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매매 신고 후 취소 2480건
최고값 등록 후 해지 23% 달해
정 총리 "시장 교란 강력 대응"

#창원시 의창구 대원동 한 아파트(전용면적 84㎡) 매매가격은 지난해 6월 13일 5억 6500만 원으로 '신고가(최고가)'가 기록됐다. 이 계약은 7월 11일 해지됐다. 이 아파트 같은 면적의 매매가는 평균 5억 1000만 원대로 거래됐는데 신고가를 찍고 난 후 7억 3000만 원까지 솟구쳤다.

#창원시 성산구 반림동 한 아파트(76㎡)는 지난해 6월 28일 4억 5500만 원으로, 이전보다 3000만~4000만 원 높게 거래됐다. 이후 이 아파트 같은 면적 매매가는 점점 오르다 11월 들어 6억 원을 넘어섰다. 앞서 4억 5500만 원 신고가를 기록한 거래는 10월 중순 계약이 해지됐다.

#재건축 예정구역이며 공시가격 1억 원 미만이어서 취득세 중과 규제를 비켜간 창원시 성산구 가음동 한 아파트(49㎡) 매매가는 지난해 10월 31일 1억 9800만 원 신고가에 올랐다. 이후 이 아파트는 최고 2억 9000만 원까지 거래됐는데, 앞서 10월 신고가 계약은 12월 초 해지됐다.

이는 이달부터 국토교통부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계약 해지 기록을 남기도록 개선함에 따라 경남지역에서 드러난 사례들이다. 실거래가 신고할 때 신고가(최고가)를 등록한 후 계약 취소 비율이 높게 나타나자 이른바 '작전' 세력이 집값을 높이려고 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정부는 실거래 허위 신고 의혹에 대한 조사에 착수할 계획이다.

지난해 경남에서 아파트 매매를 했다가 취소된 거래는 모두 2480건이다. 이 중 신고가 계약 취소는 23.8%(589건)에 이른다. 지난해 12월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창원시 의창구에서는 계약(거래) 취소 230건 가운데 신고가 비율이 31.7%(73건),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된 성산구에서는 350건 가운데 26.3%(92건)로 집계됐다. 이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천준호(더불어민주당·서울 강북 갑) 의원이 지난해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등록된 85만 5247건 중 거래 취소 3만 7965건을 분석한 결과다. 전국적으로는 거래 취소 중 신고가 비율은 31.9%(1만 1932건)다.

거래 건수가 적어도 신고가는 부동산 시장에 끼치는 영향이 크다. 누구나 아파트 실거래가를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 누리집(rt.molit.go.kr)에서 조회해볼 수 있다. 유명 부동산 앱 등에도 연계돼 있다.

한 공인중개사는 "예를 들어 시세가 1억 원이던 1000가구 단지에서 갑자기 1억 3000만 원으로 1~2건만 거래돼도, 입주민은 집값이 '1억 3000만 원으로 올랐다'고 인식한다"고 말했다. 하재갑 한국공인중개사협회 경남지부장은 "신고가 등록 후 계약 취소 사례 중 일부겠지만 투기 세력의 작전이 있었다고 본다"며 "계약은 언제든지 해지할 수 있기 때문에 투기 세력이 마음만 먹으면 집값이 높아진 것처럼 조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신고가 등록 이후 계약 취소 문제는 아파트값 이상 급등 현상이 극심하던 지난해 11월 한국공인중개사협회가 '갭투자' 주의보를 공지했던 것과 맥이 닿는다. 공지는 갭투자가가 특정 지역 아파트를 8억 원(신고가)에 사들였다가 9억 원에 광고를 내고, 보유한 다른 아파트를 8억 7000만~8억 8000만 원에 판다고 광고해 비교적 싸게 파는 것처럼 느끼게 한다는 내용이었다.

천준호 의원은 "계약 취소 행위가 전부 그렇지는 않겠지만 일부 투기 세력이 아파트값을 높이려고 조직적으로 허위 신고를 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이런 행위로 피해를 보는 국민이 생기지 않도록 국토부 차원에서 전수조사를 하고, 문제가 있으면 수사의뢰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천 의원은 포털사이트 부동산 페이지, 부동산 앱 등에도 취소 여부를 반영해야 한다고 국토부에 요구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23일 국무회의에서 국토부 등에 강력 대응을 지시했다. 정 총리는 "시장 교란 행위가 발붙이지 못하도록 강력하게 조치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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