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FC유소년재단, 여자 유스팀도 지원
창녕WFC 위해 체육회·군·도축구협은?

7월 24일부터 8월 14일까지 창녕스포츠파크에서 전국여자축구선수권대회가 열렸다. 경기장을 둘러싼 울타리 곳곳에 내걸린 익숙한 펼침막과 함께 어린 경남의 선수들이 입고 있는 경남FC 경기복이 반가웠다.

'투혼! 경남'은 경남FC의 구호다. 경남FC 휘장과 함께 내걸린 '투혼! 경남 진주남강초등학교'. 묘하게 어색했고 반가웠다. 남강초교, 진주여중, 경남로봇고 여자 선수들이 경남FC 경기복을 입고 경기하는 모습은 보기에도 좋았고, 경남 축구의 미래를 상상하면서 행복해지기도 했다. 경남FC가 유소년 축구를 키우려고 구단 U12, U15, U18 팀 말고도 도내 유소년팀을 지원하고자 경남FC유소년재단을 만들고 여자축구 유스팀까지 지원한 결과다.

이 대회에서 남강초교는 우승을 차지했고 올해 2관왕에 올랐다. 하지만 중등부와 고등부, 대학부를 비롯해 창녕WFC까지 이렇다 할 성적을 못 거뒀다. 해마다 되풀이되는 일이다. 초등학교 때 발군의 실력을 갖춘 선수를 길러내더라도 이들이 지역에 있는 상급학교로 진학하지 않고 다른 지역으로 진학하면서 맥이 끊긴다.

원인은 여러 가지다. 더 좋은 팀에 가서, 더 좋은 지도자 밑에서 배우고 싶어하는 선수나 부모 바람을 탓할 수는 없다. 다른 한편으로는 선수층 피라미드의 맨 위에 있는 팀이 얼마나 잘하는지도 선택의 기준이 된다. 지금 경남 도내 여자축구는 남강초교·명서초교, 진주여중, 경남로봇고, 한국국제대, 창녕WFC로 피라미드는 갖춰졌다. 창원 명서초교는 10여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초등 여자축구의 최강자로 전국을 호령했다. 한 지도자의 범죄행위로 명성은 추락했고 지금은 힘겹게 재건작업을 하고 있다. 하지만 경남은 명서초교에 이은 남강초교까지 초등부 여자축구 메카로 20여 년간 군림하고 있다.

예산이 줄어들면서 선수단 규모를 줄여야 했고, 고연봉 선수를 내보낼 수밖에 없었던 창녕WFC는 올 시즌 리그와 각종 대회에서 단 1승도 거두지 못했다. 피라미드 최상층이 이러니 중학교로, 고등학교로 진학하는 선수와 부모가 도내 학교로 진학할 생각을 안 한다.

2018년 경남FC가 K리그1에서 준우승하고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진출이라는 성적을 거뒀을 때 경남FC 유소년팀인 진주고에 2019년 입학했던 선수들이 올해 3학년이 됐다. 이들이 팀의 주축으로 성장하자 진주고는 16년 만에 전국대회 우승을 일궈냈다. 최상위 팀의 성과가 이런 선순환을 가져온다.

전국체전에서 출전 점수만이라도 얻겠다고 발만 살짝 걸친 경남도체육회, 리그 운영을 위해 반드시 한 팀이 더 필요한 여자축구연맹, 각종 대회 유치를 위해 팀을 운영할 필요가 있는 창녕군. 모두가 지금 창녕WFC 부진의 공범이다. 경남축구협회도 공동정범이다. 이렇게, 일찍 발굴되고 육성된 체육 영재들은 경남을 떠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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