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25% 농지 가진 '여의도 농부'
농지법 개정 외면하면서 사저 왜곡만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 농사가 바로 천하의 근본이라는 말이다.

요즘처럼 '농지'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컸을 때가 있었나 싶을 정도로 수많은 언론에서 앞다퉈 농지 관련 투기 의혹을 보도하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 투기 의혹으로 불거진 농지를 둘러싼 논란은 퇴임 후 양산으로 사저를 옮길 계획인 문재인 대통령에게까지 불똥이 튀었다. 농지 불법 매입 의혹에서 시작한 논란은 최근 LH 투기 의혹과 맞물려 지목 변경으로 대통령이 시세 차익을 노린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가장 모범을 보여야 할 대통령이 천하의 근본을 뒤흔들고 있다는 주장은 꼬리를 물며 새로운 의혹을 제기하는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우리나라는 1948년 정부를 수립하고 나서 '경자유전(耕者有田)'이라는 원칙을 헌법 제121조에 명시했다. 농사를 짓는 사람만 농지를 소유할 수 있다는 원칙에 따라 시행해온 농지법은 취지와 달리 수차례 개정을 거치는 동안 16개나 되는 예외조항을 마련하면서 구멍이 뚫린 상태다. 대통령 사저를 둘러싼 논란은 이 같은 농지법 취지와 현실을 교묘하게 왜곡한 결과다.

LH 사태가 수면에 떠오르기 직전인 지난 2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재산공개 내용을 바탕으로 본인 또는 배우자 이름으로 농지를 보유한 21대 국회의원 현황을 공개했다. 전체 300명 국회의원 가운데 농지 소유자는 76명으로, 4명 가운데 1명은 농지를 갖고 있었다. 전체 면적은 12만여 평에 달하는 39만 9193㎡고, 금액으로는 133억 6139만 4000원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최근 각종 부동산 의혹을 받는 창원 성산구 강기윤 국회의원이 가장 많은 15억 800만 원을 신고해 눈길을 끈다.

사실 농지가 투기 수단으로 전락한 것은 전혀 놀랄 일은 아니다. 이른바 '여의도 농부'라 불리는 국회의원은 재산신고 때마다 시민단체로부터 각종 의혹을 받아왔다.

대통령이 농지 취득을 위한 영농계획서에 영농경력을 '11년'이라 적은 것을 두고 청와대와 양산을 오가며 농사를 지을 수 있느냐며 비아냥거린 야권과 보수언론 모두 '여의도 농부'에 대해서는 정작 침묵하고 있다.

LH 사태가 터지자 뒤늦게 국회의원 전수조사라는 카드를 꺼내 든 정치권 모두 그동안 구멍 난 농지법을 내버려뒀다는 비판에서 벗어날 수 없다. 국회는 문제가 터졌을 때 수습하는 기관이 아니라 입법을 통해 문제를 사전에 막아야 하는 기관이기 때문이다. 아니 오히려 구멍 난 농지법을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받아 마땅하다.

큰 불법이든 작은 불법이든 불법이라는 사실은 변함없다. 대통령이 농지 취득 과정에 불법이 있었다면 당연히 처벌을 받아야 한다.

그럼에도, 농지법 개정 필요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해온 국회가 새삼 대통령 사저를 문제 삼아 천하의 근본을 바로 세우겠다는 주장은 생뚱맞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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