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부, 개헌 막으려 쿠데타 벌여…정치인 수배령 피해 숨어 다녀
CRPH, 합법정부 구성 노력 중…한국인 민주화운동 지지에 감사

비폭력 저항에 나선 시민을 향한 미얀마 군부의 탄압이 점입가경이다. 어린아이에게도 총을 쏘는가 하면, 숨진 시민을 불태워버리는 만행도 서슴지 않는다. 그럼에도 시민들은 저항을 이어나가고 있다. 문민정부를 대리하는 미얀마 연방의회 대표위원회(CRPH)는 소수민족과 힘을 합쳐 군부를 무너뜨리고 진정한 자치연방국으로 거듭나겠다는 뜻을 밝혔다. 국제사회의 응원이 미얀마 시민에게 쏟아지는 가운데, 독재를 물리친 경험을 공유하는 한국인들도 적극 연대하고 있다. 경남에서도 쿠데타 직후부터 미얀마 교민과 시민사회단체·시민들이 매주 연대집회에 나서고 있다. <경남도민일보>와 <오마이뉴스>는 경남이주민노동복지센터의 도움을 받아 미얀마 민주주의민족동맹(NLD) 소속 한 국회의원에게 서면으로 현지 사정을 물었다. 신변의 위협을 고려해 이름은 밝히지 않는다.

-CRPH와 당신을 소개한다면.

"CRPH는 2020년 11월 총선에서 선출된 미얀마 연방의회 국회의원 중 17명의 대표로 구성된 위원회이며, 합법적인 민주정부 역할을 대신하는 기구다. 나는 CRPH 대표는 아니지만, 이번 총선에서 국민에 의해 당선된 NLD 소속 국회의원이다."

-쿠데타 이후 현재까지 미얀마 시민 피해는.

"미얀마 정치범지원협회(AAPP)는 7일 기준 사망자 최소 598명, 구금자 2847명 이상이 발생했다고 파악하고 있다."

-군부의 학살이 갈수록 심해지는데, 시민 저항 양상은.

"무장한 군부는 오늘도 시위대에 총을 쏘고 있다. 일부 시위대는 손으로 직접 제작한 도구들을 사용하고 있지만, 군경의 폭력 진압을 지연시키려는 목적일 뿐이다. 우리는 시위대가 아직도 비폭력저항운동을 계속하고 있다고 본다."

(※현지 인터넷 언론 <이와라디>에 따르면, 미얀마 전역 시위대는 3월 중순부터 수제 가스총·활·화염병 등으로 스스로를 방어하고 있다. 지난 4일 인도 국경지대 타무에서는 군경 총격에 맞서 수류탄이 사용되기도 했다.)

▲ 지난 4일 미얀마 양곤에서 열린 군부 쿠데타 반대 시위 도중 한 시민이 손가락 세 개를 펴고
▲ 지난 4일 미얀마 양곤에서 열린 군부 쿠데타 반대 시위 도중 한 시민이 손가락 세 개를 펴고 "우리가 반드시 이길 것"이라는 문구가 적힌 부활절 달걀을 들고 있다. /AP 연합뉴스

-지난해 11월 총선에서 이긴 NLD는 예전 군부가 만든 헌법 개정을 추진했다고 들었다. 헌법은 어떤 내용인가.

"미얀마 헌법은 2008년 군부가 과거 군사정권 범죄와 부패를 보호하려고 만들었다. 최악의 독소조항은 연방의회 의원 4분의 1이 군부 대표자여야 한다는 것과, 헌법 개정은 의원 4분의 3 이상 동의가 있어야 한다는 조항이다. 이 때문에 2015년 NLD가 선거에서 승리하고도 헌법을 개정할 수 없었다."

-국제사회는 헌법 개정 시도를 군부 쿠데타의 직접 원인이라고 본다. 쿠데타를 전혀 예상하지 못했는지?

"쿠데타에 미처 대비하지 못했다. 우리는 군부가 만들어 놓은 2008년 헌법 틀 안에서 움직여 왔기 때문이다. 군부는 헌법을 만들고 어용 정당을 통해 합법적으로 정부를 장악하려 했지만, 2015년 선거에서 NLD가 집권하면서 의도를 이룰 수 없었다. 그래서 군부는 2020년 총선 결과를 지켜본 뒤 NLD가 연방의회 의석 4분의 3을 얻지 못하면 군부를 지지하는 정당과 연립정부를 구성하게 만들 생각이었다. 나머지 의석은 확보해 둔 상태니까. 그러나 NLD는 총선거에서 의석 82%를 얻어 승리했다. 군사정부로서는 NLD가 헌법을 개정하면 다시는 집권할 수 없으리라 생각했을 것이다. 우리는 실제로 개헌을 준비 중이었다."

-NLD 정치인들 피해 양상은.

"우리는 감금된 지도자들이 가택연금 상태인지, 교도소 내에서 억압당하는 상황인지, 어떤 확실한 정보도 얻지 못하고 있다. 나머지 정치인들 역시 모두 수배가 떨어졌고, 군부에 붙잡히는 순간 즉결처분될 수도 있다. 현재 거처를 이리저리 옮겨다니며 군부를 피하는 중이다."

▲ 미얀마 시민들이 군부가 만든 헌법전을 불태우고 있다.  /CDM(미얀마 시민불복종행동)
▲ 미얀마 시민들이 군부가 만든 헌법전을 불태우고 있다. /CDM(미얀마 시민불복종행동)

-군부는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의 비리 혐의를 추가 기소했는데, 이에 대한 견해는?

"군부는 표 민 떼인 양곤주지사와 사업가 마웅 웨트가 수치 고문에게 뇌물을 줬다고 폭로한 동영상을 공개했다. 명백한 가짜 영상이다. 두 사람은 쿠데타 직후 군부에 구금됐던 사람들이다. NLD와 미얀마 시민은 군부가 동영상을 조작했다고 본다. 딥페이크 기술을 사용했거나, 증언자에게 진술을 강요한 것이다. 더구나, 우리는 노벨상 수상자인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이 결코 그런 종류의 부정부패 행위와 관련이 없다고 믿고 있다."

-현재 CRPH 활동과 당면 목표는?

"CRPH는 지난달 31일 새로운 연방 민주주의 헌장을 발표했다. 군부가 만든 2008년 헌법을 폐기하는 내용이 담겼다. 테러집단인 미얀마 군부가 스스로 어겨 그 효력을 잃었기 때문이다. 또 미얀마 연방국에 거주하는 소수민족을 포함해 민주주의·평등·자치권을 완전히 보장하는 연방체제국가 설립을 위한 협약을 맺었다. CRPH는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유일 합법정부를 구성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정부가 출범하는 대로 국제형사재판소(ICC)와 국제사법재판소(ICJ)에 군부를 제소할 것이다. 이와 함께 유엔이 보호책임(R2P)을 다해 곧 평화유지군을 파견할 거라고 믿는다. 이 밖에 모든 국제적 도움도 기대하고 있다."

-독재정권과 민주화운동 경험을 공유한 한국인들도 미얀마 시민들을 응원하고 있다. 특히, 경남도는 한국 민주화운동사에서 최초로 사상자가 나온 지역으로, 매주 미얀마 교민들과 미얀마 민주화를 지지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이들에게 한마디 해 달라.

"미얀마 민주화운동을 지지해 주시는 한국 정부, 한국인, 그리고 경남도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이들에게 현지 소식을 전해 주는 경남도민일보와 오마이뉴스에도 감사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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