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 이것 봐. 아직 학생들이 배 안에 있대…!"

7년 전 4월 16일 오후, 여느 때처럼 아르바이트로 일하던 피자가게에서 배달을 갔다 오는 길이었다. 매장에서 피자를 만들던 동생이 불쑥 휴대전화로 뉴스화면을 들이밀었다. 아까도 보여줬던 선박 침몰 사고 뉴스였다. 그런데 구조 숫자가 바뀌었다. 전원 구조인 줄 알았는데 300명 가까이 아직 배에 남아 있다고 했다.

우리는 피자를 만들다 말고, 배달을 오가는 틈틈이 뉴스를 확인했다. 좀 더 시간이 지나자, 피자를 주문하는 사람이 거의 없어졌다. 주문표 나오는 소리가 끊기자, 우리는 한 귀퉁이에 모여 앉아 각자의 휴대전화만 하염없이 바라봤다. 바쁜 저녁 시간대에도 매장은 고요했다. 누군가 "뒤에 나온 기사가 오보일 수도 있잖아"라고 말했다. 다들 그 말을 믿고 싶은 눈치였다. 하지만 결국 그런 일은 없었다.

세월호 침몰 사고는 한국을 뒤흔들어 놨다. 정권 교체, 촛불 혁명 같은 거대한 차원을 떠나,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내게는 그랬다. 언젠가부터 기자라는 직업군을 동경하고 있었지만 언감생심 도전하지 못했다. 명문대생이나 되어야 할 수 있는 직업이라고 생각했다.

'기레기'라는 말이 퍼지기 시작한 것도 그 즈음이었지만, 내 생각도 바뀌었다. 적어도 그런 오보는 내지 않는 기자는 될 수 있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무슨 일이든, 기본을 지키는 자세가 더 중요한 법이니까.

7년이 지나 지역신문 기자가 됐다. 세월호 7주기를 앞두고, 고요했던 그날 매장의 분위기를 떠올리며 마음을 다잡는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