는 펀드를 말한다. 펀드라는 특성상 일정 기간 안에 수익을 내야 한다. 이 때문에 투자금을 회수하고자 무리하게 배당을 하거나 사업을 확장하고, 기업 자산을 매각하는 사례 등이 적지 않다. 이로 말미암아 기업의 방향성과 장기적 경쟁력 상실은 물론 결국엔 정리해고로도 이어져 지역 공동체마저 황폐화할 수 있다는 것이 노동자들의 우려다.

10일 민주노총 경남본부 4층 대회의실에서 류호정(정의당·비례) 국회의원과 도내 사모펀드 사업장 노동조합 대표들이 간담회를 했다. 참석자들은 사모펀드가 인수한 기업의 상황들을 공유하고, 제조업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을 놓고 토론을 벌였다.

두산공작기계 노동조합은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의 매각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 회사는 산업용 공작기계 국내 1위 기업으로, 소재·부품·장비 핵심 사업장이다. ㈜디티알오토모티브는 8월 MBK파트너스 특수목적법인 디엠티홀딩스㈜와 두산공작기계 주식매매계약을 맺었다. 대상은 디엠티홀딩스가 보유한 두산공작기계 지분 100%다. 주식 수는 5376만 8210주, 취득금액은 2조 4000억 원이다. 두산공작기계는 2016년 4월 두산그룹에서 디엠티홀딩스로 1조 1308억 원에 매각됐다. 노조는 매각 당시 MBK파트너스가 매각 대금 가운데 4700억 원을 투자했고 나머지는 차입금으로 처리했다고 설명했다. MBK파트너스는 두 차례 자본 재조정으로 투자금액을 회수했다. 2017∼2020년 두산공작기계 배당금은 총 5367억 원으로 당기순이익 3934억 원을 웃돈다. 노조는 디티알오토모티브도 2조 4000억 원 매각 대금 가운데 대부분을 차입으로 해결하겠다고 해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노조는 "자본 재조정과 과다한 배당으로 공장 안에 무엇이 얼마나 남았을지도 모르는데 또다시 시작될 수 있는 차입 경영에 1300여 노동자들은 무엇을 기대해야 하느냐"며 "과도한 차입으로 인수하면 인수 후 금융 부담을 줄이고자 일방적인 구조조정이나 기업공개를 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사천에 있는 샘코는 국내 최대 항공기 문 제작회사다. 이 회사는 2017년 9월 1일 코스닥에 상장했다. 하지만, 2019년 7월 26일 상장한 지 불과 1년 10개월 만에 자본총계 3000여만 원이던 사모펀드 크레도파트너스에 지분을 매각(300억 원)했으며, 불성실 공시로 주식거래가 정지됐다. 사모펀드에 매각된 이후 1년여 동안 별다른 설명 없이 대표이사가 3번이나 바뀌었다. 노조는 코로나19로 주위 항공부품회사들은 노사 간 대화로 정부지원을 받아가며 휴업을 진행하고 있는데도, 현재 샘코 경영진은 주식 재거래, 매출을 맞추는 데만 급급하다고 지적했다.

▲ 전국금속노동조합 경남지부가 10일 오후 민주노총 경남지역본부 4층 강당에서 지부 소속 사모펀드 사업장 노동조합원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이 자리에 류호정 정의당 국회의원이 참석했다. /김은주 인턴기자 kej@idomin.com
▲ 전국금속노동조합 경남지부가 10일 오후 민주노총 경남지역본부 4층 강당에서 지부 소속 사모펀드 사업장 노동조합원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이 자리에 류호정 정의당 국회의원이 참석했다. /김은주 인턴기자 kej@idomin.com

사모펀드가 이처럼 제조업에 손쉽게 접근하게 된 까닭은 2015년 관련 제도가 바뀐 탓이 크다. 금융위원회는 사모펀드 투자 한도를 5억 원에서 1억 원으로 낮추고 운용사 설립 기준을 인가에서 등록으로, 펀드 설립은 사전등록에서 사후보고로 간소화했다.

이날 사모펀드 사업장 노조 대표들은 류호정 의원에게 △추가 이윤 연구개발 투자 강제 △인수·합병 관련 노조-사측 정보 불균형 해소 방안 마련 등을 요청했다. 금속노조는 앞으로도 사모펀드 사업장 간 정기적인 소통을 하고, 사모펀드 문제와 관련해 대선 후보들에게 제도 개선 의지 여부를 공개 질의할 예정이다.

류 의원은 "단기적 경영성과와 장기적 비전을 제시하고, 노조와 적극 소통하는 경영자라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 사모펀드의 전년도 배당금과 예상 매각 대금의 일정 최소 비율을 R&D 투자에 강제하는 방법, 사업장 내 사측-노조 간 정보 불균형을 줄일 방법 등을 입법 정책으로 담아내는 방안을 논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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