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중재법 문체위 문턱 넘어
야권·언론단체들 "입법 폭주"
25일 본회의서 최종 의결 유력

더불어민주당이 19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야당과 언론시민사회단체가 '언론재갈법', '언론징벌법'이라고 비판하는 언론중재법(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끝내 단독 처리했다.

국회 언론개혁특위 구성 등을 통한 원점 재논의를 주장한 국민의힘은 규탄 시위, 회의 지연전술로 맞섰지만 수적 우위를 점한 민주당·열린민주당 의원들의 표결 강행을 막을 수는 없었다.

오는 25일 본회의에서 최종 의결이 유력한 이 법안은 △인터넷 포털사이트 등에서 기사를 삭제할 수 있는 열람차단청구권 신설 △고의·중과실이 개입된 허위·조작보도에 물적·정신적 피해액의 최대 5배 손해배상액을 물릴 수 있는 징벌적 손배제 도입 △정정보도 청구가 있는 언론보도에 대한 인터넷 표시제 도입 △정정보도의 위치·분량·크기와 관련한 강제 조항 신설 등을 핵심으로 한다.

민주당은 그간 야당과 언론단체의 문제 지적을 수용해 애초 마련했던 법 개정안 원안을 상당 부분 수정해 통과시켰다는 입장이다. △고위공직자, 선출직 공무원, 대기업 임원 등의 징벌적 손배 청구 배제 △기사 열람차단청구 사실 인터넷 표시제 삭제 △허위·조작보도의 고의·중과실 추정 조항 중 과도하거나 악용 가능성이 있는 일부 내용 삭제 △언론사 매출액의 1만 분의 1∼1000분의 1을 곱한 금액을 고려해 손배액을 산정할 수 있도록 한 조항 수정 등이 대표적이다.

문체위 민주당 간사인 박정 의원은 "정치·경제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징벌적 손배를 악용할 수 있다고 해서 일반적 손배만 가능하도록 했다. 또 고의·중과실 입증 책임이 모호하다고 해서 원고의 입증 책임을 강화했고 사회비리나 부패 등 공적 관심사와 관련한 언론보도, 언론의 사회적 책임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언론보도는 권한을 침해받지 않도록 더욱 명확히 명시했다"고 설명했다.

야당과 언론단체는 그러나 자신들 요구를 수용했다는 여당 주장을 평가절하하며 이날 문체위에서 일방적 법안 처리를 강하게 규탄했다.

문체위 소속 최형두(국민의힘·창원 마산합포) 의원은 "수정안은 결국 민주당이 스스로 법안의 문제점을 시인하고 꼬리 자르기한 것일 뿐"이라며 "가령 권력비리의 핵심은 허수아비 고위공직자가 아닌 비선 실세인 경우가 많다. 법안대로라면 최순실은 언론사에 얼마든지 징벌적 손배 청구가 가능하다. 또 세계에 유례없는 5배 징벌적 손배, 언론사에 책임을 전환시킨 고의·중과실 조항 모두 삭제하는 것이 맞다"고 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권력의 맛이 달콤하니 계속 국민을 속이고 국민의 알 권리를 무시하고 국민 눈과 귀를 막아놓고 영구집권하겠다고 그 발톱을 드러낸 것이 언론재갈법"이라며 "청와대와 민주당이 권력을 쥐고 나니 꼰대가 되고 수구가 되고 기득권이 되었다. 그냥 자기들 마음에 안 들면 소송 걸고, 고소·고발하고 아예 취재조차 못하게 막겠다는 게 그들의 의도"라고 했다.

배진교 정의당 원내대표는 "언론을 중재할 것이 아니라 입법 폭주하는 민주당을 중재해야 할 형국"이라며 "가짜뉴스를 처단하겠다는 빛 좋은 개살구 뒤에 숨었지만 결국 자기 입맛에 안 맞는 언론들 다 재갈 물리겠다는 것이다. 방송을 장악하고 권력 비판하는 언론은 통제하던 과거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했던 가장 나쁜 악습을 똑같이 반복하고 있다"고 했다.

전국언론노조·한국기자협회·한국PD연합회·방송기자연합회 언론현업 4단체도 공동 성명을 내 "민주당의 개정안 강행 처리는 '언론개혁'이라는 이름 아래 최대한 기득권을 지키겠다는 노골적인 의사표시"라며 "민주당은 지금이라도 법안 처리 일정을 멈추고 국회 언론개혁특위 구성에 나서야 한다. 언론중재법 개정에 앞서 형법상의 명예훼손과 사실 적시 명예훼손 처벌 조항을 삭제해 언론 및 표현의 자유에 대한 중복 규제를 우선 해소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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