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비노조 "교육당국 대책을"

기름을 써 고온에서 음식을 만들 때 나오는 연기, 이른바 '조리 흄(cooking fumes)'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면서 학교 급식실 노동 환경을 개선할 근본 대책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나온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경남지부(이하 학비노조)는 지난달 31일 도내 급식 노동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암 환자가 48명으로 확인됐다고 1일 밝혔다. 유방암 환자가 18명으로 가장 많았고, 갑상선암(9명), 자궁암(7명), 폐암(6명)이 뒤를 이었다. 학비노조는 전수조사 방식이 아니었고, 밝히기를 꺼린 이들이 있어 정확한 수치는 아니지만 실제보다 훨씬 적은 숫자이리라 추정했다.

최근 YTN에서 잇따른 급식실 노동자 폐암 발병 문제를 집중적으로 보도하면서 학교 급식실 직업성 질환이 쟁점화했다. YTN은 전문가 인터뷰를 통해 미세한 기름 입자에 휘발성 발암 물질이 엉겨 붙어 '조리 흄'이 생기고 호흡할 때 폐포 깊숙이 들어가 염증을 유발한다고 보도했다.

학비노조는 이날 경남도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교육당국에 급식실 노동자 대상 암 환자 전수조사를 촉구했다. 학비노조는 "지난달 31일 기준 직업성·환경성 암 환자 찾기 119 접수 현황을 보면 신청자 132명 중 급식실 노동자가 43명으로 가장 많았고, 폐암 환자가 21명으로 절반을 차지했다"고 말했다. 이어 "교육당국이 공식적으로 조사를 해야 한다고 요구하지만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폐암 진단을 받은 학교 급식 노동자가 얼마나 더 있을지 추측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진주지역 21년 차 급식실 조리실무사 ㄱ 씨는 "튀김이나 전 요리를 할 때 구토나 어지러움을 느낀다"고 증언했다. ㄱ 씨는 2016년 유방암 진단을 받고 치료를 해 현재 완치 판정을 받았다. ㄱ 씨는 "튀김이나 전 요리를 한 뒤에는 세제를 바로 부어 씻으라고 시키는데 그때마다 매캐한 연기가 가득했다"며 "그런 것들이 나를 병들게 한다는 사실을 몰랐다"고 말했다.

학비노조는 "급식실에서 발생하는 모든 산업재해 근본 원인은 짧은 시간 급식을 만들어야만 하는 압축적인 고강도 노동"이라며 급식실 배치기준을 표준화하라고 강조했다.

이에 경남도교육청은 현재까지 경남에서 직업성 암 인정 사례는 없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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