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민 생사고락 함께해 온 향토기업
귀중한 자료 집대성해 미래 발판으로

창원은 명실상부 기업 도시다. 창원국가산업단지, 마산자유무역지역 등 최고의 산업 인프라를 갖추고 있고, 성산구 가음동에는 지역기업이 참여해 조성한 기업사랑공원도 있다.

이처럼 도시 특성상 기업에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맺은 창원이지만 그동안 기업 역사에는 소홀한 부분이 많았다. 성장이나 지원에만 초점을 맞춘 까닭이다.

기업의 오랜 역사는 기업 스스로 관리·보관하는 게 일반적이다. 많은 기업이 정문 입구 등에 기업의 역사를 담은 전시관을 두고 있다.

하지만, 기업의 역사는 지방정부 입장에서도 과거를 돌아볼 소중한 자산임이 분명하다. 지역을 기반으로 둔 기업은 조직 구성원이 대부분 지역민이고, 지역과 생사고락을 함께해 왔기 때문이다.

최근 창원의 중견기업 센트랄이 창립 50주년을 맞아 수집한 귀중한 기억자료 37종 210건을 창원시에 맡겼다. 기탁 자료에 당시 경제 상황을 가늠해 볼 수 있는 1984년 급여명세서, 센트랄 사원아파트 관리비 영수증 등과 1981년 취업 규칙 등이 포함됐다.

센트랄은 올해 창립 50주년을 맞아 2년 전부터 사내 구성원과 퇴직자를 대상으로 회사와 관련한 자료를 수집했다. 취지에 공감한 전·현직 구성원이 기꺼이 '빼다지(서랍)'를 열어 자신과 센트랄의 발자취가 담긴 소중한 자료를 꺼냈다.

센트랄의 자료 기탁이 의미 있는 이유는 기업의 귀중한 사료를 지역과 함께 공유하겠다는 마음가짐이다. 실제 이번 기탁에는 기업으로선 자칫 민감할 수 있는 노사 관련 자료도 상당수 포함됐다.

센트랄이 1980년대 노사갈등이 심각했던 사업장이었음을 상기하면 기업으로선 파격적인 조치를 한 셈이다. 강태룡 회장이 직접 나서 1980년대 당시 노동조합 관계자를 섭외했다고 하니, 진정성을 의심하기도 어렵다.

센트랄은 2019년 10월 창원시와 '기업아카이브 문화 확산을 위한 업무협약'을 했고, 그 결실로 이번 기억자료를 기증했다고 한다.

자칫 개인이나 기업의 기억에서 끝날 자료를 지역을 위해 과감히 꺼내놓은 점과 기업의 역사가 곧 지역의 역사라는 인식이 반갑다.

향토기업이라는 이름을 가진 기업이 상당수 존재한다. 1905년 설립한 몽고식품은 올해로 창립 116주년을 맞았고, 무학은 92년 역사를 자랑한다. 이들 기업의 역사도 곧 지역의 자산이다.

창원시는 "이번 센트랄의 기탁 사례를 계기로 창원의 기업과 종중 혹은 개인이 보관하고 있는 기록물을 수집·관리하고 지원하는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오랜 역사를 보유한 기업이 미래 비전을 선포하는 일은 분명히 중요하다. 하지만, 그동안 걸어온 발자취를 통해 미래를 설계하는 것도 소홀히 해서 안 될 일이다.

센트랄의 신선한 시도가 기업 전반으로 확산해 진정한 기업도시 창원의 이미지가 굳건해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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