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행 시간 5∼6분 늘렸지만 큰 차이 없어
추가조정 촉구...노동환경 개선 전망 반겨

준공영제 시행 첫날, 현장에서 만난 버스기사들은 체감하는 변화가 크지는 않다고 반응했다. 특히 안전성과 함께 기사 노동환경까지 개선하려면 운행시간 추가 조정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개별노선제나 안정된 임금지급 체계를 향한 기대감도 내비쳤다.

창원시내버스의 고질적 문제인 난폭운전·무정차 운행 등은 열악한 노동여건과 관련이 깊다. 짧은 운행시간, 한 노선에서 타사 버스와 벌이는 수익금 경쟁 등이 근본 원인이었다. 시는 우선 1일부터 시내 총 13개 노선의 운행횟수를 43회 줄이고 운행시간을 각각 5∼6분 늘렸다. 다만, 노선 전면 개편은 내년 하반기에 계획하고 있다. 각 업체가 노선을 전담하게 하는 개별노선제도 시작했다. 이날 오전 운전대를 잡은 기사들이 이 같은 변화를 실감하는지 돌아봤다.

◇안전·정시성, 운행시간 더 늘려야 = 오전 10시 15분께 마산중부경찰서 앞에서 월영아파트·대방동 사이를 도는 간선 버스를 탔다. 이 노선은 준공영제 시행으로 운행시간이 5분 늘었다. 운행시간이란 기점에서 종점까지 운행할 때 맞춰야 하는 제한시간이다. 기사들은 흔히 기점에서 종점까지를 '반 바퀴', 다시 기점으로 돌아왔을 때 '한 바퀴 돌았다'라고 표현한다. 버스기사 김모(50대) 씨는 이날 오전 7시 10분께 마산합포구 월영아파트 정류장에서 출발해 막 한 바퀴를 돈 시점이었다.

김 씨는 "여유가 생겼겠거니 하고 안전에 신경 쓰며 운전했는데, 반 바퀴를 돈 시점에 늘어난 시간을 다 써 버려 곧바로 돌아오는 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워낙 시간이 짧았다 보니 급하게 밟아도 숨 돌릴 틈이 없었다"라며 "이젠 빨리 운전하면 화장실 갈 여유는 생기겠지만, 그러면 시민 안전을 위해 준공영제를 도입한 취지에 어긋나는 것 아니냐"라고 덧붙였다.

늘어난 운행시간을 체감하는 기사는 거의 없었다. 다른 간선 버스 기사 ㄱ 씨 역시 대방동 종점까지 막 운행해놓고도 3분 늦었다면서 곧바로 운전대를 돌렸다. 정시성·안전성을 확보하는 한편, 기사들에게 잠시라도 휴식을 주려면 5분으로는 부족해보였다. 이날 만난 기사들은 원래 시간보다 약 15분은 더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시가 운행시간을 쉽게 늘리지 못하는 까닭은 배차간격도 같이 늘어나는 부담 때문이다. 김 씨는 "출퇴근 시간대와 그 외 시간의 배차 간격이 모두 같은데 탄력적으로 조정하면 좋지 않을까 한다"라며 "이용객이 많은 아침·저녁에는 운행 횟수를 늘리고, 그 외에는 줄이는 방식으로 운행시간·배차간격을 융통성 있게 정하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 1일 오전 창원시 성산구 성주동 시내버스 공영차고지에서 '창원형 시내버스 준공영제 출범식'이 열렸다. 창원시 시내버스 9개 회사 노사 대표들이 '정확하게 안전하게 편안하게 창원형 준공영제'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기념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김은주 인턴기자 kej@idomin.com
▲ 1일 오전 창원시 성산구 성주동 시내버스 공영차고지에서 '창원형 시내버스 준공영제 출범식'이 열렸다. 창원시 시내버스 9개 회사 노사 대표들이 '정확하게 안전하게 편안하게 창원형 준공영제'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기념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김은주 인턴기자 kej@idomin.com

◇개별노선제·임금지급 안정 만족 = 개별노선제를 향한 기대감은 높았다. 이제까지 기사들은 매일 다른 길을 돌아야 했지만, 이젠 한 노선만 전담한다. 김 씨는 "기사들도 사람인지라 105번 버스를 몰다 보면 길에 익숙해져 버리는데, 어느 날 109번 버스를 타면 노선을 헷갈린다"라며 "실수하지 않으려고 온 신경을 쏟는데, 그 노력을 친절과 안전에 돌리겠다"라고 말했다.

임금 지급 문제에서 불안감을 덜어 만족한다는 반응도 있었다. ㄱ 씨는 "상여금이 자주 밀려 많으면 다섯 달 치가 늦곤 했는데 앞으로 그런 걱정은 없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장재영 마창여객 대표이사는 "그동안 지원 체계가 안정적이지 못해 노동자가 고용 불안을 느끼곤 했다"며 "이런 부분이 보완돼 노동자들이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게 됐다"라고 말했다.

김늠이 창원시 신교통추진단 계장은 "준공영제 시행으로 시가 각 업체 현금관리수입까지 공동관리하게 되면서 인건비 정상 지급을 감시·제재할 수 있는 권한이 커졌다"라며 "실제 업체들의 임금체불이 발생한다고 해도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경룡 창원시내버스노조협의회장은 "시민들 기대가 클 텐데, 일부 노선 운행시간을 조금 늘리는 등 당장 변화가 크지 않아, 원성이 기사들에게 쏠릴까 걱정"이라며 "노선 전면 개편 전이라도 조금씩 운행시간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동안 고통받았던 임금체불, 수익 경쟁 문제에서 벗어나, 시민에게 봉사하는 데 집중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기사들의 기대가 크다"라며 "열악한 버스기사 휴게실, 2900원밖에 안 되는 덕동차고지 식대 개선 등 이번에 다뤄지지 않은 문제도 점차 개선해나갔으면 한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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