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능력검정시험서 95점으로 1급 합격
5살 때부터 역사 책 읽고 현장 답사도 다녀

"한국사 선생님이 되는 게 꿈이고요. 외국에도 우리나라 역사를 알려주는 선생님이 되고 싶어요."

지난 2월 6일 치러진 제51회 한국사능력검정시험에서 1급을 따낸 정하랑(9·김해 주촌초교 3학년) 군은 답변을 기다릴 틈도 주지 않고 거침없이 장래 희망을 말했다.

성인도 합격하기 쉽지 않은 한국사를 어떻게 공부했기에 만 8세에 1급을 딸 수 있었을까 궁금해서 지난 3일 오후 김해시 주촌 집으로 하랑 군을 찾아갔다.

하랑 군은 다섯 살 때부터 <한국을 빛낸 100명의 위인들> 책을 읽고 우리나라 역사와 인물들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한국사에 빠져들었다.

"처음엔 위인들 노래가 신기해서 관심이 갔고 아빠가 정 씨 가문 조상이 정약용이라고 해서 더욱 알고 싶어졌죠."

누구나 추측할 수 있듯이 하랑 군의 한국사능력시험 1급 합격 비결은 책 읽기다. 국어, 수학, 과학 공부는 덜하고 하루에 한국사 공부만 하는 편이다. 아침에 눈 뜬 시간에 하루 분량 한국사 공부 시간을 정한다. 만약 늦잠을 잤다든지 다른 일정이 있는 날이면 한국사 공부할 시간을 먼저 배정하며 다른 일과 시간을 포기할 정도다. 물론 다른 과목 공부를 위한 학원도 전혀 가지 않는다.

▲ 제51회 한국사능력검정시험에서 1급을 딴 김해 주촌초교 3학년 정하랑 군이 가장 좋아하는 역사 인물인 정약용 종이 모형을 들고 있다. /이수경 기자
▲ 제51회 한국사능력검정시험에서 1급을 딴 김해 주촌초교 3학년 정하랑 군이 가장 좋아하는 역사 인물인 정약용 종이 모형을 들고 있다. /이수경 기자

하랑 군이 한국사능력검정시험에 응시한 건 이번이 두 번째다. 초등 1학년 때 45회 시험에서 초급 부문에 응시해 95점을 받아 5급 인증을 받았다. 올해 51회 시험에서는 심화 부문에 응시해 역시 95점을 받아 1급을 따냈다. 국사편찬위원회가 주관하는 한국사능력검정시험은 2019년까지는 초급(5~6급), 중급(3~4급), 고급(1~2급) 3개 부문에 응시할 수 있었는데, 2020년부터는 기본(4~6급), 심화(1~3급) 2개 부문에 응시하도록 바뀌었다.

"2월 19일 1급 합격 인증서가 왔는데 너무 좋았어요. 열심히 한 보람이 있구나 생각했죠. 작년 8월부터 올해 2월 6일 시험칠 때까지 6개월 동안 공부했거든요. 다음에 중학생이 되기 전에 꼭 100점을 받아보고 싶어요."

하랑 군은 한국사 책에 나오는 역사 현장에 직접 가보곤 한다. "경주에 주로 갔는데 불국사랑 석굴암 정말 멋지고, 안동 하회마을도 가봤어요. 앞으로 학자이면서 건축가인 정약용의 멋진 업적이 담긴 수원 화성에 꼭 가보고 싶어요. 정약용이 만든 거중기를 저도 만들 수 있을까요?"

초등학생에게 한국사는 지루하고 재미 없을 수도 있을 것 같아 우문을 던졌다. 하랑 군은 "친구들도 한국사같이 재미 없는 걸 왜 하냐고 하는데 인물이나 사건을 계속 알아가는 게 너무 재밌고 게임 할 바엔 한국사를 공부하는 게 나아요"라고 현답을 했다.

요즘 조선 중기 붕당정치(당쟁)를 공부하고 있다는 하랑 군은 미래의 모습도 미리 그렸다. "외국인들이 한국 문화를 좋게 생각하도록 한국사를 알리는 선생님이 꼭 되고 싶어요. 생물 공부도 좋아해서 사슴벌레랑 도마뱀도 기르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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