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권을 호소하는 경남 자영업자들이 8일 밤 창원 도심에서 차량시위를 했다. 시위는 경찰과의 충돌없이 평화롭게 끝났다.
경남지역 자영업자들은 8일 오후 11시께 창원충혼탑에 집결했다.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가 전국 11개 시도에서 동시에 벌이는 차량시위에 함께하기 위해서였다. 경남에서는 지난달 26일에 이은 두 번째 집단행동이다. 이들은 '이제는 거리두기 보이콧, 위드 코로나'라고 쓴 펼침막을 차 위에 덮고, 근조 깃발을 꽂은 채 전조등을 밝혔다.
자영업자 차량 17대는 11시 10분께 차례로 충혼탑을 빠져나와 창원광장 쪽을 향했다. 이들은 이따금 경적으로 모스부호 구조신호(---...---)를 울리며 서행했다. 도보로, 자전거로 도심을 산책하던 창원시민들은 가던 길을 멈추고 시위 행렬을 돌아봤다.
이날 시위는 신고 절차도 거쳤고 경찰과 충돌하지도 않았다. 현재 창원은 거리두기 3단계를 유지하고 있어 4단계였던 지난달과 달리 차량시위가 가능했고, 경찰도 막을 명분이 없었다. 경찰 이륜차(싸이카) 한대가 맨 앞에서 달렸고, 순찰차들은 행렬 뒤를 따랐다.
창원광장 원형교차로를 세 바퀴 돈 자영업자들은 경남도청 방향으로 운전대를 돌렸다. 이날 시위 목적지이자 해산 장소였다. 도청 앞에 차례로 차를 댄 자영업자들은 펼침막과 깃발을 떼 집행부에 반납했다. 충혼탑 출발 약 40분만이었다. 자영업자들은 잠시 서로 격려하다 하나둘씩 흩어졌다.
지난달에 이어 이날 차량시위에도 참여한 창원 PC방 업주 심모(45) 씨는 "창원은 얼마 전 3단계로 내려가 영업제한 시간이 풀렸지만, 자영업자 모두 다 같이 살아야 한다는 마음으로 나왔다"라며 "지난달에는 경찰 통제가 과격했는데 오늘은 무사히 마칠 수 있어 다행"이라고 말했다.
이종호 전국자영업자비대위 경남지부장은 "시위를 위한 시위가 아니라, 생존을 호소하고자 거리에 나선 것"이라며 "정부가 합리적인 방향으로 거리두기 방침을 조정해 자영업자들이 생계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 주길 바란다"라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확진자 발생이 아닌 치명률 위주의 방역정책 △천편일률적 방역수칙이 아닌 업종별 상황에 맞는 방역수칙 △자영업자 피부에 와 닿는 영업제한 보상 등을 꼽았다.
그는 지난달 차량시위에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과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을 위반한 혐의로 지난 7일 경찰 조사를 받았지만, 이날 다시 시위를 이끌었다.
전국자영업자비대위는 8일 전국 공동 입장문을 내고 "3%대였던 코로나19 치명률은 독감과 비슷한 0.1%로 낮아졌다"라며 "이 시점까지 방역체제 전환을 준비하지 못한 정부의 책임, 백신 공급 차질에 따른 피해를 자영업자만이 떠안는 현실을 더 참을 수 없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영업자에게만 강요하는 규제를 철폐하고, 시설 중심이 아닌 개인방역 중심의 위드코로나 정책에 우리의 의견을 반영해달라"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